사람을 판단할 때 남에게 들은 소문이 직접적인 관찰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진화생물학과 랄프 소머펠트 박사팀은 사람이 소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컴퓨터게임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8명의 실험참가자를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 앉히고, 각자가 컴퓨터게임 상에서 다른 사람과 돈을 나눠 갖도록 했다. 누군가에게 돈을 주기로 결정하면 두 사람은 협력 관계가 되는데, 게임이 계속되면 파트너도 바뀐다. 이때마다 참가자는 새로운 파트너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전의 파트너에게 얼마를 줬는지, 다른 사람은 그에 대해 뭐라고 평가했는지 알려준 것. 예를 들어 ‘관대한 사람’이라거나 ‘지독한 구두쇠’라는 평판을 전해 들었다.
소머펠트 박사팀이 지난 10월 1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파트너가 과거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려주는 객관적 기록보다는 다른 참가자로부터 들은 소문을 더 신뢰했다. 특히 긍정적 소문보다 부정적 소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소머펠트 박사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관찰과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는 소문이 집단의 규범과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비슷한 연령의 동성상대에 대한 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또 지위가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부정적 소문을, 친구에 대해서는 긍정적 소문을 주로 퍼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