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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식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나?

시판허용여부 놓고 치열한 공방전

유전공학 제품 제1호인 휴물린


요즘 미국에서는 유전공학적 처리된 식품의 시판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한창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골치아픈 식품을 적절히 규제할 묘안을 찾지 못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사실 유전공학 식품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일말의 불안을 갖고 있다.

지난 해부터 영국에서는 빵의 제조에 필수적인 효모(yeast)를 유전공학적으로 생산, 제과점과 제빵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치모신(chymosin)이라는 효소를 치즈제조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치즈의 약 35%가 이 인공치모신(우유응고효소)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지고 있는 것.

이밖에도 유전공학기술을 응용해 만든 식품은 허다하다. 예컨대 불포화지방산을 상대적으로 적게 함유하고 있는 '청결'유지(油脂), 포유류의 성장호르몬을 '먹고' 순식간에 자라버린 '쑥쑥' 물고기, 그 자체내에 살충제를 지니고 있어 해충과 벌레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깔끔' 식물 등등.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모두 미국환경보호기금(EDF)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곳에서 '노'(no)라고 하면 판매시장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EDF는 이같은 유전공학적 식품들을 '새로운 식품'이 아닌 '식품첨가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정부에 내놓고 있다. 만일 이 아리송한 식품이 '새로운 식품'으로 인정되면 간단한 절차만 거친 뒤 곧장 시판에 들어갈 수 있지만 '식품첨가물'로 취급되면 지루하고 긴 식품첨가물 안전성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전성 평가기관인 식품의약국(FDA)도 유전공학적으로 제조된 식품을 어떻게 판정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무튼 FDA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 이 문제에 대한 최종입장을 밝혀야할 처지인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간에 그에 대한 논쟁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조짐이다.

EDF의 레베카 골드버그박사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식품이 안전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미국 산업생물공학협회의 알란골드해머박사는 "유전공학을 응용해 만든 식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막바로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현 시점에서는 둘중 어떤 사람의 손도 들어줄 수 없다. 이 판정에 사활을 건 유전공학업계에서는 '안전'을 장담하고 있고, 많은 식품위생학자들이 계속해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으나, 사카린이나 방사선처리식품의 경우처럼 앞으로도 어떤 결론을 얻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DF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L-트립토판이 2년 전에 일으킨 유전공학식품 유해시비를 아직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일본의 쇼와 덴코사(社)가 유전공학적으로 배양한 박테리아로부터 얻어낸 L-트립토판을 섭취한 사람중 29명이 사망되고 1천5백명이 심하게 앓은 1990년의 악몽을 되새기고 있는 것. 그러나 L-트립토판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공학적으로 제조한 식품의 시판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식품이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클 뿐더러 식품의 영양가도 떨어지기 십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들은 또 식물에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하면 그 식물이 함유하는 독소(toxin)의 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에 포유류의 성장호르몬(유전공학적으로 제조된)을 투여하면 이 호르몬이 물고기를 섭취한 인간에게 전해져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에 반해 생물공학 관련업계에서는 EDF 등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투덜거리고 있다. 설령 이식된 다른 생물의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DNA는 자신에게 원래 맡겨진 특정한 임무를 변함없이 수행하는 것만 봐도 유전공학 응용식품에 어떤 위생상의 시비가 붙을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포유류의 성장호르몬(유전공학적으로 처리하지 않은)은 우리가 늘 먹고 있으므로 (고기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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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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