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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사랑하도록 디자인된 인체

성생활은 웰빙 라이프의 필수조건

 

성에 눈뜨기 시작한 사춘기 청소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몽정기’. 쭉쭉빵빵 교생 유리(김선아)는 남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정작 그녀는 여고시절 담임선생님이었던 ‘더티 테리우스’ 병철(김범수)을 잊지 못한다.


“어젯밤에 그 여자가 또 나타났어, 교생 말야. 이번엔 웨딩드레스를 입었더라구. 아니, 그냥 걸친 수준이지. 그런데 그 여자가 자꾸 다가왔어. 그리고 내 몸을 막 만지잖아. 온몸이 굳어버렸어. 아침에 보니 안타깝게도 꿈이더라구. 그런데 또 거기서 이상한 게 나와있는 거야! 이게 사랑이라는 거냐?”

영화 ‘몽정기’ 에서 평범한 중학생 동현이와 그의 친구들은 어느날부턴가 잡지의 속옷 선전이나 여자 화장실 푯말, 콜라병 같은 걸 보면 그날 밤 야한 꿈을 꾸게 된다. 이런 변화는 사춘기에 성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현상이다.

탄탄한 근육질의 남성과 부드러운 곡선미의 여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동안 몸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제부터 ‘섹시’ 한 ‘성’ 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콜라병 보고 몽정하는 사춘기
 

임신 초기에 태아는 남녀 생식기를 모두 갖고 있다. 9주쯤 지나야 비로소 두 생식기 중 하나가 퇴화돼 성이 결정된다.


사춘기 전까지는 남성과 여성의 성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성호르몬이 분비돼 생식기가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한다. 사춘기를 겪는 시기는 남녀뿐만 아니라 동성간에도 차이가 있다. 대체로 소녀들은 9-14세에 사춘기가 시작되는데 비해 소년들은 약간 늦은 11-13세부터 시작되며 이때 키도 더 빨리 자란다.

사춘기에 소녀들은 질에서 피가 나오는 초경을 경험하고 그 후부터 한달에 한번씩 규칙적인 월경을 한다. 소년들의 생식기에 나타나는 변화는 먼저 고환의 크기가 커지고 약 1년 후 음경이 커지면서 점차 주위에 음모가 나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수면중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기가 일어나는데, 이를 수면중 발기라고 한다. 정상적으로 하룻밤에 3-5회 정도 일어나며 1회에 20-40분 정도 지속된다. 수면중 발기는 잠이 깊이 들수록 강하게 일어나며, 숙면상태에서는 발기가 일어났는지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자극에 의해 음경에서 정액이 방출되는 것을 사정이라고 하는데,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정되는 경우는 몽정이라고 한다. 몽정은 사춘기 때 나타나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남성의 성징은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주관하고, 여성의 성징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에 의해 나타난다. 이런 호르몬의 작용으로 남성은 골격이 발달해 뼈가 굵어지고, 어깨와 가슴이 넓어지며, 근육이 발달하고 피부는 두꺼워진다. 반면 여성은 유선의 발달로 가슴이 커지고 어깨가 좁아지며, 허리는 가늘고 골반이 커지며, 피부는 부드럽고 탄력있게 변한다.

또한 남성은 성대의 직경이 커져 목소리가 크고 굵은 저음을 내지만, 여성은 성대가 작아지고 길어져 가늘고 높은 목소리를 낸다. 사춘기가 진행될수록 남성은 얼굴이나 팔다리에 털이 많이 나고 피부에 기름기가 많아져 여드름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사춘기를 거치는 동안 신체 변화를 겪으면서 성에 관해 관심이 증가하기 때문에 성에 대한 환상이나 공상이 많아지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성은 주요한 주제가 된다.

혈관·신경·호르몬의 조화

남성과 여성은 성기관의 모양이 다르듯 성기능에도 차이를 보인다. 남성의 성기관인 음경은 평소에는 수축돼 부드러운데 발기되면 마치 뼈같이 단단해진다. 이는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수렵을 할 때 음경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쥐나 개와 같은 동물의 음경에 연골이나 뼈가 있는 것과 대조된다.

성적인 반응은 혈관계, 신경계, 호르몬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음경은 혈관이 변형된 조직으로 그 내부는 마치 스펀지와 같은 혈관 뭉치, 즉 해면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야한 생각을 하거나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등 성적인 자극을 받으면 음경해면체의 말단 신경에서 산화질소가 분비된다. 그러면 수세미 모양의 망상구조를 가진 음경해면체가 확장돼 평상시보다 4-11배나 많은 혈액이 음경 내로 유입된다. 이렇게 음경 안에 혈액이 차 단단해지면서 외견상으로도 부풀어지는 것이다.

발기와 사정이라는 남성의 성기능은 모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쉽게 성적으로 흥분하고 발기되는 것은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여성에 비해 10배 정도 높고, 대략 전체 혈액의 1% 정도만 음경에 차면 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의 성기능은 음핵과 질뿐만 아니라 유방, 피부 등에서 다양하게 관여한다. 이는 여성이 성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남성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기능에 관여하는 호르몬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뿐만 아니라, 옥시토신,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등 다양하다. 이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식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여성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적은 이유가 여아를 임신한 경우 태아의 성기관이 분화될 때 남성화를 막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임신 초기에 태아는 비록 원시적 형태인 남녀 공통의 생식기를 갖고 있다. 그러다가 약 9주가 지나면 Y염색체를 갖고 있는 태아의 경우 Y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가 여성 생식기를 퇴화시키고 남성 생식기를 발달시킨다. 반면 Y염색체가 없으면 X염색체에 있는 DAX1 유전자가 남성 생식기를 퇴화시키고 여성 생식기를 발달시킨다.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에스트로겐은 성기관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의 음경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음핵도 성적 흥분을 느낄 때 혈액이 차면서 커진다. 하지만 음경처럼 단단해지지는 못한다. 단지 음핵의 끝부분을 돌출시켜 예민한 자극을 받아들인다. 질조직은 흥분을 느낄 때 마치 땀을 흘리는 것처럼 점막에서 액체를 분비해 발기된 음경이 질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오도록 윤활작용을 한다.

그런데 여성에서도 성적욕구나 오르가슴을 느끼는데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주된 역할을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달콤한 대화,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 중요시하는 이유는 성적욕구나 흥분에 관여하는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남성에 비해 낮아 성적 긴장감을 해소시킬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기법을 이용해 성인 남녀의 뇌에서 일어나는 성적 흥분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과 대부분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성적 흥분 반응이 빨리 나타났다. 반면 여성에서는 지속적인 자극이 흥분을 일으키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애무와 같이 피부를 접촉할 때 여성의 몸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최근 이 옥시토신이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를 높여주고 마치 모자관계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심리적 결속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토신은 여성이 출산할 때 자궁을 수축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육체적 사랑이 건강에 좋은 이유

성생활은 원래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종족보존이라는 생물학적 이유만이 아니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생활을 즐긴다. 성생활은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육체적 사랑 행위는 혈관계, 신경계, 호르몬계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이다.

적당한 성생활을 지속하는 사람은 마치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고 한다. 한번 성행위를 하는데 약 2백cal의 열량을 소모하므로 체중조절 효과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통증을 줄이거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면역세포가 활발히 활동해 감기 같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오르가슴 중에 분비되는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이 유방암을 막아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적인 성생활을 하면 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으로 유지돼 갱년기 증상이 완화된다. 최근 미국에서도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 심장병이 있는 환자는 과도한 성생활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남녀간의 성은 아름답고 중요하다. 남녀가 육체적인 사랑과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또 서로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상적인 성생활이다.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나이 들면 ‘뜨거운 밤’ 은 없다?
 

일흔을 넘긴 노인들도 젊은이 못지 않게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영화 ‘죽어도 좋아’.


쓸쓸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박치규 할아버지는 어느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이순례 할머니에게 첫눈에 반한다. 뭐가 그리 급한지, 냉수 한그릇만 떠놓고 결혼식을 올린 두 노인은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최근 노인의 사랑과 성을 다뤄 화제가 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에서 두 주인공의 나이는 일흔하고도 셋이었다.

일반적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은 나이에 상관없이 지속된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이나 여성 모두 나이가 들면서 성기능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남성은 20대 이후 남성호르몬이 매년 0.4%정도 감소한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성기관이 위축돼 성교시 통증이 생겨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외음부나 골반을 다치거나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같은 성인병에 걸릴 경우 역시 성기능 장애의 원인이 된다. 자궁절제술을 받거나 경구용 피임약 또는 호르몬제를 다량 복용해도 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결혼을 앞둔 미혼 남성이 발기부전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개 어렸을 때 고환 주위를 다쳤거나 잘못된 자위행위를 한 것 등이 원인이 된다. 심지어 신혼 초기에 남성이 발기부전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대개 부부생활에 적응이 잘 안돼 생긴 경우가 많다. 30대 발기부전 환자 중에는 음경의 혈관이 손상됐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수술로 회복할 수 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주, 흡연이 과도한 40대 남성이 일시적인 발기부전을 호소하기도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과 비만도 심각한 발기부전의 원인이다. 50대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노화로 인해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이와 같은 성기능 장애는 질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일단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본인이 심리적인 위축을 느껴 성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배우자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육체적인 성행위는 순환계, 신경계, 내분비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치료하는 과정에서 원인이 되는 다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요즘은 남성의 발기부전도 약물치료나 음경보형물 삽입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으므로 성생활에 정년은 따로 없다.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필자는 86세 남성 노인이 발기 기능은 정상인데 사정 장애가 있어서 치료해준 적이 있다. 사랑에 ‘국경’이 없다면 이제 ‘나이’ 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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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광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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