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에도 바이오가 뜨고 있다. 머지 않아 유통기한 지난 떡볶이떡과 같은 불량식품이나 바이러스가 든 수돗물을 감시하는데 바이오센서가 활약할 전망이다. 원격진단이나 인공눈을 가능하게 할 첨단 바이오센서의 세계로 떠나보자.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아이들이 즐겨먹는 떡볶이용 떡을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만든일과 서울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가격이 싼 휴대용 센서를 갖고 다니면서 불량식품과 환경오염을 감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부들이 불량식품을 분별해내거나 생선과 육류의 신선도를 쉽게 알 수 있는 센서, 좋은 물과 나쁜 물을 가려내는 실용화 센서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국민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건강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 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에 관심이 커졌다. 이에 부응해 사람의 몸속이나 몸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센서가 연구개발중이다. 이들은 물리적·화학적 현상을 감지하고 측정해 의사에게 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또한 나빠진 장기의 기능을 대행해주는 인공장기의 제어에 필수적인 센서의 개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생체의 감각기능이 퇴화됐거나 상실된 노인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눈이나 귀와 같은 감각기능을 대행해주는 센서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IT(정보통신)와 BT(생물공학)를 접목해 개발해야 하는 최첨단 신기술에 관련된다. 이들을 넓은 의미에서 바이오센서(bio-sensor)라 한다. 첨단 바이오센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경찰견과 미생물의 공통점
바이오센서라는 단어에는 센서라는 말 앞에 생물이나 생체를 의미하는 바이오(bio)라는 말이 붙어있다. 즉 바이오센서란 생체와 관련되는 모든 센서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따라서 바이오센서의 분류 방법도 광범위하다.
생체물질이 갖는 화학물질 검지능력, 즉 분자 인식기능을 이용한 센서, 생체 또는 생체성분을 측정해 의학연구와 의료진단에 사용되는 센서, 생체의 감각기관을 모방해 만든 센서 등을 바이오센서라 분류할 수 있다. 또한 마약류의 검출이나 범인 수색과 검거에 이용되는 경찰견과 군용견, 그리고 지진 예보에 이용되는 동물도 생체 자체를 센서로 이용하므로 바이오센서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실용화돼 많이 사용중인 바이오센서는 생체물질의 화학물질 검지능력을 이용한 센서와 생체성분 측정을 통한 의학연구와 의료진단용 센서다. 장래에 가장 기대되는 바이오센서는 눈이나 귀 등 감각기관을 모방한 센서일 것이다.
바이오센서에 사용되는 생체물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효소, 미생물, 항원, 항체 등인데, 이들은 용액상태인 대상물질에 녹지 않도록 생체기능성막(고분자막)에 고정된다. 효소와 같은 생체물질은 대상물질과 만날 때 촉매로 작용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또 항원, 항체와 같은 생체물질은 대상물질과 작용해 복합체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온이나 빛, 열, 소리 등이 발생하는데, 센서의 트랜스듀서(전자소자)가 이들을 전기신호로 바꿔준다. 이때 대상물질의 양에 따라 전기신호의 양도 달라지므로, 바이오센서를 통해 대상물질의 양을 알 수 있다.
아미노산 측정하는 대장균
이들 바이오센서 중에서 가장 실용화에 앞서 있는 것이 효소센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최초의 효소센서인 글루코오스센서가 시판됐다. 글루코오스센서는 혈청과 소변, 음료수와 식품의 용액상태 시료에서 글루코오스(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는데 이용됐다. 최근에는 의료용으로 인공췌장에 적용돼 인슐린을 투여하기 위한 혈당치 검출센서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이 밖의 효소센서는 페놀을 측정하거나 수은을 검출하고, 농업용으로 환경계측에도 사용된다.
미생물을 센서로 쓰게된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을까. 효소는 가격이 비싸고 주변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된 센서가 요구됐다. 대부분의 효소는 미생물로부터 추출·정제되고 미생물 자체도 다수의 효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효소 대신 미생물 자체를 소자로 사용한 미생물센서가 제안됐다.
미생물센서 중 대표적인 것이 환경계측용으로 사용되는 BOD센서다. 하천이나 폐수 중에 유기물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측정하면 오염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런 BOD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 BOD센서다. 예를 들어 폐수 처리 시설에 자주 사용되는 효모의 하나가 BOD센서에 사용되기도 했다. 트리코스포론 브라시카에(Trichosporon brassicae)라는 이 미생물이 포함된 센서를 폐수에 넣자 전류가 흘렀고, 이 전류의 양이 폐수의 BOD와 관련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밖에 포도당과 반응하지만 다른 당류나 아미노산과는 반응하지 않는 미생물, 알코올이나 아세트산과 반응하는 미생물 등이 미생물센서로 사용된다. 특히 대장균도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과 반응하기 때문에 미생물센서에 유용하게 쓰인다. 또한 미생물의 돌연변이 정도를 이용해 발암물질을 측정하는 미생물센서도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
병원 안가고 진료받는다
최근 집적회로(IC)기술을 이용해 바이오센서는 초소형화되며, 신호의 검출과 증폭, 그리고 처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다기능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선과 육류의 신선도를 측정하는 시스템이 선보이고 있다. 주정공장에서 출하되는 술의 성분을 분석하거나 알코올의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시스템이 개발돼 이용중이다.
앞으로 바이오센서는 첨단 의료진단용과 인공 감각기관용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현재 의료분야에서는 혈액, 오줌, DNA 등을 이용해 암을 진단하는 센서가 사용되고 있다. 또한 바이오센서는 심전도, 뇌파, 근전도와 같이 생체 내부에서 발생되는 전기현상이나 심장의 박동소리, 피의 흐름, 혈압 등 역학적인 물리량의 생체신호를 검출해 의사에게 진단정보로 제공한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1세기에는 바이오센서가 이런 원격진료의 꿈을 가능하게 해줄 전망이다. 환자가 직장이나 가정에서 바이오센서를 가진 휴대용 측정장치를 전화선이나 무선통신장치에 연결해 자신의 자료를 보내고, 쌍방향 케이블 TV나 텔레비전 전화, 또는 대화방식의 인터넷을 이용해 의사와 대화하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환자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또는 시내를 자유로이 걸어다니면서도 바이오센서를 검출수단으로 해 병의 상태에 대한 자료를 휴대용 기기에 저장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이를 무선 통신수단으로 종합병원에 바로 전송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청각기능 대행하는 인공내이 실용화
센서를 이용한 인공감각기관은 어떨까. 센서의 측면에서 보면 인공눈이나 인공귀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시각센서나 청각센서 중에는 인간의 눈과 귀를 능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시각센서는 전자카메라의 광소자나 CCD 이미지센서가 대표적이다. 현재 맹인을 위해 이런 시각센서를 시신경과 연결하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대표적인 청각센서는 마이크로폰 음향센서다. 청각기능을 대행하는 인공내이는 개발돼 실용화되고 있다.
인공코를 가능하게 할 바이오센서는 인공눈이나 인공귀에 비하면 초보단계에 있다. 아직까지 사람의 코와 견줄만한 인공코가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공코의 전단계인 전자코가 한창 개발중이다. 전자코는 기존의 산소센서, 일산화탄소센서 등 특정기체에만 반응하는 수십개의 센서들을 배열해 하나로 만들고 이들 센서들의 출력을 동시에 분석해 종합 판단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전자코는 냄새의 샘플을 취하는 장치, 여러 기체에 특징적으로 동작하는 센서들의 배열, 그리고 각 냄새의 기체성분으로부터 얻어진 전기신호를 처리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인간이 느끼는 것과 같이 냄새의 특성이나 농도를 출력해 인식한다.
기체성분을 감지하는 여러 원리의 센서 가운데 냄새에 따라 활성재료의 전기저항 변화를 나타내는 구조와 압전소자의 공진 주파수변화를 측정하는 구조를 보자(그림2). 전자는 냄새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활성재료에 반응할 때 전기저항이 변화하는 것을 금속전극으로 측정해 냄새성분을 추정한다. 반면에 후자는 기체분자가 공진 원판(압전소자)에 흡수되면 원판의 질량이 증가해 공진 주파수가 감소하므로 이 주파수를 측정해 냄새를 인식한다.
사람의 혀를 모방한 인공혀도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전자코가 기체에 대해 적용되는 바이오센서인 반면에, 전자혀(인공혀의 전단계)는 고체와 액체에 적용되는 바이오센서다. 전자혀는 전자코와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면 개발과 응용이 짧은 시일내에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