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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천m 높이 해산에 솟아난 독도

침식으로 수명이 다해가는 섬

 

동해의 한복판, 파도에 씻길 듯 외로이 서있는 독도


동해의 한복판, 파도에 씻길 듯 외로이 서있는 독도는 그 크기에 비해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섬이다. 이같은 관심 속에 지난 10여년간 독도에 대해 다양한 조사가 이뤄져 왔다. 1992-1993년 필자(손영관)가 실시한 지질조사를 통해 독도의 나이와 독특한 화산분출 과정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1997년에는 필자(한현철)를 비롯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해양탐사를 벌여 독도의 해저지형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게 됐다. 이를 통해 알게 된 독도의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

독도는 지름이 5백m도 안되는 두개의 작은 섬, 동도와 서도로 돼 있지만 해수면 밑에는 높이가 2천m, 하부 직경이 20-25km에 달하는 거대한 바다 속 산이 있다. 크기로 따지면 한라산만한 화산이 독도 밑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독도해산’(獨島海山)이라고 명명된 이 해산은 일반적인 해산과 달리 독특한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해산의 윗부분이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깎여나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산은 정상부가 평평하다고 해서 평정(平頂)해산이라고 부르는데, 독도는 약 2백m 수심을 갖는 평정해산의 정상부 위에 설치된 첨탑처럼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며 뾰족하게 솟아있다.

동해 바다 속 삼형제

해양탐사를 통해 독도해산 주변에 평정해산이 두개가 더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들은 각각 탐해해산과 동해해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동해의 한복판에 세개의 평정해산이 나란히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러한 해저지형을 바탕으로 과거의 독도 모습과 역사를 재구성해볼 수 있다.

평정해산은 일반적으로 바다 한복판에 만들어진 화산섬이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해수면 윗부분이 깎여나가 평탄하게 된 후 물 속에 잠겨 만들어진다. 따라서 독도해산은 물론 그 옆의 탐해해산과 동해해산 역시 한 때는 커다란 섬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해산을 이루고 있는 암석이 생성된 시기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이때 사람이 살고 있었다면 독도와 그 주변의 섬들을 외로운(獨) 섬(島)이 아니라 삼형제섬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동해 한복판에 이 섬들이 만들어진 후, 이 섬들은 거센 파도에 하나둘씩 깎여나가며 동해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와중인 약 4백50만년 전, 독도해산의 한 곳에서 화산활동이 다시 일어나며 용암이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용암은 물 속에서 분출된 탓에 바닷물에 의해 급격히 식고 깨지며 베개용암과 유리쇄설암을 만들었다. 그 결과 독도해산 위에 수중화산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섬으로 남아있는 독도 탄생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독도가 물 밑에서 위로 올라옴에 따라 분출 모습은 점점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독도 최하부의 암석은 수중에서 분출된 베개용암과 유리쇄설암으로 돼 있지만, 그 위를 덮고 있는 암석은 화산재와 화산암괴가 강한 폭발로 인해 분수와 같이 하늘로 치솟은 후 화구 주위에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응회질 각력암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폭발은 더욱 격렬해졌고, 화산쇄설물은 더욱 잘게 부스러져 응회암이 쌓이기 시작했다. 터져 나온 물질들은 단순히 낙하한 것이 아니라 화쇄난류, 화산재와 가스의 혼합체가 지면을 따라 빠르게 흐르는 현상에 의해 화구 주위로 빠르게 운반되며 퇴적됐다. 화쇄난류는 화산재를 쌓을 때 층리, 사층리, 또는 점이층리와 같이 퇴적암에서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독도의 응회암에서는 이런 구조가 잘 보인다.

한동안 격렬한 폭발이 지속되면서 각력암과 응회암이 쌓였다. 그런 다음에는 대규모의 용암 분출이 일어났다. 이때 분출한 용암은 독도의 상부 암석을 이루고 있으며 멋진 주상절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용암 분출 이후에도 소규모의 분출과 관입이 일어났지만, 이 용암의 분출과 함께 독도의 화산활동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대략 2백50만년 전이다.

이때 분출된 용암의 양은 엄청났다. 그로 인해 독도 분화구의 함몰이 뒤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분화구의 함몰이 일어나면 원 또는 원호 모양의 단층, 즉 환상단층들이 화구를 에워싸며 무수히 만들어지게 된다. 독도의 지질도를 보면 수많은 단층들이 나타나며, 이들이 대부분 북서-남동 방향으로 휘어있는 모양을 보여준다. 필자(손영관)는 이런 단층들이 독도의 북동쪽에 위치했던 화구를 에워싸며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층들은 독도의 독특한 지형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천장굴이나 독립문바위와 같이 독도를 대표하는 해식동굴과 해식아치는 바로 이런 단층의 차별침식으로 만들어진 지형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의 ‘분화구’라고 잘못 알고 있는 지형도 사실은 단층이 교차하는 지점이 차별적으로 침식돼 만들어진 수직동굴이다. 독도의 실제 분화구는 섬의 북동쪽 바다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독도는 지금의 섬에 비해 수십배 더 큰 화산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암석 붕괴 현상 진행중
 

독도는 우리나라 어느 섬에도 비교되지 못할 만큼 취약한 지반을 갖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침식되고 있다.


거대한 평정해산 위에 마지막 한점 섬으로 남아있는 독도의 미래는 어떨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독도는 동해의 거친 해양환경과 기상조건에 놓여있다. 게다가 독도의 응회암과 각력암은 2백50만년의 세월이 짧았던지 아직 충분히 고화되지 않았고, 섬의 상부에 놓인 용암에는 주상절리가 촘촘히 발달해 있어 암석의 붕괴 현상이 지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화구함몰로 인해 생긴 단층들이 암석과 지층을 조각조각 자르고 있는 상태다.

이런 지질학적 조건으로 인해 독도는 우리나라 어느 섬에도 비교되지 못할 만큼 취약한 지반을 갖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침식되고 있다. 2백50만년이라는 지질학적으로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독도 화산체의 대부분이 침식된 점에 비춰볼 때, 독도는 섬으로서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셈이다. 독도보다 약 2백만년 늦게 만들어진 울릉도 역시 독도와 별반 다르지 않은 미래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베개용암

물속에서 분출해 베개모양의 구조를 가진 용암.

유리쇄설암

용암이 물과 만나 급격히 식으며 깨진 부스러기로 이뤄진 암석.

응회질 각력암

화산재와 각진 암편, 즉 돌부스러기로 이뤄진 암석.

응회암

모래입자 크기의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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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한현철 책임연구원
  • 손영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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