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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공책의 줄 간격은 어떻게 정할까?

창고를 정리하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쓰던 공책을 발견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웃음이 나지만 글자 하나하나가 큼직큼직한 게 더 신기하다. 공책의 줄 간격도 어쩜 그렇게 넓은지. 초등학교 저학년 공책과 일반 공책의 줄 간격 차이는 얼마나 되는 걸까? 

 

공책은 한자어로 ‘빈 책’이다. 비어 있는 곳에 내 생각과 지식을 채워 넣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책에 담긴 깊은 뜻만큼 공책의 크기와 두께를 결정하는 방식에도 수학적 원리가 빼곡히 숨어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는 글씨를 작게 쓰기 힘들다. 가로 한 줄로 쓰는 알파벳과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야 하고 받침까지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정확하게 한 자 한 자 눌러 쓰려다 보면 글씨는 커지기 마련이다. 또한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에 따라 글자의 높낮이가 달라지기 쉬워 기준이 되는 가로줄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공책에 그려진 가로줄이 담당하는 임무다.

 

우리나라 공책 중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을 위해 만든 공책은 줄 간격이 13mm 정도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깨치는 사람이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당에서도 이 공책을 사용한다. 초등학교 3~6학년생을 위한 공책은 줄 간격이 9mm 정도다. 중학생부터는 줄 간격이 8mm인 공책을 많이 쓴다.

 

줄 간격이 8mm인 공책도 넓다는 지적이 있다. 심의 굵기가 0.3~0.4mm로 가는 펜을 즐겨 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줄 간격을 6~7mm로 좁힌 공책이 나왔다.

 

이처럼 공책의 줄 간격은 특별한 연구를 거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학생들의 글자 크기를 관찰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줄 간격이 조금씩 다른 공책을 주고 학생들이 가장 쓰기 편하게 생각하는 공책을 골라낸 것이다. 결국 공책의 줄 간격은 학생들이 쓴 글자 크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줄 간격의 평균값으로 정해졌다.

 

 

무거운 종이일수록 글씨가 바르게 써진다!

 

 

공책의 크기를 살피다 보니 자연스레 공책의 무게도 궁금하다. 종이는 무게가 가벼워서 종이 한 장의 무게를 재기보다는 1m2 넓이의 종이를 기준으로 무게를 따진다. 16절 공책은 1장의 넓이가 535.84cm2(이다. 18장 정도를 합쳐야 약 1m2의 넓이가 나온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장 많이 쓰는 공책에는 1m2당 무게가 75g인 종이가 주로 쓰인다. 대학생들이 많이 쓰는 공책에는 1m2당 무게가 85g이 넘는 종이가 들어간다. 공책을 무거운 종이로 만들면 종이의 조직이 촘촘해 글씨가 빠르게 잘 써진다.

 

1m2당 무게가 70g인 종이를 쓰는 공책도 있다. 스프링으로 묶인 연습장이 대표적이다. 만화책에도 같은 무게의 종이를 쓴다. 만화책에 쓰는 종이는 조직이 엉성해 무게는 가벼워도 두께가 두껍다. 이 종이는 인쇄 잉크가 빠르게 마른다는 장점이 있다. 

 

공책은 공부하는 학생에게 있어 오래도록 함께할 친구와도 같다. 필기할 때, 집에 와서 복습할 때, 과제를 할 때 등 전부 공책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오래 보는 만큼 종이의 색은 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종이의 색이 밝으면 느낌이 화사하고 글자가 눈에 잘 띄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눈이 피곤해진다.

 

공책 회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종이 색을 조사한 결과, 학년이 낮을수록 밝은 색의 종이를 좋아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은은한 색의 종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부분 공책은 A4 용지처럼 밝은 종이는 쓰지 않는다. 대신 눈이 편하게 느끼는 색이 옅게 들어간 종이가 많이 쓰인다.

 

공책 한 권에는 몇 장의 종이가 들어갈까? 종이의 매수는 공책의 크기를 정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전지를 3번 접으면 8절 크기의 용지 8(=23)장이 나온다. 이것을 한 꼭지라고 하는데, 한 꼭지의 가운데를 살짝 접어서 묶으면 16절로 된 16장짜리 공책을 만들 수 있다. 두 꼭지를 묶으면 32장, 세 꼭지를 묶으면 48장이 된다.  

 

물론 종이를 한 장 한 장 모아 만든 공책은 종이 매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스프링 공책이나 접착제로만 붙여 만든 공책은 가격에 따라 매수를 정하는데 적게는 45장에서, 많게는 130장이 넘기도 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공책은 24장인 경우가 많다. 대학생은 필기할 것이 많아 40장짜리 공책을 많이 쓴다.

 

 
독일에서는 공책의 규격을 번호로 분류해 표지에 표시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공책은 21번으로 가로로 줄이 그어진 공책이다. 22번은 수학 공책으로 모눈종이가 그려져 있다. 27번 공책은 좌우여백이 구분돼 있다. 4번 공책은 크기가 작아 단어장으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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