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디즈니 애니메이션 만드는 마법 수학

큐레이터 조의 수학미술관 │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전세계인의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어린이에게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어른에게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러분, 그림을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수학’이라는 사실 알고 있으신가요? 수학이 어떻게 애니메이션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는지 지금 알려드립니다. 

 

친구들이랑 게임을 하고 놀다가 인터넷 세상에 접속해버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한 번의 손놀림으로 마법을 부리는 꿈을 꿔 본 적은요? 커다란 귀로 하늘을 나는 코끼리와 친구가 되는 생각은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게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됩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창작 회사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살아 생전에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1928년 미키 마우스와 친구들을 시작으로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와 램프의 요정 지니 등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꾸미는 환상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정교하고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탄생한 건 아닙니다. 디즈니에서 1900년대 중반 처음 선보인 애니메이션은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최고였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조금 어색합니다. 왜냐고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입니다. 셀룰로이드 판에 그림을 한 장, 한 장 그려서 만드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이때 움직이는 동작은 ‘키 프레이밍’ 방식을 이용합니다. 연속된 두 동작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두 동작을 잇는 일련의 이미지를 만들어 넣는 것이지요.

 


여기 전시장에 설치된 조이트로프를 보면 초기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조이트로프는 1834년 영국에서 발명했는데 연속된 동작이 그려진 원통을 회전시키면 마치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시각장치지요. 하지만 이 방식은 오로지 직감과 상상력에 의존해 모든 장면을 연결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파도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미분방정식

 


그런데 요즘 애니메이션은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구현한듯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실제로 디즈니는 새 애니메이션을 발표할 때마다 혁신을 거듭한 기술을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디즈니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첨단 기술이 이용된 이후의 최신 애니메이션도 관람할 수 있게 준비했답니다.


디즈니의 최첨단 그래픽 기술의 정점은 2017년 개봉한 ‘모아나’에서 잘 드러납니다. 모아나는 주인공 모아나가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바다로 떠나며 겪는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모아나가 항해를 할 때 거대한 파도가 무섭게 치며 모아나뿐 아니라 관람객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지요. 이 파도의 생명력은 수학 방정식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시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물방울처럼 형태가 자유롭고 변형이 쉬우며 잘 흐르는 상태를 ‘유체’라고 합니다. 이런 유체의 운동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뉴턴의 제2 법칙(F=ma)을 유체에 맞게 변형한 방정식입니다. 문제는 아직 정확한 답을 구할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죠. 


이에 조지프 테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팀은 ‘APIC’라는 알고리듬을 만들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근삿값을 찾았습니다. 기존에 쓰던 알고리듬으로는 물방울의 속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역동적인 파도를 표현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지요. 연구팀은 물방울을 격자로 나타내고 ‘아핀변환’이라는 수학 이론을 써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아핀변환은 도형의 모양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로, 이를 쓰면 어떤 삼각형도 정삼각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눈의 마법? 수학의 마법!

 


수학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라면, 2013년 흥행작 중 하나인 ‘겨울왕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눈이 쌓인 숲속에서 순록이 주인공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탄 썰매를 끌며 달리는 장면을 기억하나요? 


순록은 뒤에서 쫓아오는 굶주린 늑대들을 피해 두 사람이 탄 썰매를 안간힘을 다해 끕니다. 그 순간, 크리스토프가 중심을 잃고 썰매에서 떨어져 매달려 가게 됩니다. 늑대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크리스토프의 신발을 물고 늘어지지요. 이때 늑대들이 질질 끌려가며 눈 위에 흔적을 남깁니다. 


어떻게 가짜 눈을 진짜처럼 만들어냈을까요? 이 환상적인 눈 장면은 실제 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움직임을 매끄럽게 표현했는데, 여기에도 수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테란 교수팀은 ‘MPM’이라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해 겨울왕국의 눈을 구현했습니다. 눈을 나타내는 데 이 기법을 쓴 게 처음이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눈은 다른 물질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 고체인데, 쉽게 부서지고 물처럼 변형이 쉽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구팀은 물 시뮬레이션에 많이 쓰는 기법을 고체에 적용한 MPM으로 눈을 표현한 것입니다. MPM은 눈 입자 하나 하나를 격자로 나타낸 뒤 눈의 운동을 시뮬레이션합니다. 


디즈니는 겨울왕국이 개봉할 당시 테란 교수의 영상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수학적인 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올해 디즈니는 겨울왕국의 후속작 ‘겨울왕국2’를 개봉할 예정이라는데요,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몇 장면을 공개합니다. 후속작에서는 얼마나 더 멋지고 놀라운 기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지 기대해 보시죠. 앗, 벌써 디즈니 캐릭터들이 마중나와 있네요! 

 

2019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컴퓨터공학
  • 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