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반찬은 소시지볶음이네. 근데 소시지나 햄 같은 가공육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8% 높아진다고 뉴스에서 그랬는데, 다른 반찬은 없는 건가? 그런데 대체 얼마나 위험한 걸까?
2015년 프랑스 IARC(국제암연구소)가 전한 소식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바로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8% 높아진다’라는 내용이었다. WHO(세계보건기구) 소속 기관의 발표라 파장이 더 컸다. 가공육은 맛을 좋게 하고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연기로 향을 입힌 고기를 말한다. 소시지나 훈제 고기가 여기에 속한다.
먼저 이 수치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알아보자. 연구팀은 매일 가공육 섭취 여부와 대장암 발병 여부에 따라 연구 대상을 네 분류로 나눈 뒤 가공육 섭취로 인한 대장암에 걸릴 상대적 위험률을 구했다.
IARC 보고서에는 대장암에 걸릴 상대적 위험률이 1.18로 나와 있다. 그래서 이 수치를 토대로 가공육 섭취가 암에 걸릴 확률을 18% 높인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이 결과에 따라 가공육은 흡연, 술, 석면과 함께 발암 물질 1군으로 분류했다. WHO는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얼마나 분명한지에 따라 1군부터 4군까지 발암 물질 그룹을 나눴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1군으로 분류하기 위한 상대적 위험률의 기준은 정확히 없다. 여러 요인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이 발암 물질로 분류된 건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보고서의 영향이 컸다. IARC는 가공육이 암 발병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통계 보고서 800건을 조사했다. 그리고 보고서마다 제각각인 상대적 위험률에 표준 오차의 역수를 가중치로 생각해 곱하고, 이 값을 모두 더해 평균을 구하는 방식으로 1.18이라는 상대적 위험률을 얻었다.
모래밭 바늘 찾기 돕는 신뢰구간
상대적 위험률은 표본 집단을 뽑아 조사한 결과다. 모든 사람을 조사할 수 없으므로, 그 안에서 표본을 뽑은 것이다. 그래서 이 발표를 보고 ‘누구든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18배 커진다’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표본 집단에서 얻은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2011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9개의 논문을 분석해 상대적 위험률 1.18의 신뢰구간이 1.10~1.28이라고 구했다. 이는 모든 사람의 대장암 발병률 변화를 구한다면 가공육 섭취로 인한 대장암 발병 증가량이 아마 10%에서 28% 사이일 것이라는 뜻이다.
신뢰구간의 폭이 좁으면 모든 사람의 상대적 위험률을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찾은 것이다. 그리고 이 구간을 통해 가공육 섭취와 대장암이 정말 관련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 위험률 1은 가공육을 기준보다 적게 먹은 사람과 많이 먹은 사람의 대장암 발병률이 똑같다는 뜻이다. 즉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한다면 가공육 섭취와 대장암은 관계가 없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가공육을 가구당 하루 평균 50g씩 소비하는 마을에는 그렇지 않은 마을보다 대장암 환자가 1.18배 더 많이 생길까? 또 가공육을 먹을 때마다 내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18배씩 높아진다고 계산해도 될까?
수학 시험에 나올 법한 이 문제의 답은 모두 ‘아니오’다. 누구를 대상으로 상대적 위험률을 구했는지는 보고서마다 다르다. 조사 대상이 50세 이상일 수도 있고, 식습관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곳에서 이뤄진 연구일 수도 있다. 그렇게 얻은 상대적 위험률을 무작정 사용하면 오해의 소지가 커진다.
가공육 섭취가 직접 암을 일으키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가공육을 술안주로 즐겨 먹는 사람은 가공육이 아닌 술 때문에 암에 걸렸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여러 요인을 빼고 가공육 섭취와 암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 이 발표 이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육을 많이 먹는 연령층인 청소년을 포함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가공육 섭취와 암 발병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