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한곳에 두지 않고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개인이 공유하도록 ‘블록’ 형태로 묶고 체인처럼 엮어 저장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미래 사회를 이끌 새로운 경제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 회사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를 만나 블록체인이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을 들어봤다.
Q 블록체인의 핵심 특징은 무엇인가요?
허가가 필요 없는 개방형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힘이에요. 원래 모든 일은 ‘허가’를 바탕으로 중앙 통제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참여하고 보상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일하려면 면접을 보고 연봉 계약서를 써야 하잖아요. 기업의 허가 아래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거죠. 반면 블록체인 산업은 프로토콜만 알면 전세계 어디서든 그 일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어요. 요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 경제 회사들을 보면 이런 방식의 성장이 명확히 드러나요. 유튜브나 우버 같은 회사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유튜브 직원이나 우버 직원이 아니에요. 이들 플랫폼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요. 개인이 네트워크에 참여해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구조죠. 그렇기에 유튜브는 블로그 트래픽과 공중파 방송의 시청률을 상당히 빼앗을 수 있었어요.
Q 플랫폼 회사와 블록체인 회사는 어떻게 다르죠?
아직은 플랫폼 경제가 강하지만 이것도 점점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어요. 투명하지 않은 정산과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죠. 여전히 수익과 정보를 다루는 주체가 중앙에 있어서 충분히 투명하지 않은 거예요. 유튜브 광고로 정확히 얼마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그중 얼마를 개인에게 분배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고,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거래는 이미 여러 번 정황이 드러나며 항의를 받았죠. 이런 플랫폼 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블록체인이에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정보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줄 수 있거든요.
Q 정보 주권을 개인이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죠?
정보가 곧 ‘돈’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개인정보로 돈을 벌고 있는 건 정보의 주체인 개인이 아니에요.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만들어요. 누군가와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기록, 어떤 물건을 어디에서 샀는지 등등. 이런 정보들이 매일 수없이 쌓이는데 생산 주체인 개인은 데이터를 착취당하고만 있어요. 데이터가 여러 사업체에 흩어져 있어서 개인이 가져올 방법도 없고 그걸 활용해서 돈을 벌 방법도 없죠. 블록체인은 이 데이터들을 개인이 관리하고 직접 수익을 만들 수 있게 주권을 돌려줘요. 굉장히 많은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정보를 주면 토큰으로 보상하는 거예요. 데이터를 생산한 개인이 정보를 넘기고 싶은 업체를 선택해서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도록 하는 거죠.
Q 앞으로 가상세계가 생산 활동의 무대라고요?
10년만 지나도 지금 있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없어질 거예요. 당장 몇 년 안에 운전기사라는 개념이 사라질 거고 가판대에 있는 사람이나 서빙하는 사람, 나아가서는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같은 직업도 사라질 거예요. 기능 면에서 인간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반면 유튜브나 게임 같은 가상세계에서의 산업은 점점 커질 거예요. 그런 시대에 블록체인은 가상세계에서 유통되는 자산을 증명해줄 인프라가 될 수 있어요. 즉 블록체인을 통해 가상세계의 현실화가 가능한 거죠. 이에 대한 실험이 블록체인 게임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요. 게임은 인류가 경험한 최초의 가상세계이자 현실에서 실험하지 못하는 걸 과감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장소거든요. 지금 당장 게임에서 실험한 것들을 현실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점점 영향을 끼치게 될 거예요.
블록체인 산업의 의미를 말해주세요.
블록체인은 현실 세계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산업이에요. 옛날에는 사회구조가 한계에 부딪히면 죽창을 들고 일어났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죽창 대신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구로 사회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시도하는 거죠. 저는 이것을 ‘평화로운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현실 문제를 해결할 기술적인 돌파구를 찾는 것도 재미있고, 제가 3~4년 전부터 상상하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며 이 산업에서 일하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