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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입소문이 만들어낸 맛, 품절 대란 스낵

과자 하나 먹자고 온 나라가 난리네. 대형 할인점 앞은 이른 아침부터 과자 한 봉지를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해. 게다가 편의점 ‘오픈런’까지 해야만 먹을 수 있어. 그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근데 나도 먹고 싶다. 대체 어떤 맛이기에 이렇게 난리일까?

 

딱 1년 전 출시된 농심의 ‘먹태깡’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출시 한 달 만인 7월에 1인 2봉지 한정 판매를 했다. 이후 먹태깡은 판매 6개월 만에 1,200만 봉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이런 품절 대란 스낵의 원조는 2014년 처음 세상에 나온 허니버터칩이다. 당시 TV는 물론 흔한 인터넷 광고 하나 없었는데, 출시 3개월 만에 매출액 50억 원이 넘어 화제가 됐었다. 당시에는 한 달에 10억 원 정도만 팔려도 인기 과자로 인정받았다. 허니버터칩은 말 그대로 ‘대박’을 기록한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사례를 통해 왜 없어서 못 파는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품절 대란의 비밀은 입소문에 있다. 입에서 입으로 ‘맛있다’라는 소문이 퍼지고, ‘얼마나 맛있기에 이럴까?’ 하는 궁금증이 번지면서 그 어떤 비싼 광고보다 강력한 홍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당시 허니버터칩이란 단어가 온라인에서 얼마나 쓰였는지 보면 그 파급력을 알 수 있다. 

 

허니버터칩이 처음 세상에 나온 2014년 8월 1일부터 4개월 15일 동안 트위터(현X),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SNS에서 허니버터칩 관련 단어는 모두 14만 2,168번 언급됐다. 허니버터칩이 언급된 횟수를 시간에 따라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출시일 이후 서서히 증가하던 언급량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10월 초까지 허니버터칩에 대한 언급량은 하루 1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열풍’으로 불리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다. 

 

 

그런데 10월 6일 처음으로 세 자릿수의 언급량을 기록한 후 그 수치가 꾸준히 늘어나더니 11월 초에는 하루 평균 1,000번 넘게 허니버터칩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폭발적인 증가는 11월 19일에 있었다. 언급량이 5,320건으로 전날(1,522건)의 3배를 넘었다. 11월 29일에는 언급량이 무려 7,087건을 기록했다. 12월 들어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한 번 올라간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11월 19일 이후로 허니버터칩은 하나의 ‘신드롬’이 됐다. 그전까진 그저 인기 있는 과자였지만, 이때부터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완전히 다른 상태가 됐다. 

 

'인기 밀도'에 갇혀 버린 허니버터칩 열풍

 

 

허니버터칩 열풍은 ‘상전이’ 현상과 닮았다. 물이 100℃에서 끓듯이 허니버터칩도 11월 19일을 기점으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발전했다. 상전이란 특정 온도나 압력을 기점으로 물질의 상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이 얼음이 되는 0℃나 물이 수증기가 되는 100℃처럼 상전이가 일어나는 지점을 ‘임계점’이라 한다. 

 

상전이 현상은 밀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 분자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물은 얼음이 되기도 하고 수증기가 되기도 한다. 허니버터칩의 ‘인기 밀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보자.

 

 

 

11월 한 달 동안 허니버터칩은 약 80억 원어치가 팔렸다. 한 달 동안 최대로 만들 수 있는 양(약 60억 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허니버터칩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의 수가 팔리고 있는 허니버터칩의 개수보다 커지면서 인기 밀도는 점점 높아졌다. 인기 밀도를 낮추는 방법은 간단하다. 허니버터칩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오거나 허니버터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된다. 그런데 허니버터칩의 경우 공급량은 그대로인데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줄지 않아 ‘인기 밀도’가 계속 올라갔고, 어느덧 열풍이 된 것이다.

 

물론 ‘허니버터칩 열풍을 상전이 현상’이라고 말하기엔 연구가 더 필요하다. 통계 물리학적으로 의미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허니버터칩이나 먹태깡 열풍을 정확히 상전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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