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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체험] 잘나가는 엔지니어에서 법의 수호자로! 박의준 보리움법률사무소 변호사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변호사로 진로를 바꾼 박의준 변호사는 공학과 법률을 섭렵‘멀티 플레이어’다. 변호사로 활동하며 직접 자동화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있는 박 변호사를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진로를 변호사로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업 연구소에서 일할 때 휴대 전화의 통신망을 바꾸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냈어요. 당시엔 기술의 한계 때문에 휴대 전화가 한국 통신망을 쓰고 있으면 한국의 방송만 볼 수 있었거든요. 나중에 이 기술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아 전세계 휴대 전화에서 쓰이게 됐죠. 이런 결과를 얻고 나니 엔지니어로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처음에는 치과의사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기술의 특허를 신청할 때 친해진 미국 변호사들이 특허 관련 변호사를 해보라고 권했던 게 떠올랐어요. 변호사가 특허와 관련한 업무를 하려면 기술을 잘 알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미국 변호사들은 대부분 공학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국내 변호사 중에는 학위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요. 


제가 가진 공학 지식을 활용하면 특허 분야에서 인정받는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곧장 로스쿨에 입학했죠.

 

전혀 다른 분야로 진로를 바꿨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수학이나 공학은 이론을 이해하면 이를 응용해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고 새로운 법칙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점이 제 성향과 맞아서 나름 편하게 공부했는데 법과 관련한 문제는 법률의 원리나 판례를 모르면 절대 풀 수 없어요. 그래서 수많은 법과 판례를 공부하느라 애를 먹었죠.


하지만 시야가 넓어지고 겸손함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어요. 진로를 바꾸기 전에는 무조건 엔지니어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학문의 세계를 경험해보니 다른 분야를 이해하게 됐죠.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셨다고요?


새로운 일을 좋아한다는 건 반복되는 업무를 싫어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엔지니어였을 때부터 반복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곤 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보니 간단한 소송도 행정 절차가 복잡했고 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불필요하게 많이 드는 경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법원에서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명령하는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간단한 문서만 작성하면 가능한데도, 변호사를 고용해서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돈을 갚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문서를 생성해 법원에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어요.


법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많이 쓰는 걸 보고 소프트웨어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는데, 실제 이용자들이 한목소리로 ‘억울함이 풀렸다’는 의견을 주는 걸 보니 소프트웨어의 목적과 방향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활용하나요?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개인부터 기업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이 많지 않은 지역까지 전국에서 활용하고 있죠. 70~80대 어르신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편해서 한 번 써본 사람은 계속 쓰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공학적 지식과 경험이에요. 엔지니어로 활동할 때 훨씬 복잡한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법률과 관련된 웬만한 기능과 소프트웨어는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었죠.

 

두 번째는 철저하게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었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사용자가 편할까, 어떻게 하면 비용이 적게 들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용어와 사용 방법 등 소프트웨어를 쓸 때 모르는 부분이 하나도 없도록 했어요. 

 

정보를 입력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항이나 전달할 메시지를 자동으로 뜨게 하고, 법률 용어가 나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옆에 설명을 적어뒀죠. 실제로 소프트웨어에 있는 모든 설명은 백 번 이상씩 고쳐 쓴 거예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계학습을 활용해 채무자에게 가압류를 신청할 때 성공 확률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계획이에요. 가압류를 신청해도 근거나 자료가 부족하면 법원이 거부할 때도 있거든요. 딱 봐도 거부당할만한데 변호사가 선임료를 받으려고 신청을 진행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죠.

 

궁극적으로는 문서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법률서비스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법률 비서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수많은 판례를 조사해 분류해야 하고 최신 기술도 필요해서 한 달에 드는 개발 비용이 변호사의 월급과 맞먹어요. 그래서 아직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구상만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법률과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유명한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제공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변호사가 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저는 변호사가 되기 전 치과의사를 하려다가 늘 비슷한 일을 할 것 같아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성격에 맞게 특허나 개발 등 다양한 걸 해볼 수 있는 변호사로 진로를 바꿨어요. 

 

진로를 잘못 정하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어요. 진로를 바꾸기 전에 조사를 잘 해보고 평생 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본격적으로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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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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