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그 솔리테어는 300년 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 게임이에요. 페그는 ‘말뚝’, 솔리테어는 ‘인내심’이라는 뜻으로, 말뚝과 끈질기게 씨름하다 보면 게임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돼요. 프랑스 왕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1687년 프랑스 잡지 ‘메르퀴르 갈랑’에 실린 그림을 보면 프랑스 안 드 로한 샤보 여왕이 페그 솔리테어를 즐겼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규칙은 간단합니다. 페그(구슬 또는 말) 여러 개를 보드판에 올려놓고, 페그 하나를 잡아 가로 또는 세로 방향으로 옆에 있는 페그를 하나씩 뛰어넘어요. 당연히 빈자리가 있는 곳으로 페그를 움직여야겠죠? 건너뛴 페그는 보드판에서 빼요. 보드판에 페그가 한 개 남으면 게임 끝! 보통 혼자 하는 게임을 솔리테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번갈아 하다가 더 이상 페그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지는 걸로 규칙을 바꿔 즐길 수 있어요.
페그 솔리테어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보드판의 모양이 다양해요.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건 세 종류예요. 두 종류는 십자가 모양으로, 페그를 올려놓는 구멍이 33개와 37개예요. 각각 영국과 프랑스에서 주로 즐겨요. 마지막으로 구멍이 15개인 삼각형 보드판이 있어요.
영국식 페그 솔리테어는 구멍이 33개, 페그가 32개예요. 빈 곳이 있어야 페그를 뛰어넘을 수 있어 그래요. 보통 가운데를 비워놓고 게임을 시작해요. 처음부터 페그를 모두 올려놓고 게임을 진행하면 이기기가 쉽지 않으니 초보자라면 페그를 조금만 올려놓고 즐겨보세요.
마지막 페그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페그 솔리테어를 수학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구멍을 오른쪽 그림처럼 x, y, z 중 하나로 나타내요. 연속한 세 구멍은 서로 다른 문자로 대응해야 하며, 오른쪽 위 방향으로 대각선을 그었을 때 같은 문자여야 해요. 그러면 x, y, z와 숫자 0은 다음과 같은 덧셈 연산을 만족한답니다. ㅜ대수학에서는 이를 ‘클라인 4원군’이라고 불러요.
이제 페그 32개를 가운데 구멍을 뺀 모든 구멍에 올려놓고 페그가 놓인 구멍의 문자를 모두 더해봐요. 첫째줄부터 차례로 더하면 (x+y+z)+(y+z+x)+(x+y+z+x+y+z+x)+(y+z+x+z+x+y)+(z+x+y+z+x+y+z)+(z+x+y)+(x+y+z)=0+0+x+0+z+0+0=y예요. 게임을 한참 진행한 다음 페그가 있는 자리의 문자를 다 더해도 항상 y가 돼요. 믿지 못하겠다고요? 무작위로 페그를 골라 이웃한 페그를 뛰어넘고 페그를 빼서 계산해 보세요. 반드시 y가 나올 거예요. 따라서 마지막 페그도 y 자리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모든 y 자리가 최종 위치가 되지 않아요. 총 11곳 중에 5곳(빨간색 y)에만 마지막 페그가 올 수 있어요.
클라인 4원군은 좌우대칭인 성질이 있어요. 실제로 보드판은 가로축, 세로축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이에요. 그런데 수학에서는 대칭인 자리의 숫자를 같은 것으로 봐요. 정중앙에 있는 y를 (0, 0)이라고 하고, xy좌표로 위치를 읽으면 (1, 1)에 있는 y는 (-1, 1)에 있는 z 또는 (1, -1)에 x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좌우대칭해도 y가 되는 자리, 즉 가로축 혹은 세로축에 있는 y만 최종 위치가 될 수 있어요. 결국 (1, 1)뿐만 아니라 (-1,-1), (-1, 2), (-2, 1), (2,-1), (1, -2)에 있는 y도 최종 위치가 될 수 없어요.
게임을 시작할 때 비워놓는 곳을 바꾸면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서로 다른 게임은 몇 가지나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1, 3)에 있는 x를 비운다고 가정해 봐요. 이때 페그를 최소로 움직여서 승리하는 전략은 (-3, 1)과 (-1, -3), (3, 1)를 비웠을 때와 같을 거예요. 보드판을 가로축 혹은 세로축으로 접었을 때 같은 위치에 놓이니까요. 이처럼 보드판을 회전했을 때 또는 대칭시켰을 때 같은 것을 제외하면 노란색으로 표시한 (0, 1)과 (0, 2), (0, 3), (-1, 1), (-1, 2), (-1, 3), 원래 가능한 (0, 0)까지 총 7곳(노란색)을 빈자리로 뒀을 때만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페그 솔리테어의 해법!
가운데 구멍을 비우고 시작하는 영국식 페그 솔리테어의 필승전략은 어떻게 될까요? 오른쪽 그림과 같이 구역을 6개로 나눠요. 그리고 페그 개수가 적은 1구역부터 차례로 페그를 잡아 먹어요. 1구역에는 세로로 페그 3개가 있어요. 이 페그들은 가운데 구멍을 이용해 모두 잡아먹을 수 있어요. 2구역도 페그 3개가 있고, 1구역과 같은 방법으로 쉽게 없앨 수 있어요.
이처럼 6개의 구역에 있는 페그를 작은 수 구역부터 차례로 없애면 페그 2개가 그림과 같이 남고, 파란색 페그를 가운데로 옮기면 그 사이에 있는 빨간색 페그를 잡아먹어 페그 1개만 남길 수 있어요. 이렇게 구역을 나눠 페그를 없애면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요. 구역의 모양이 같으면 페그를 잡는 방법이 같기 때문에 따져야 할 경우도 훨씬 줄어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