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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모형 만드는 법

실제 전염병 모형을 만들 때는 잠복기, 백신 접종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훨씬 많다. 그래서 SIR 모형을 모체로 두고 추가로 고려해야 할 집단이나 상황을 변수로 넣는다. 한 예로 2014년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교 생물정보학연구소 연구팀이 만든 에볼라 수학 모형을 살펴보자. 에볼라는 1976년 중앙아프리카 자일에서 최초로 보고된 전염병으로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① 전염병의 감염 경로를 이해한다.

 

연구팀은 서아프리카의 특별한 장례 문화를 고려해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서아프리카는 문상객이 죽은 이에게 입 맞추는 풍습이 있어 에볼라 감염자가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과 같은 체액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② 감염 경로에 따라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연구팀은 SIR 모형에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집단(E), 에볼라로 입원 중인 집단(H), 에볼라로 사망한 집단(F)을 변수로 추가했다.

 

③ 각종 변수를 결정해 방정식을 세우고, 시각화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각 집단의 사람 수를 알 수 있는 미분 방정식을 세운다. 이렇게 복잡한 미분 방정식은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 해를 구하고, 그 결과를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 해석한다.

 

 

감기는 SIS 모형, 메르스와 신종플루는 SEIR 모형으로!

 

가장 흔한 전염병인 감기는 주로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데,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만 해도 200종이 넘는다. 감염된 후에 회복되더라도 완전한 면역력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시 감염될 수 있다. 또 감기는 스페인독감이나 천연두와 달리 급격히 퍼지거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감기 같은 전염병을 설명하는 데는 SIR 모형보다는 SIS 모형이 적합하다. 이 모형에서 감염된 개체(I)는 이웃한 건강한 개체(S)를 감염시키거나, 감염에서 회복돼 다시 감염이 가능한 상태(S)가 된다. 이처럼 SIS 모형은 감염이 돼도 아주 심각하지 않는 한 죽지 않으며, 면역이 되지 않아 다시 감염될 우려가 있는 질병을 설명한다.

 

한편 주로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2015년 우리나라에 전파된 메르스는 *잠복기가 2주 안팎으로, 평균 2일 정도인 감기보다 길다.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는 감염되고 나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때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메르스와 신종플루는 SIR 모형에 잠복기와 *잠재기를 모두 포괄한 E 집단이 추가된 SEIR 모형이 적합하다. 이 모형은 SIR 모형보다 조금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공동연구팀은 SLIAR 모형을 이용해 신종플루에 대한 방역 정책을 평가했다. SLIAR 모형은 SEIR 모형의 E 집단을 다시 잠복기 집단(L)과 무증상 감염 집단(A)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무증상 감염 집단이 감염 집단보다 전파력이 떨어진다는 의학적 사실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이처럼 전염병의 특성에 맞춰 수학 모형을 변형해 이용한다.

 

 

동물 전염병도 수학 모형으로 연구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동물 전염병을 연구할 때에도 수학 모형이 쓰인다. 2016년 우간다와 케냐, 영국 국제공동연구팀은 수학 모형을 이용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상황을 예측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멧돼지과 동물들에게 퍼지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연구팀은 SIR 모형을 SEICD 모형으로 바꿔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상황을 예측했다. 이는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에 맞춰 회복 집단(R)을 제외하고, 잠복기 상태인 집단(E)과 병에 걸려 죽은 집단(D),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집단(C)을 포함한 모형이다.

 

연구팀은 SEICD 모형을 통해 20km2 지역 내 9개 마을에서 돼지를 사육할 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대응책으로는 도로 통제와 이동 금지를 포함한 차단 방역과 함께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썼다.

 

결과적으로 초기 발병 후 14일 이내에 철저한 차단 방역을 시행하면 약 74%의 돼지를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는 발병 14일 전에 각 마을의 돼지에게 백신을 주사했을 때(65%)보다 더 효과적이다.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하면 91%의 돼지를 지킬 수 있지만, 이때에도 초기 발병 후 60일 이상이 지나면 30%의 돼지만이 살아남는다. 이처럼 수학 모형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기 차단 방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어 설명

*잠복기 :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간.

*잠재기 :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기까지 걸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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