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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수학자의 발자국, 괴팅겐을 걷다

 

 

“1~100까지의 수를 모두 더하면 몇일까?”


초등학교 수학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1부터 100까지 차례로 더해서 답을 구할 거라 생각하며 문제를 냈어요.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리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쉬기 위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 학생 한 명이 손을 번쩍 들며 답을 말합니다.


“5050이요.”

 

정답이었습니다. 너무 빨라서 선생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답을 맞힌 학생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로 꼽히는 독일의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였습니다. 가우스는 무작정 더하지 않고 규칙을 찾아내 101에 50을 곱해서 답을 구했던 것이지요.

 

괴팅겐은 가우스가 애정을 갖고 머물렀던 곳입니다. 그만큼 가우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지요. 기자가 괴팅겐에 도착한 건 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밤이었어요. 한시라도 빨리 가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다음날이 휴일이라서 문을 닫는 수학과 도서관부터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인 2017년 10월 31일이 마침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이라 괴팅겐은 휴일이었거든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금살금 도서관을 둘러봤습니다. 휴일 전날이라 그런 걸까요? 수학과 도서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외국의 도서관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도서관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어요. 다만 그 건물 안에는 과거에 썼던 수학 도구가 많아서 신기했어요. 오래된 물건을 잘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밤의 레이저 쇼!

괴팅겐에서는 매일 밤마다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초록색 레이저가 천문대에서 출발해 요하니스 교회에 도달하면서 하늘을 수놓는 것이지요. 이 쇼는 기자가 괴팅겐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어요.

 

시간에 맞춰 레이저가 가장 잘 보인다는 장소에 도착해 하늘을 응시했습니다. 기대에 부푼 눈으로 하늘을 훑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레이저가 보이지 않았어요. 계속 기다려봤지만 끝내 레이저를 볼 수 없었지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단 숙소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레이저가 고장 나 수리 중이었다고 하네요.

 

 

이 레이저는 사실 가우스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가우스가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에두아르트 베버와 함께 만든 전신의 원리가 담긴 레이저거든요. 전신은 전류나 전파로 만든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방법 중 하나예요.

 

모스 부호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최초의 전신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최초의 전신은 가우스와 베버가 1833년에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통신하는 데도 성공했어요. 다만 상용화시키않아서,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뿐이에요. 모스부호는 1836년에 개발돼 1844년에 미국 볼티모어와 워싱턴DC 사이의 통신에 처음 쓰였어요.

 

암호화된 메시지를 품고 있는 ‘레이저-전신’은 가우스와 베버가 최초로 통신에 성공한 이후 174년 만인 2007년 11월 19일부터 괴팅겐의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했어요. 전기 신호 대신 짧고 긴 시각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지요. 레이저-전신 발사를 주관하고 있는 괴팅겐의 측정기술 협회 메아주레멘트 팔라이는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레이저-전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퍼즐에 도전해 보십시오. 호기심과 열린 눈, 암호, 좋은 전망만 있으면 됩니다. 메시지를 메모하고 싶다면, 레이저의 일부분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가우스가 1807년부터 천문대장을 맡았던 천문대의 모습. 암호를 품은 레이저는 이곳에서 출발해 요하니스 교회에 도달한다.

 

 

 

 

가우스의 발자취를 따라서

이튿날 아침이 밝자 가장 먼저 간 곳은 가우스와 베버의 동상이 있는 곳이에요. 괴팅겐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지요. 가을이라 가우스의 무릎 위에는 낙엽이 떨어져 있었어요.

 

엇, 그런데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요. 가우스의 손에 술병과 꽃이 들려있었거든요. 이는 학생들이 장난을 친 거라고 해요. 위대한 수학자 가우스에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다니! 그만큼 괴팅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가우스를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는 게 아닐까요?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가우스가 1807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천문대장을 맡은 괴팅겐 천문대였어요. 독일어권에서 3번째로 생긴 대학천문대예요. 가우스는 가난했지만, 천문대장이 된 뒤로 돈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곳은 전신을 품은 레이저가 출발하는 장소 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관측소지만, 최근까지도 쓰였다고 해요.

 

가우스가 천문학을 연구하면서 남긴 업적은 괴팅겐에 도착하면 바로 찾을 수 있어요. 괴팅겐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버스정류장 근처 원뿔 모양 건축물에 가우스의 업적이 새겨져 있거든요. 원뿔 주위로 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가우스가정확하게 계산해낸 왜행성 ‘세레스’의 경로예요.


이 덕분에 가우스는 천문학계에서 명성을 얻게됐고, 천문대장도 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가우스의 묘지예요. 괴팅겐 남동쪽에 있는 헬텐함 공원에 있어요. 공원에 묘지가 있다는 게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이라 신기하지요? 가우스의 묘지를 보니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간 괴팅겐 탐방은 이렇게 끝이 났어요. 수학의 성지 괴팅겐에서 수학을 공부하면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들지는 않을까요? 기자는 운 좋게 괴팅겐대 수학과에서 유학하고있는 한국인 유학생 최송이 씨를 만날 수 있었어요. 괴팅겐에서 수학을 공부하니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수학자가 지나갔던 곳에 머물며 수학을 공부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괴팅겐대 수학과에 계시는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어요.

 

아마도 괴팅겐이라는 곳이 많이 생소했을 거예요.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이 기사를 읽으며 조금은 괴팅겐이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수학을 사랑하는 수학동아 독자라면 괴팅겐을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기록해뒀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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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경환 기자(dalgudot@donga.com)
  • 도움

    윤태영(괴팅겐대학교 사회정책학과 박사과정), 최송이(괴팅겐대학교 수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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