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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를 만나면 일단 뛰어라!

좀비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좀비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칠 것이다. 좀비는 숨어 있는 사람을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 집에 숨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좀비와 싸워봤자 이길 확률도 매우 낮다. 좀비는 아픔을 느끼지 못할 뿐더러 머리가 부서지지 않는 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수학자 토마스 울리는 좀비를 만나면 일단 뛰라고 조언했다. 최대한 멀리 도망치거나 장애물을 최대한 많이 설치해 좀비의 공격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울리는 좀비가 언제 들이닥칠지 알아내기 위해 몇 가지를 가정했다. 우선 좀비가 처음 발생한 장소를 시체가 있는 병원이나 무덤이라고 정했다. 또 좀비는 일반인보다 걸음이 느리고, 절대 뛰지 않는다고 설정했다. 그다음 좀비의 걸음걸이를 수학적으로 나타냈다.

 

울리는 좀비가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걷는다는 데에 주목했다. 좀비는 넘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흐느적거린다. 유일한 목적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사람이 보이면 무작정 그 방향으로 걷는다. 하지만 지능이 낮아 눈앞에서 사라지면 갈 길을 잃고 아무 방향으로나 간다. 따라서 매우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랜덤 워크’는 이러한 걸음걸이를 가장 잘 설명한다. 이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설명하는 확률 모형이다. 기체나 액체 속의 작은 입자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현상을 나타내는 브라운 운동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일로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현상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인다.

 

울리는 최초의 좀비 7명이 아래 그림과 같이 왼쪽 위에 모여 있다고 가정하고, 랜덤 워크 이론을 적용했다. 그러자 아래 그림처럼 좀비들은 서로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연구팀은 일정한 면적 안에 좀비가 얼마나 많은지도 따졌다. 브라운 운동을 하는 입자가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설명하는 ‘확산 방정식’을 이용해 좀비의 밀도를 구했다. 그 결과 무덤이나 병원에서 발생한 좀비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분에 100m2까지 좀비가 퍼질 때 90m 정도 떨어져 있다면 26분 만에 우리 앞에 좀비가 나타난다. 확산 속도가 분당 150m2까지 올라가면 17분으로 그 시간은 확 줄어든다. 만약 좀비가 2시간 거리에 있다면 대략 4시간 뒤에는 좀비의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재빨리 도망쳐 좀비와 맞닥뜨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좀비는 아무리 힘을 써도 지치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쉬지 않고 사람을 쫓는다. 따라서 언젠가는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 그러므로 좀비가 나타나면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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