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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는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다. ‘나노 기술’에 대한 연구 결과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10억 분의 1m를 뜻하는 나노미터(nm) 크기의 물질을 다룬다. 기존 물질과는 성질이 달라서 의료, 에너지, 촉매,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나노 입자를 활용하려면 당연히 나노 입자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노 입자가 어떤 기하학적 모양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모양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밀하고 대칭성을 가진 모양일수록 안정적인 나노 입자일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나노 입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면체 모양일 때가 많다. 나노 입자가 안정적인 것은 나노 입자만의 특별한 성질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나노 입자는 다면체를 좋아해
안정적인 나노 입자의 기하학적 모양으로 ‘정이십면체’가 대표적이다. 정이십면체는 꼭짓점이 12개인 정다면체로 같은 크기의 정삼각형 20개로 둘러싸여 있다. 원자 13개로 만들어진 나노 입자는 이 모양인 경우가 많다. 13개 중 12개는 정이십면체의 꼭짓점에, 나머지 1개는 정이십면체의 중심에 있다. 중심의 원자는 꼭짓점에 있는 12개의 원자와 결합하고, 각 꼭짓점에 있는 원자는 주위의 원자 6개와 결합하고 있다. 그래서 원자 하나를 떼어내려면 적어도 6개의 결합을 끊어야 한다.

결합을 많이 끊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원자 13개로 이뤄져 있으면서 대칭인 또 다른 구조에는 ‘육팔면체’가있다. 이 경우 꼭짓점에 있는 원자는 5개의 원자와 결합하고 있어 정이십면체와 비교해 원자를 더 쉽게 떼어낼 수 있다. 그만큼 덜 안정적이어서 나노 입자는 육팔면체보다 정이십면체의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정사면체 좋아하는 금 나노입자
정사면체 구조를 한 나노 입자도 있다. 2003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원자 20개로 이뤄진 금 나노 입자가 그 주인공이다.

금 나노 입자는 주목받고 있는 나노 입자 중 하나다. 금으로 만든 물건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색이 변하지 않는다. 금으로 만든 고대 유물이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원소와 화학 반응을 하지 않는 안정적인 물질인 것이다.
그런데 금이 원자 20개 이하의 작은 나노 입자가 되면 화학 반응을 잘 일으키는 물질이 된다. 이는 화학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로 활용이 가능하다. 나노 과학을 연구하는 윤복원 조지아공과대학교 물리학과 전산재료과학센터 연구원은 “나노 입자가 연구되기 전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성질”이라며, “나노 분야에서 아직 연구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있어 많은 연구팀이 새로운 성질의 나노 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 생명 활동을 유지하려면 세포가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세포가 성장하면서 커지면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작아져서 물질 교환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세포는 어느 정도 커지면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한다. 이때 세포 안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분열된 세포에 그대로 복제돼야 한다. DNA는 꼬인 매듭처럼 복잡하게 뭉쳐 있어 그 과정을 분석하기란 어렵다. 여기에 위상수학의 한 분야인 매듭이론이 쓰인다.

위상수학과 연결된 매듭이론
매듭이론은 꼬인 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통 매듭이라 하면 긴 줄을 꼬아 묶은 것을 말하지만, 수학에서는 줄의 양 끝을 이어붙인 것을 매듭이라 한다. 가장 간단한 매듭은 아래 그림에서 ➊에 해당하는 ‘원형매듭(풀린 매듭)’이다.
➋~➍번 매듭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사실 원형매듭과 같다. 매듭을 끊지 않고 모양을 바꿔 서로 같은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같은 매듭으로 본다. 원형 매듭을 만든 뒤한 번 꼬면 ➋번 매듭이 나오고, 두 번 꼬면 ➌번매듭이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매듭이론에서는 매듭끼리 서로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오승상 고려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3차원 구 안에 어떤 매듭을 그린 뒤, 그 매듭에 ‘덴 수술’이라는 수학적 과정을 적용하면 새로운 3차원 도형이 만들어진다”며, “위상수학에서 연구하는 어떤 도형이든 이 방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듭이론은 위상수학과 깊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알고 싶은 도형이 있을 때, 매듭을 대신 연구해 그 도형의 성질을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DNA 매듭 푸는 매듭이론
오 교수는 “매듭이론은 물리나 화학, 생물 등 다른 분야에서 선으로 된 것을 모형화해서 다루는데 도움이 된다”며 매듭이론이 다른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 분야의 DNA가 대표적이다.

DNA는 꼬여 있는 상태로 있다가 복제할 때 매듭을 잠시 풀어야 한다. 이때 효소가 꼬인 DNA의 적당한 부분을 끊어 DNA의 매듭을 푼다. 이 과정은 교차점을 몇 번 바꿔야 매듭을 풀수 있는지 해결하는 매듭이론 문제로 볼 수 있다. 매듭이론으로 DNA가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을 밝히고 이해하는 것이다.

효소 생명체의 화학 반응을 돕는 단백질 촉매다.

오 교수는 2015년 최소한의 길이로 가장 효율적으로 묶여있는 DNA의 최적 구조를 매듭이론으로 찾아냈다. 그동안 DNA를 꼬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치적으로 밝혀져 있었지만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증명돼 있지는 않았다. 오 교수는 “과학적 현상을 수학적 논리로 밝히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미시세계를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엑스선 회절법’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몸속의 뼈 등을 검사할 때 쓰는 그 엑스선을 활용해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엑스선을 관찰하려고 하는 물질에 쏘면 엑스선이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전자와 부딪쳐 방향을 바꾼다. 방향이 바뀐 엑스선들은 서로 간섭하며 검출기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이를 ‘회절 무늬’라 하는데, 이 무늬를 역추적해 물질이 어떤 구조인지 분석한다. 

원자의 배열이 규칙적으로 이뤄진 ‘결정’을 예로 들어 엑스선 회절법을 살펴보자. 결정에 엑스선을 여러 각도로 쪼이다 보면 어느 각도에서 검출기에 회절 무늬가 나타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 헨리 브래그와 로렌스 브래그 부자는 이를 수학적으로 정리해 ‘브래그 조건(오른쪽 그림 참고)’을 만족할 때 이런 무늬가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공로로 191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려면 회절 무늬를 분석해야 한다. 이때 ‘푸리에 변환’을 쓴다. 푸리에 변환은 계산이 복잡해서 1940년대까지는 소금 결정인 염화나트륨 같은 간단한 결정 구조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복잡한 구조도 볼 수 있게 됐다.

푸리에 변환 프랑스의 수학자 조제프 푸리에가 만든 수학적 기법으로 시간에 대한 함수를 파장이 다른 여러 함수의 합으로 표현하거나 다시 원래대로 구하는 방법이다.

#미시세계로 떠난 여행은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미시세계에 푹 빠져있을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작아졌던 거지? 알고 보니 누군가가 우리가 미시세계에 관심을 갖고 미시세계를 더 자세히 밝히라는 특명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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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호 수학동아 정보

  •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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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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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복원 연구원
  • 도움

    김재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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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상 교수
  • 도움

    김남희 박사
  • 도움

    홍성철 교수
  • 기타

    [참고 서적] HALLIDAY&RESNICK&WALKER ‘일반물리학’, 콜린 아담스 ‘매듭이론’, 존 타일러 보너 ‘크기의 과학’
  • 일러스트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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