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유는 교육부가 킬러문항이라고 꼽은 일부 문항이 오히려 수학 교육적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면 안 된다는 거예요.
세종 지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 G 씨는 “수학과 교육과정엔 수학의 지식을 이해하고 기능을 습득하는 것과 더불어 문제 해결, 추론, 창의 융합, 의사소통, 정보 처리, 태도 및 실천의 6가지 수학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적혀 있다”면서, “복잡한 사고 없이 단순히 유형 공부만 해서 기계적으로 푸는 것은 수학 공부의 본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교사 A 씨도 “기출 문제를 다시 풀어보며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시험에서 수학 교육적으로 좋은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평 공통 22번 문항은 교육부가 ‘문제 해결 과정이 복잡한 문항’이라고 밝혔지만, 한국수학교육학회 회장인 고호경 아주대학교 교수는 오히려 ‘훌륭한 문제’라고 평했어요. 그는 “3차 함수의 기울기, 증가와 감소 개념을 배웠다면 충분히 풀 수 있다. 그래프를 직접 그려보며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문제”라고 분석했어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상우 책임연구원은 “교육 과정 성취기준에 명시된 사항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직접 그래프를 그려보는 수학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며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 문항도 교육부는 ‘삼각함수, 사인법칙 및 함수의 극한이 결합돼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다소 복잡한 형태의 함수를 다루고 있어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음’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고 교수에 따르면 계산 과정에서 실수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개념은 사용하지 않고, 대수적인 감각이 있는 학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학생, 꼼꼼하게 계산하는 학생 등 저마다의 역량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문항이에요.
그래서 교육 전문가들은 오히려 무조건 정답률이 낮은 킬러문항을 없앨 게 아니라 수학 교육적으로 좋지 못한 문제를 걸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요.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평 공통 12번 문항은 첫째항 a1을 자연수 k에 대해서 4k, 4k-1, 4k-2, 4k-3으로 나누는 기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에 적혀있어요. 김 연구원에 따르면 이 풀이는 대학전공 수학인 <;정수론>;에서 다루는 분할법을 이용한 것이며, 사교육 현장에서 반복 학습하면 빠르게 기법을 적용할 수 있어요. 이 장관이 말한 킬러문항의 의미인 ‘사교육 현장에서 문제 풀이를 반복 연습하면 유리한 문항’인 셈이지요.
물론 수학 교육적인 가치뿐 아니라 수능의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서 좋은 문제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서울 지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 H 씨는 “아무리 바람직한 문항이라도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수능의 특성상 지나치게 난도가 높은 문항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