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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3. 변별력을 놓칠 수 없는 수능

킬러문항이 등장한 이유는 하나였어요. 변별력 확보. 물론 수능은 대학 교육에 필요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수능은 철저히 수험생을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촘촘하게 나누는 등급제로 자연스레 줄을 세워요. 대학 서열이 공고한 우리나라에서 선발적 기능이 강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수학 영역의 경우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척도로 인식돼요. 2024학년도 수학 영역 응시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 비율이 5.3%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이 비율은 2016학년도(6.4%) 이후 최고인데요. 이는 대입 수시 선발 비중(4년제 일반대 기준)이 역대 최고인 78.8%인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시 합격생의 경우 수능에서 2개 영역만 일정 등급(최저학력 기준) 이상의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상위권을 노리는 학생이 아닌 경우 비교적 평이한 영어나 탐구 영역에 집중하고 까다로운 수학은 애초에 포기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지요. 

 

반면 최상위권 학생이 지원하는 대학에선 대부분 수학 영역 점수를 요구해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학 영역에 집중해요. 그러다 보니 고난도 문제를 이용해 이들을 변별하는 것이 수학에서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어요. 지난 9월 모평에서 수학 만점자가 2520명이 쏟아지며, 수학에서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에요.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9월 모평은 반수생이 포함되지 않는 시험”이라며, ‘최상위권 변별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반수생이 들어왔을 때 의대 모집 정원보다 높은 수의 수학 만점자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덧붙여 킬러문항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최상위권 학생의 변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어요.

 

또한 쉽게 출제된 수능을 일컫는 ‘물수능’이 되어 버리면 계산 실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나쁜 시험’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요. 교사 B 씨는 “높은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이 사라지면 결국 누가 실수를 덜 했는지로 변별이 될 것이고 이는 좋지 못한 현상”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유 4. 킬러문항 없애도 사교육비 부담 주는 문항 등장

 

심지어 킬러문항이 사라진다고 정부가 목표로 내건 사교육비 경감이 실현될 거라는 기대감이 높지 않아요. 

 

교사 A 씨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거라 생각한다”면서, “수학이 쉬워지면 어떻게든 변별력을 위해 국어가 어려워지거나 대학별 논구술이 어려워지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돈을 사교육에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교사 D 씨도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준킬러문항이 많아질 것이며, 덩달아 준킬러를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수업이 늘어날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킬러문항 출제 배제로 인해 이를 대상으로 한 고액 과외는 단기적으로 줄어들더라도 사교육의 시장 규모는 쉽게 작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지금까지 킬러문항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많은 교육 전문가가 논란에 그칠 것이 아니라 “킬러문항이 논란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없애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중엔 수능이라는 평가 과정과 수학 교육 과정에 원인이 있다는 입장이 있는데요. 

이처럼 킬러문항 논란은 수능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인지, 바람직한 수학 교육이란 무엇인지, 공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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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 김진화 기자 기자
  • 손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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