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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학적 사고력 고루 평가하는 수능 되길

수학적 사고력 고루 평가하는 수능 되길

 

수학적 사고란 ‘이해’, ‘추론’, ‘내적 문제 해결’, ‘외적 문제 해결’을 종합하는 개념입니다. 이중 ‘내적 문제 해결’은 두 가지 이상의 수학 개념과 원리를 종합적으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꼽은 킬러문항 중에는 여러 개념이 연결돼 출제됐다는 이유로 선정된 것도 있습니다. 이런 문항은 수학적 사고력을 높여줄 뿐 죄가 없습니다. 

 

교육부가 킬러문항이라 꼽은 문항 중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라 생각하지만, 분명 제한된 시간 내에 풀기 너무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과거 수능의 역사에서 많은 학생이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초고난도 문제가 왕왕 나오곤 했는데요. 전 이런 문제가 수능에 나오는 이유는 교육과정의 범위가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수학 영역의 출제 체제는 7차 교육과정부터 ‘학습 내용의 적정화’, 즉 학습 부담을 줄이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습니다. 이를 만든 2010년부터 수학 교육과정의 범위를 계속 축소하니, 한정된 범위에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해서 어려운 문제가 잦아지는 부작용이 생긴 거예요. 

 

또 교육과정의 범위를 축소하는 건 수능이 ‘수학적 사고력’을 고루 평가할 수 없게 해요. 수학적 사고력은 수학 영역 별로 조금씩 달라요. 대수 영역에서의 수학적 사고와 해석, 기하, 확률과 통계 각각의 영역에서 발현되는 수학적 사고가 다르거든요. 그런데 현재까지 발표된 수능 체제 개편안에는 대수, 미적분1, 확률과 통계만 포함되어 있고 기하 영역이 빠져있어요.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 안에서의 도형, 위치, 크기, 방향 등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하는 현대 과학 기술, 특히 컴퓨터 그래픽스, 로봇공학, 항공우주 공학 등 많은 분야에서 필요한 기초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한 핵심 교과입니다. 

 

수능은 학교 현장의 교육 내용 및 교수학습 방법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시험이에요. 앞으로 수능이 학생의 수학적 사고력을 고루 키워줄  방향으로 나아가 미래사회 인재를 키워낼 수 있길 바랍니다. 

 

 

배우는 재미 일깨우는 시험이라면? 

 

시험의 목적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도 자신의 성취를 확인하는 것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능에서의 킬러문항은 학생 스스로 성장을 확인하는 것보다 어떤 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이 높고 낮은 학생을 변별하기 위한 도구로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킬러문항과 같이 어렵고, 교육과정을 벗어날 여지가 있는 문항을 푸는 것이 공부의 핵심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목적은 단지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한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에 있어야 하지요. 공부를 통해 이전까지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배운다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지요. 이것은 시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시험을 통해서 자신의 성장과 성취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평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수능 제도가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이러한 즐거움을 앗아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학생들은 어렵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포함한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단 1점 차로 등급이 갈리고, 대학이 갈리는인생이 걸린 시험 앞에서 학생들은 수없이 좌절하고 있습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의 명목과 별개로 대학에 가서도 고등학교 교과 내용을 다시 공부하는 기초반이 존재할 정도입니다. 수능으로는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거지요.

 

이제 수능은 변해야 합니다. 점수 중심의 시험이 아닌 능력 중심의 시험이 돼야 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말 그대로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평가받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교육 정책을 마련하고 즉시 시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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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고호경(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수학교육전공 교수·한국수학교육학회 회장)
  • 김상우(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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