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이 사라질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킬러문항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에요. 각자가 생각하는 킬러문항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문항을 배제할 수 없는 거예요. 경기 지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 B 씨는 “교사들마다도 킬러문항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면서, “킬러문항이 무엇인지 논의하지 않고 이번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미로 말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과거 수능 수학 영역 출제에 참여했던 대학 교수 C 씨는 “지나치게 계산력을 많이 요구하고 단순 반복적인 과정으로 답을 도출해내는 문항을 킬러문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어요. 서울 지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 D 씨는 “공교육에서 한 공부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정의했습니다. 경기 지역 고등학생 E 씨는 “친구들은 대체로 수학 1, 2등급만 풀 수 있는 문제, 풀이 과정이 복잡해 오답을 유도하는 문제로 생각한다”고 했어요. 사교육계에선 수학 영역 문제 중 정답률이 한 자릿수인 것은 킬러, 그 이상부터 30%대인 것은 준킬러라 보는 시각도 있지요.
심지어 교육부가 6월 26일 킬러문항 예시를 발표하며 킬러문항 기준을 밝혔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와요. 특히 ‘여러 개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해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 또는 고차원적인 해결 방식을 요구하는 문항’을 두고 여러 개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했다고 해서 킬러문항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평 공통 22번, 미적분 30번과 2023학년도 수능 미적분 30번, 2021학년도 수능 나형 30번이에요. 한 대형학원 입시 강사 F 씨는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평 미적분 30번에 대해 “교육부는 등비수열 등 여러 가지 수열의 일반항 및 합, 등비급수 등 다수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됐으니 킬러문항이라 했는데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등비급수를 알려면 당연히 등비수열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개념이 섞여 있는 문항이라고 볼 수 없고, 곱셈 문제를 두고 덧셈과 곱셈의 개념이 섞여 있어 문제라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어요.
교육부의 킬러문항 기준 중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 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에요. 송용진 인하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수학의 매력은 수학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 수 있는 것이며 그게 창의성”이라며,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 방법과 다르다고 해서 문제 있는 풀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 반면 ‘계산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부분은 대부분 동의했어요. 입시 강사 F 씨는 “과도하게 계산 과정이 복잡해 실수를 일으키는 문제는 학생들을 변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을 뿐 사고력을 높이지 않는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