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럼 제대로 한 첫 연구가 뭔가요?
대학원 2학년 때 당시 수리생물학에서 생소한 주제인 ‘생체리듬’을 연구하는 다니엘 폴저라는 젊은 교수가 미시간대에 부임했어요. 폴저 교수는 제약회사 ‘화이자’와 함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약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제게 같이하자고 제안했어요. 4개월짜리 연구인데 1만 달러(현재 한화 1304만 원)를 받을 수 있었어요. 당시 저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어서 큰돈을 받으면 좋은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덥석 하겠다고 했지요.
Q. 결과는요?
처참한 실패였어요(웃음). 그런데 이 주제가 너무 재밌어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어요. 생체리듬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일어나는 우리 몸속의 과정을 의미해요. 이는 우리 몸속에 생체시계가 있어서 가능한데요. 이 연구에는 시간, 주기 같은 개념이 중요하니까 수학이 이 주제에서 큰 역할을 하겠다 싶었어요. 저희 연구 결과를 다시 살펴보니, 사용한 폴저 교수의 식에 오류가 보였어요. 제 제안으로 2년간 식을 고쳐서 2012년에 생체시계에 관한 수리모형을 발표하고 논문을 썼어요. 이게 제가 주도한 첫 공동연구예요.
Q. 2014년에 생체시계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풀고 2015년에 논문을 발표했어요.
제가 발표한 이 수리모형을 보고서 세계 곳곳에서 같이 연구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중 데이비드 벌십 듀크-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원 교수가 ‘생체시계의 핵심인 단백질 ‘PER’이 분해되는 곡선 모양이 특이한데 그 이유를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했어요.
일반적인 단백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분해되는데, PER은 빠르게 분해되다가 천천히 분해되다가를 반복하면서 계단 모양을 그리며 감소한다는 거예요. ‘오? 신기한데?’라고 생각했죠.
Q. 그래서요?
처음 수리모형에 PER 단백질 정보를 넣고 모의실험해 보니 PER이 분해되는 곡선의 모양이 계단 모양으로 안 나오더라고요. 우리 수리모형에 빠진 변수가 있다는 뜻이었죠. 6개월 동안 이것저것 변수를 넣었는데도 안 됐어요. 그러다 우연히 *인산화 관련 논문을 보고, 문득 ‘인산화스위치가 PER 분해와 관련 있지 않을까?’하는 직관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변수를 모형에 넣으니까, 분해 곡선이 딱 계단 모양을 그리는 거예요! 다음 6개월 동안엔 이 예측이 맞는지 벌십 교수가 실제 실험으로 검증했죠.
이런 내용만 담아 논문을 내면 됐는데, ‘인산화 스위치가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을 텐데’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혹시 생체시계 분야에서 계속 풀리지 않던 ‘온도에 상관없이 생체시계 주기가 유지되는 이유’와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컴퓨터로 온도를 바꿔가면서 실험해보니까 인산화스위치가 온도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벌십 교수에게 인산화 스위치를 고장 낸 다음에 온도 변화를 주는 실제 실험을 해보라고 제안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실험해보니 24시간 주기가 깨지더라고요. 결과를 듣고 ‘꺅!’하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하하.
◦ 김 교수가 해결한 생체시계 문제는?
생체시계로 알려진 뇌 속 중추세포 ‘시각 교차 상핵’에는 PER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PER이 많아졌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잠이 오게 하고, 배고프게 만드는 등 우리 몸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를 발견한 3명의 과학자가 그 공로로 201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주변 온도가 달라지면 생체시계 주기도 달라져야 한다. 세포는 온도가 높아지면 반응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체시계는 온도와 상관없이 그 주기가 24시간으로 계속 유지된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들도 못 푼 60년 묵은 문제였다.
김 교수는 수학을 이용해 온도에 따라 PER의 분해 속도를 조절해 생체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인산화 스위치’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