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수학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공동연구를 시작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보통 생물학 학회에서 저를 알게 된 연구자가 제게 연락하거나, 제가 흥미로운 생물학 문제를 발견하면 먼저 함께 연구하자고 연구자에게 제안을 하죠. 모든 연구를 다 하는 건 아니에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문제 자체가 재밌는가’와 ‘수학이 문제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인가’예요.
Q. 교대 근무자의 수면 문제, 항암치료 연구 등 현재 진행 중인 공동연구가 10여 개라고요?
좋은 주제면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동시에 여러 연구를 하고 있어요(웃음). 여러 공동연구를 잘하는 비법이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 거예요. 연구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우리 쪽 상황을 공유하고, 그쪽 상황은 어떤지 계속 물어봐요. 연구란 게 관심이 떨어지면 흐지부지되기 쉽거든요.
또 공동연구자의 입장에서 제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교사로 학생을 가르쳤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생물학자들 앞에서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분자
x가 분해되면 사라진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칠판에 ‘x → Φ’라고 썼어요. Φ를 공집합의 의미로 썼는데, 거기 계신 분들이 아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때 ‘자기가 이해한 대로 설명하면 상대방은 전혀 이해를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상대방은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을 갖고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등을 고려해 설명합니다.
Q. 5년 뒤, 10년 뒤의 목표가 있나요?
목표가 전혀 없습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의 계획만 세워요. 계획이 뜻대로 되지도 않고, 목표를 세우면 딱 거기까지만 해야 할 것만 같잖아요. 오히려 한계를 주는 것 같아서 장기 계획은 세우지 않아요. 다만 오늘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에 따라 5년, 10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해요. 오늘도 제가 열심히 연구하는 이유고요.
◦ 공동연구자가 보는 김재경
"김재경 교수는 모래알을 진주 목걸이로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_교대 근무자의 수면 연구를 함께한(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2015년 한 수면학회에 강연자로 김 교수가 참석했을 때 처음 만났어요. 김 교수 덕분에 효율적으로 많은 수면 연구를 해냈어요.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임상 시험을 하는 데 익숙하지만, 그건 시간과 돈, 노력이 너무 많이 들죠.
김 교수가 컴퓨터 안에서 가상으로 실험해본 결과를 제게 주면 그 정보에 관한 것만 임상 시험을 진행해 검증하면 되어서 수리생물학은 매우 효율적이에요. 올해 김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교대 근무자의 최적의 수면 방법을 찾아주는 앱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힘을 일깨워준 사람입니다."
_FDA 수식 오류를 함께 밝혀낸 (김상겸 충남대학교 약학과 교수)
김 교수는 제 전공을 이해해 나가면서 제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던져줍니다. 이번 논문의 핵심인 ‘약물대사효소의 농도’도 김 교수가 제안한 겁니다.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개념이었어요.
연구를 내면 논문 검수자의 중요한 질문에 답하고 결과를 수정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때 저와 김 교수의 의견에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약학적인 입장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답하려고 했고, 김 교수는 수학적으로 명료하게 증명해 답하고자 했어요. 김 교수 뜻대로 설명했더니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답을 제시할 수 있었어요. 수학의 힘에 감탄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