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수학교육을 전공했는데, 수리생물학자가 된 계기가 뭔가요?
대학 졸업 후에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2006년에 기사 하나를 보고서 수리생물학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미국에서 수학을 이용해 심장질환을 연구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충격적이었어요. 학부 때 수학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제가 전혀 모르는 수학 분야였어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수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구나’라고 처음 생각했어요!
Q. 생물학을 원래 좋아했나요?
(단호하게) 아뇨. 고등학교 때 과학에서 생물 과목을 가장 안 좋아했어요. 수학은 논리만 이해하면 문제를 풀 수 있었는데, 생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본 뒤, 도서관에서 수리생물학 책 2권을 빌려 읽어 봤더니 생물학에 수학이 가미되니까, 생명 현상이 체계적인 논리를 갖추더라고요. ‘생물학도 꽤 재밌네?’라고 느꼈죠.
Q.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에 수리생물학이라는 분야가 너무 생소했잖아요.
네. 수리생물학을 전공한 교수님이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땐 검색 사이트도 잘 돼 있지 않아서 해외에서 수리생물학의 전망은 어떤지, 내가 이걸 전공해도 괜찮을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대학교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정상권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어요.
‘수리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그러자 정 교수님께서 ‘마침 미국에서 수리생물학을 공부한 후배(이남용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교수)가 연구년을 맞이해서 잠시 우리나라에 와 있으니 만나봐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분을 찾았더니 “지금 미국에서 수리생물학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해주셨어요.
도전할 때 먼저 어떤 방법으로든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져야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이남용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미국 유학을 준비했어요. 그때부터 엄청 설레기 시작했어요. 잘 모르는 세계라 그런지 다 잘 될 것 같은 희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 창조의 기쁨!
Q. 2008년부터 시작한 대학원 생활은 어땠나요?
(먼 산을 보며) 하, 정말 힘들었어요.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수리생물학을 전공하려면 학부 4학년과 대학원 생물학 전공 수업 중 3과목을 듣고, 모두 B+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했어요. 바로 4학년 수업을 들으면 낭패를 볼 것 같았지요. 그래서 1학기에 학부 1학년 생물학 수업 3개, 2학기에는 학부 2학년 생물학 수업 3개를 청강했어요. 대학원 수업 하나도 버거운데, 학부 수업까지 모두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려니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요.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울 만큼 주말도 없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3학기가 돼서야 4학년 수업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Q. 미국에서 맛본 수리생물학은 어땠나요?
너무 새로웠어요. 미국에서 수리생물학이 주목받는 분야이다 보니, 흥미로운 수리생물학회들이 많이 열렸거든요. 대학원 여름방학 때 한 달 동안 호텔에서 살면서 돈 걱정 없이 연구자들과 수리생물학 연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가했었어요. 공동연구자 8명과 박테리아가 만드는 패턴을 수학을 이용해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했어요. 처음엔 잘 안 되다가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에 극적으로 구현해냈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수리생물학 연구를 맛본 거라 짜릿했어요. 창조의 기쁨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