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수학자, 김 교수의 아내는 전경아 대전과학고등학교 수학 교사다. 수학교육과 출신인 수학자, 수학 교사 부부는 뭔가 특별한 수학 교육 비법을 갖고 있지 않을까.
Q. 아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딸 맥북, 논문이요. 거실에 아빠 전용 1인용 소파가 있는데, 맥북으로 논문을 읽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멋져 보여서 저도 아빠 같은 수학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아들 ‘미시간의 유재석’이요! 미국 살 때 아빠 별명이에요. 마을 행사에서 진행을 자주 봤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거든요. 근데 전 유재석이랑 외모가 닮아서 생긴 별명 같아요.
아빠 아니거든? 너도 나 닮아서 친구들 많잖아. 너도 ‘대전 유재석’, ‘궁동 유재석’ 어때?
Q. 자녀들을 선행학습 학원에 보낸 적 있나요?
엄마 첫째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수학 학원에 안 보냈어요. 하루에 얼마나 문제집을 풀었는지만 확인했어요. 교육 단계에 맞춰 수학을 차근차근 배웠으면 했어요.
아빠 선행학습엔 장단점이 있어요. 당연히 미리 배우면 점수를 잘 받겠죠. 근데 수학이 재미없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더 알고 싶어서 선행을 하면 괜찮은데, 억지로 하면 수학의 재미를 알기도 전에 수학이 더 싫어지지 않을까요?
Q. 우리 가족만의 수학 공부법이 있나요?
아들 일요일마다 각자 푼 문제 중 하나를 골라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왜 이 문제를 골랐고, 어떻게 풀었고, 왜 틀렸는지 등을 이야기하지요.
엄마 설명하려면 그 문제를 완벽히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의 수준도 알아야 해요. 그 과정에서 문제에 나온 수학 개념을 다양한 수준으로 체득하게 돼요.
딸 수학에 대해 궁금한 개념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 수다를 떨어요. 혹은 사고력 문제집을 풀다가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같이 토론하며 문제를 풀었어요. 근데 아빠는 대부분의 문제를 틀려요.
아빠 하, 진짜예요. 너무 어려워요. 며칠이 걸렸는데 결국 못 푼 문제도 있어요.
엄마 수학자인 아빠도 잘 못 푸는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애들이 수학 문제를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아들 맞아요. 틀려도 뭐, 다시 한번 풀어보면 되잖아요~!
Q. 아빠가 문제를 자주 틀리니까 좋은 점이 있네요.
아빠 수학은 당연히 어려워요. 그걸 학부모와 학생 모두 알았으면 좋겠어요. 원래 그렇게 어려우니까 차근차근 이해해야 하는 과목이지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수학을 공부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아요.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어려운 수학을 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면 좋겠어요. 수학자들도 10번 시도하면 대부분 다 틀려요. 근데 딱 한 번 맞았을 때 느끼는 희열이 수학의 매력이거든요. 미래엔 답을 빨리 맞히는 것보다 한 문제라도 잘 푸는 능력이 중요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