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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파르테논 신전, 대표적인 오해


파르테논 신전은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모시는 곳이에요. 기원전 5세기에 당대 최고의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총감독을 맡아 60여 년에 걸쳐 건설했어요. 단순하면서도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오묘한 매력 때문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1호로 등록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19세기 초 파르테논 신전의 아름다움을 기하학적으로 밝히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후 파르테논 신전이 아름다운 이유가 황금비 때문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1992년 조지 마코스키 미국 메인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쓴 논문 ‘황금비에 대한 오해’에 따르면 파르테논 신전에는 황금비가 없습니다. 마코스키 교수는 파르테논 신전의 길이가 문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또 책마다 가로의 기준이 달랐지요. 어떤 책에서는 기단을 가로로 하고, 다른 책에서는 건축물 꼭대기의 돌출된 부분을 가로로 하는 식이었어요.

사실 파르테논 신전의 길이를 제대로 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2500년 전에 지어진 만큼 부서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또 전쟁으로 신전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어요. 이런 점을 고려해 원래 건축물의 길이를 추정해야 하지요.

마코스키 교수는 이 분야 전문가인 마빈 트라첸버그 미국 뉴욕대 미술사학과 교수와 이자벨라 하이만 미국 뉴욕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측정한 결과를 이용해 파르테논 신전은 황금비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어요. 오히려 파르테논 신전의 가로·세로비는 정수비인 9:4라고 이야기했어요.

파르테논 신전 복원팀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파르테논 신전의 가로·세로비는 9:4가 맞다고 밝히면서 파르테논 신전의 황금비 논란은 끝을 맺었어요. 사실 파르테논 신전은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의 가로·세로비도 9:4예요. 기둥 중심의 간격과 기둥 바깥지름의 길이의 비도 9:4를 따라요.
 


모나리자에도 황금비 없다!
모나리자만큼 논란이 많은 미술작품이 있을까요? 그림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부터 미완성작이라는 설, 액자에 그림을 넣기 위해 일부를 잘랐다는 이야기 등 그림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있습니다. 황금비도 그 중 하나지요.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고 황금비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나리자를 그릴 때 황금직사각형(황금비를 따르는 사각형)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일단 다 빈치가 황금직사각형을 이용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길이를 재서 따져보는 수밖에 없지요. 일단 모나리자 전체의 세로·가로 비율은 76.67÷53.14≒1.44로 황금비율과 거리가 멉니다. 이제 그림의 다른 곳에서 황금비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체 어디에 황금직사각형을 그려야하는 걸까요? 황금비에 대한 기록이 없으니 당연히 이에 대한 지침도 없겠죠. 모나리자가 황금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멋대로 황금사각형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하나 얻어 걸린 것이 있습니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감싸는 직사각형에서 황금비가 나타난다는 거예요. 자로 재면 얼굴의 세로·가로 비율이 정확히 1.6을 따릅니다.

모나리자 얼굴의 1.6은 황금비율일까?
그런데 말입니다. 1.6은 과연 황금비율일까요? 1.618이나 1.6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회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비 중에 ‘단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로·세로 혹은 세로·가로의 비가 8:5가 되도록 그림을 그리는 거지요. 8을 5로 나누면 정확히 1.6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모나리자의 얼굴을 황금비로 봐야 할까요? 단비로 봐야 할까요? 오랜 세월 황금비 연구에 몰두한 마리오 리비오는 단비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나리자뿐만 아니라 다 빈치의 여러 작품이 황금비와 함께 거론되는데, 대부분 황금비와 거리가 멉니다. 다 빈치가 황금비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박제남 인하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는 “황금비를 적용한 예술작품이 많은데, 굳이 황금비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작품을 황금비 작품이라고 소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금비 열풍의 범인은 파촐리
황금비를 이용했다고 잘못 알려진 건 다 빈치 작품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예술품이 황금비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대표적인 예가 밀로의 비너스, 조르주 쇠라의 점묘화, 피트 몬드리안의 기하학적인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황금비 꼬리표가 붙었을까요?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다 빈치에게 기하학을 가르친 루카 파촐리가 쓴 책 ‘신성한 비율’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장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파촐리의 친구 중에는 르네상스시대 예술가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있습니다. 프란체스카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수학책을 읽고 공부했어요. 그 중에는 유클리드의 ‘원론’도 있었지요. 프란체스카는 파촐리에게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여러 수학을 알려줬어요. 그 내용이 흥미로웠던 파촐리는 수학 지식을 더 보태 ‘신성한 비율’이라는 책을 씁니다. 이 책은 예술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지요.

파촐리는 책에서 황금비를 신이 만든 비라며 극찬했어요. 황금비야 말로 예술적인 균형과 조화를 모두 갖춘 완벽한 비라며, 예술가가 이 비를 활용해서 작품을 만들면 좋다고 소개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었는데, 이후 많은 예술평론가들이 완성도가 높은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황금비를 토대로 해야 한다고 오해하지요. 그리고 유명한 작품에 죄다 황금비가 있다고 끼워 맞추기 시작한 거예요.


앵무조개, 황금비 아니다!
앵무조개는 자라면서 껍데기에 붙는 방이 점점 커져 나선 모양을 이루는데, 이 나선이 황금비로 만든 황금나선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도 그럴까요? 미국 수학자 클레멘트 팔보는 2005년 논문 ‘황금비-반대 관점’에서 앵무조개의 나선은 1.24에서 1.43 사이의 비율로 만든 직사각형에서 생긴 나선이라고 밝혔어요.

실제로 재보면 어떨까요? 2012년 미국 수학자 조지 하트는 앵무조개를 잘라 그 단면과 황금나선를 비교했어요. 그 결과 앵무조개 나선의 중심에서 그은 직선과 나선이 만나는 점의 길이는 1cm와 3cm, 9.5cm였고, 황금나선은 1cm와 6.8cm로, 완전히 다른 나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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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호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도움

    박제남
  • 도움

    마리오 리비오
  • 기타

    [참고자료] 박제남 ‘유럽인은 수학 문화의 시초인가’, 박제남, 박민구, 홍경희 ‘M. pei의 유리 피라미드와 Newton의 원뿔대’, 마리오 리비오 ‘황금비율의 진실’, Jonathan Swinton, Erinma Ochu ‘Novel Fibonacci and non-Fibonacci structure in the sunflower: results of a citizen science experiment’, Hadyn Robin Butler ‘Egy
  • 일러스트

    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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