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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학 증명 과정은 롤러코스터 타는 것과 같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 김상현 교수

 

‘김상현 교수는 미분동형사상군의 특이정칙성을 모든 실수 범위에서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유한생성군을 발견해 위상수학의 난제를 해결했다.’ 2020년 7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선정 이유를 본 기자는 8월 고등과학원에서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서 첫 마디를 고백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님,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설명이 한 마디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김 교수님은 수학자조차 자기 분야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웃으며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인터뷰를 지금 시작합니다!

 

 

김상현 교수님의 이번 연구 성과는 대수학과 해석학이라는 서로 다른 수학 분야에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분야를 연결한 것이 왜 중요한 걸까요? 

 

“19세기나 20세기만 해도 전천후 수학자가 가능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진전을 낼 수 있는 수학자는 없어요. 이것도 아주 뛰어난 수학자를 기준으로 말한 것이고 대부분의 수학자는 다른 분야 세미나에 들어가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김 교수님은 수학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분야 간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그럴수록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를 이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어요. 

 

“필즈상 수상자인 윌리엄 서스턴은 수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과 사회를 이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그 말에 동감해요. 이는 논문을 여럿이 쓴다는 의미도 있지만, 혼자서 쓰더라도 그 논문 내용의 이해를 돕는 사회가 있어야 하고 협의를 통해서 그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문제를 푸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학자 사회에 그 개념이 이해될 때까지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방법을 많이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일차적으로는 수학자를 위한 것이지만 결국 그 결과가 전체 사회에 퍼져나갈 거라고 설명해주셨어요.

 

 

핵심 아이디어로부터 증명 완성까지

 

2014년 이 문제를 처음 접한 김 교수님은 풀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요. 

 

“굳이 풀고자 했던 것도 아니고 최종 목표로 삼지도 않았어요. 원래 연구하던 대수적인 것들이 해석학적인 것들로 확장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1~2년에 한 번씩 부분 결과들을 내고 있다가 2년 전쯤에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공간에서 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하는 동역학적 아이디어였고 이를 적용해 최종 결과를 얻게 됐죠.”


핵심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에도 마법처럼 문제가 풀린 것은 아니었어요. 증명을 쓰면서 빠진 부분들을 찾았고 그 구멍을 반복해서 메우는 과정 끝에 결과를 얻었죠. 


“어떤 구멍은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이 보여 막막했고, 그럴 때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이제 주로 방정식을 다루는 대수학과 미분과 적분 등을 연구하는 해석학이라는 서로 다른 수학 분야 사이에 다리를 놓은 김 교수님의 연구 성과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 교수님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10번째 수학자로 만든 연구는 원의 대칭성에 관한 내용이에요. 수학에서 대칭은 어떤 대상을 회전시키거나 늘이거나 줄여도 근본적인 구조가 변하지 않고 ‘일대일 대응’이 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꼭짓점을 시계방향으로 1, 2, 3이라고 표시한 삼각형이 있을 때 몇 도를 돌려도 1, 2, 3이 시계방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존한다면 처음 삼각형과 대칭이라고 볼 수 있어요. 원도 마찬가지예요. 원을 이루는 점들 사이의 구조가 원을 늘이고 줄여도 변하지 않으면 대칭성을 갖고 있다고 해요. 이때 대칭성을 띠는 대상을 다 모은 것을 ‘군’이라고 불러요. 


김 교수님은 “수학에서 무언가를 ‘이해한다’고 하면 그 대상의 대칭군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며, 대칭의 중요성을 설명했어요. 여러 변화를 줘도 바뀌지 않는 근원적인 성질이 대상의 본질이라고 여기는 것이지요.

 

 

난제 해결로 분야 사이에 다리를 놓다


미분동형사상군은 함수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복잡한 정보를 갖고 있어요. 정의역, 치역, 그래프 등등 말이죠. 수학자들은 더 본질적인 구조를 찾기 위해 이 집합에서 많은 정보를 빼버리고 아주 간단한 정보만 남기기로 했어요. 


예를 들어 r이 5인 미분동형사상군이 있을 때 각 함수의 모양과 성질을 다 빼고 이름만 붙여서 a, b, c,…라고 단순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런 뒤 이 원소들끼리 곱한 결과를 나열한 ‘곱셈표’를 만들었어요. 함수 각각의 세세한 정보는 잊고 함수 사이의 구조만 알고자 한 거죠.


문제는 여기에서 등장해요. ‘원래 함수에서 많은 정보를 버리고 버린 결과물인 곱셈표만 보고도 r이 얼마였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영국 수학자 리처드 필립키비츠와 네덜란드 수학자 플로리스 타컨스는 1979년 이 답이 ‘가능하다’ 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그런데 필립키비츠와 타컨스가 증명한 것은 무한개의 전체 곱셈표를 알 때 원래 r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유한개만 보고도 r을 알 수 있는지는 풀리지 않은 난제였죠. 


김 교수님이 푼 것이 이 난제예요. 김 교수님은 규칙에 따라 잘 선택하면 유한개의 곱셈표만 있어도 원래 r이 얼마였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어요. 많을 필요도 없고 5개만 잘 추려내도 미분 가능한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밝혔죠.

 


이번 증명은 해석학과 대수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고 평가돼요. 해석학과 대수학은 서로 아주 거리가 먼 수학 분야인데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두 분야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은 거예요. ‘곱셈표’라는 대수적인 구조로부터 ‘미분 가능한 정도’라는 해석학적인 구조를 복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수학에서 대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요. 

 

김 교수님은 “가장 멀다고도 할 수 있는 두 분야이기 때문에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도구가 생길 때마다 수학자들이 굉장히 재밌어하고 각 분야의 오래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어요. 이번 난제의 해결로 또 다른 대수학, 해석학 난제들이 풀리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에요. 기초과학, 공학 등에 걸친 전 과학기술 분야에 주는 상이라 전체 281명의 수상자 가운데 수학자는 10명밖에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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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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