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노트북을 열고 있는 모습이 낯설다. ‘쉬는 시간이라 게임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옆에 있던 고재석 폴수학학교 교무부장이 말했다. “수업 중이에요!”
폴수학학교는 충청북도 괴산군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안학교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70명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국어와 영어, 과학과 역사 등 모든 과목을 배우지만 수학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2014년 개교 때부터 코딩을 가르쳤고, 올해부터는 필수 과목으로 도입해 수학을 비롯한 다른 과목과 코딩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노트북을 보며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일선 학교에서는 낯선 모습이지만 폴수학학교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고 교무부장은 “모든 과목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철학”이라며, “알고리즘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각 과목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함께 배우면 더 쉬워지는 수학과 코딩
수학과 코딩을 어떻게 함께 배울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최대공약수를 배울 때 개념을 익힌 뒤 그 개념을 코드로 구현해서 직접 계산하기 어려운 큰 수의 최대공약수를 코딩으로 빠르게 확인하는 식이다. 박왕근 교장은 “학생들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를 코딩을 통해 빠르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 코딩을 함께 배우는 것이 학생들에게 무리는 아닐까. 박 교장은 “수학도 코딩도 모두 어렵지만 둘을 같이 하니 의외로 쉽게 배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눈으로 확인하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딩에 대해 ‘1도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물론 코딩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가르쳐 준다. 하지만 학원에서 하는 것처럼 다양한 기능을 배운 뒤 반복적으로 실습하면서 익히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를 풀면서 하나씩 배워나가도록 하고 있다. 박 교장은 “코드를 짜는 기술 길러주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코딩이 왜 필요하며 어디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수학과 관심 분야를 코딩 활용해 연구
폴수학학교 재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수학 분야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주제를 택해 연구를 해야 한다. 여기에 코딩이 더해지면서 탁월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매년 한국수학교육학회와 한국멀티미디어학회에서 학생들이 연구 성과(R&E 결과물)를 발표하고 있다. 또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서 열리는 해외 학회에서 결과물을 발표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에서 만난 김민석(고1) 군은 한창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떤 연구를 했는지 묻자 김 군은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트위터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글을 수집해 각 대통령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트위터에 쓴 말을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로 구분한 뒤 각각 +와 -값을 매겨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김 군은 수학과 코딩을 함께 배우면서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꿈도 갖게 됐다. 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김 군은 “질병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한 뒤 조금 더 효과적인 약을 만드는 연구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