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고와 소통의 시대를 맞아 영재교육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자를 만나 궁금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주제를 직접 선택한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이 모든 일이 현실이 된다.
과학자를 찾아가 만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가 그려가고 있는 과학자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현재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김희주(산본중 3), 이화여대 물리학과 양인상 교수님을 만나고 난 뒤.
헬렌 켈러가 설리반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 있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 최고의 과학자를 만난다면 그 영향력 역시 엄청날 것이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에는 학생 혼자서 과학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과학자 인터뷰’프로그램이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과학자에게 e메일이나 전화로 인터뷰 허락을 받고 약속된 시간에 찾아가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들은 학생들은 대부분 놀라워한다. 언론을 통해 과학자와 연구업적 기사는 많이 봤지만, 본인이 그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과학자 대부분은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했다. 학생들은 소중한 만남을 위해 서울로 대전으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이 던지는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어떻게 해서 과학자가 되기로 결정했나요? (학창시절에 영향을 받은 사람, 사건, 책, 위인 등)
• 왜 현재의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됐나요? 지금의 직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도달하게 됐나요? (학력 및 경력)
•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낄 때와 회의를 느낄 때는 각각 언제인가요?
• 바람직한 과학자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미래에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학자가 되고 연구 분야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과 고민 그리고 현재의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질문들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선배 과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도의 길을 미리 준비하고 각오를 다질수 있었다. 인하대 나노섬유신소재공학부 이한섭 교수를 인터뷰한 윤경섭 학생(분당중 2)은“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듣고 많이 깨달았다. 인터뷰를 통해서 내가 미래에 과학자가 되기 위해, 그리고 과학자가 됐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매우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터뷰를 녹음해 집에 와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과학자와 함께 찍은 사진도 소중히 간직한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기는 것이다. 과학자 인터뷰를 처음 기획한 중등화학 심화반 유미현 지도교수는“과학자의 삶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바람직한 과학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과학자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지 학생(동수원중 2)은 한국화학연구원 소자재료연구센터 석상일 박사를 만난 뒤, 이미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과학자 대 학생의 관계로 만나지만 다음에는 전문가 대 전문가로 만나자는 박사님의 말씀대로, 꼭 꿈을 이뤄서 훗날에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다시 박사님께 인사 드리겠습니다.”
학생의 의견이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반영돼
스마트TV나 SNS는 쌍방향성이 강조되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고르고,개인의 의견을 바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쌍방향성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교육 프로그램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 학기 교육을 마칠 때마다 수업의 만족도를 평가한다. 수업의 난이도, 교수의 참여도, 강의준비사항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원하는 수업 주제에 대한 조사도 이어진다.
전공과목의 교육 외에 전체가 함께 듣는 교양 강좌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평가를 거쳐 다음 교육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문학 작품을 영상으로 소개하는‘영상문학기행’은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평가가 좋지 않은 강좌는 이듬해 교육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작된‘중학생을 위한 여름과학캠프’는 반 편성이나 프로그램 구성을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다. 이 캠프는 영재교육원 학생이 아닌 일반 중학생이나 영재학급 학생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캠프에 앞서 학생들은 탐구 주제 4가지를 골라야 한다. 수학 5개, 정보과학 3개, 물리, 화학, 생물에 각 4개씩 총 20개의 주제가 있다. 이 중 같은 과목에서 2가지 주제를 고르는 학생은 해당 과목의 반에 편성된다. 화학과 생물 과목의 주제가 인기가 높아 그 반에 학생이 많이 몰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기가 직접 선택한 주제를 듣기 때문에 실제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정보과학 분야의 최고 영재를 키운다
최근 해킹이 늘면서 정보보안이 중요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초·중학교에서 정보과학을 깊게 공부할 기회는 부족하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초등학생을 위한 정보과학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가 특화된 아주대의 장점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이다.
‘e러닝 열린 학교’라는 이름처럼 모든 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정보과학 관련 교수들이 열정을 쏟아 교육 내용을 알차게 준비했다. 정보퍼즐, 이산수학에서 프로그래밍까지 24주 동안 정보과학 분야의 기본을 모두 배울 수 있다. 아주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조교로 있어 일대일 지도도 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영재교육원의 정보과학반학생에게만 제공되던 프로그램을 열린 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국의 일반 학생에게 공개한 것이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별로 교육을 진행한다. 영재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온라인을 통해 접한 뒤, 영재교육원에 직접 지원하는 학생도 늘었다.
미니 인터뷰
몰두하는 능력이 영재를 만든다
안녕하세요.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 송용진 원장입니다. 아주대 물리학과 교수기도 하지요. 미국의 영재교육학자인 조셉 렌줄리 교수는 영재란 보통 이상의 능력과 창의성, 과제 집착력이 있는 아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과제 집착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어떤 일에 몰두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주어진 일에 몰두할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창의력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외우기는 잘해도 몰두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답을 생각해 보라고 해도 정답을 가르쳐 달라고 떼쓰기 마련이죠.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찾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많아야 공부가 즐거워집니다. 바로 여기에 행복과 성공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다만 명심할 것은 영재성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재로 판별됐다고 해서 오만해선 안 되는 이유지요. 영재성은 누구에게나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영재성을 꾸준히 유지하도록노력해야 합니다. 영재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영재성을 꾸준히 발휘하려면 건강과 정서적 안정이 필요합니다. 심신이 연약하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함께 연구하는 일에 적응하지 못하면 영재성은 사그라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