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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비행기가 활주로를 뜨지 못하는 이유

두 요원은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저도 비행기 꼬리 쪽에 자리를 잡았고요. 이제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립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창밖을 바라본 지 5분, 10분…. 비행기는 천천히 활주로 위를 달릴 뿐입니다. 비행기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2009년 기준으로 약 20억 명이 매년 공항을 찾았습니다. 국제 민간 항공 기구와 에어버스에 따르면 항공 교통량은 15년마다 2배씩 늘어날 전망입니다. 인천 국제공항만 해도 이미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인 4400만 명을 넘는 승객을 감당해야 합니다. 지금 있는 활주로로는 승객과 짐을 빠르게 실어 나르기가 어렵습니다.

이륙을 기다리던 요원들이 초조해졌나 봅니다. 매년 공항이 붐비는 연말에 300만 건이 넘는 선물을 배달해야 하는 요원으로서 심각한 문제겠지요. 그러나 공항에 새 활주로를 짓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 활주로를 낼 땅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키 작은 요원이 “활주로가 부족하면 비행기를 줄줄이 띄워야지! 한가하게 활주로를 산책할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푸념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줄줄이 통과하듯 비행기가 뜰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와후류’로 계산하는 비행기 시간표
비행기가 하늘로 뜰 수 있는 건 비행기 날개의 윗면과 아랫면에 발생하는 기압의 차이 때문입니다. 비행기 날개의 아랫면에 윗면보다 높은 기압이 생겨 무거운 비행기를 위로 들어올리지요. 이때 날개의 양 끝에서 비행기 몸통 쪽으로 공기가 말려들어 소용돌이가 생깁니다. 뱅글뱅글 회전하는 이 공기의 흐름은 앞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뒤쪽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그래서 ‘와후류’라고 부릅니다.

만약 비행기가 이륙한 뒤 곧바로 그 다음 비행기가 이륙하면 앞서 출발한 비행기가 만든 와후류가 남아 있다가 바로 뒤에 따라오는 비행기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 간격인 ‘분리 간격 규정’이 있습니다.

와후류는 비행기의 무게에 따라 회전 속도와 힘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비행기 모델에 따라 와후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무게가 136톤 이상인 ‘헤비급’ 비행기가 먼저 이륙한 경우, 무게가 17톤 이하인 ‘라이트급’ 비행기는 최소한 158초를 기다렸다가 와후류가 사라진 뒤에 이륙을 시도해야 합니다.

와후류는 날씨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비행기의 무게와 달리 온도와 습도, 풍속 등은 변화무쌍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와후류의 모양과 속도 데이터를 예측한 값과 실제 값의 차이를 나타내는 함수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다음 앞서 비행기가 뜨면서 만들었을 와후류의 속도 데이터를 예측해 이 함수에 대입합니다.

이때 함숫값을 가장 작게 만드는 데이터가 바로 실제 와후류에 대해 가장 잘 알려주는 데이터입니다. 이 값으로 다음 비행기가 얼마나 기다렸다가 이륙해야 하는지 알 수 있지요. 불평하는 요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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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12월의 비밀 조직, S
Part 1. 비밀 조직의 존재를 눈치채다!
Part 2. 수학동아, 조직 S의 비밀을 파헤치다!
Part 3. 게임이론으로 본 항공사의 속사정
Part 4. 요원들이 억울하게 붙잡힌 이유
Part 5. 비행기가 활주로를 뜨지 못하는 이유
Part 6. 선물 나르는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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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도움

    이관중 교수
  • 도움

    장윤석 교수
  • 기타

    참고 자료 이상원 외 <게임이론적 접근법에 의한 이착륙시설의 비용배분>
  • 일러스트

    오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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