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수학자의 강연이 시작됐어. 대수와 정수, 위상, 해석학, 함수 등 분과별 강연과 수상자들의 강연, 분과토론이 매 시간 20군데의 강의실에서 동시에 진행됐지. 너무 많은 강연이 있다 보니 어떤 강연을 들어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였지.
가장 먼저 스미르노프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어. 워낙 어려운 내용이라 많이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중에 나도 이 자리에 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강연을 듣고 나오는데 아는 박사님께서 필즈상 수상자인 빌라니 교수님이 대회장 뒤 잔디밭에 계시니까 가 보라고 알려 주시는 거야.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갔지. 그런데 정말로 잔디밭에 빌라니 교수님께서 계셨어. 어찌나 신기하고 가슴 설레던지. 사실 시상식장에서 뵈었지만 그때는 사람도 많았고 멀리서 봐서 그런지 이런 느낌은 아니었어. 또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거든.
교수님은 프랑스 수학계의 ‘패셔니스타’라는 별명이 있어. 이날도 별명답게 회색 정장에 스카프타이와 거미브로치를 하고 계셨어. 교수님은 옷에 따라 보라색과 빨간색 등의 거미브로치를 항상 달고 다니셔.
그런데 왜 항상 거미브로치를 하고 다니시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물어 봤어. “거미브로치가 수학문제를 풀 때 아이디어를 제공해요. 거미가 없으면 아무 문제도 풀 수 없어요”라고 독특한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어. 조금은 특이하신 분인 것 같아.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필즈상 수상자는뭔가 특별한 수학공부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수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것을 설명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무턱대고 외우면 수를 대입해서 푸는 문제는 잘 풀지만 응용문제나 증명문제는 잘하기 어려워요. 또 수학문제를 풀 때 수학에서만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물리나 화학에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해요”라고 수학공부 방법을 알려 주셨어.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데 물리나 화학이 도움된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라 조금은 생소했어. 우리나라 교수님께 물어 보니까 요즘 수학의 추세가 수리물리, 수리생물처럼 수학과 과학이 합쳐진 형태라서 이런 말을 해 주신 것 같대. 교수님과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었는데 여기저기서 자꾸 교수님을 부르는 거야. 결국 30분 동안의 짧은 만남으로 끝나고 말았어.
22일에는 응오 교수님과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겼었어. 딸과 함께 점심을 드시고 계시는 교수님을 우연히 만났거든. 점심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오후에 강연이 있어 빨리 가야 한다고 하셔서 결국 강연이 끝난 뒤 만나기로 했어. 그런데 부푼 기대감도 잠시 약속시간이 돼 교수님을 만나러 갔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 거야. 23일은 대회 쉬는 날, 24일은 시내 여행을 가신다고 해서 영영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됐지. 결국 궁금한 것을 이메일을 통해 물어 보기로 했어.
응오 교수님께 수학공부가 즐거운지 여쭤 봤어. 수학자는 수학공부가 재미있어서 공부하는 건지 항상 궁금했거든.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풀어 내면 결국 답을 얻게 돼요. 전 그때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느낌 때문에 수학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해 주셨어.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풀어 내면 뿌듯하고 기분 좋잖아. 이 느낌을 말하시는 것 같아. 교수님은 더불어 “수학을 잘 하는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죠. 저도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힘들고 공부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풀어 냈을 때의 행복감이 크기 때문에 계속 하게 돼요”라고 답해 주셨어.
필즈상 수상자 업적➋, ➌ 세드리크 빌라니 교수와 응오바오쩌우 교수
빌라니 교수님은 기체 분자에 큰 충격을 줘도 결국 평형상태, 즉 충격을 받기 전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어. 응오 교수님은 정수론과 함수론이 서로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랭글란즈의 추측 중 기본보조정리를 증명하셨어. 기본보조정리는 어떤 특수함수를 다른 특수함수로 바꿀 수 있다는 거야. 쉽게 말하면 어려운 특수함수 문제를 쉬운 특수함수 문제로 바꿔 풀수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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