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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하이데라바드로 출발하는 아침, 국제수학자대회(ICM)에 참가한다는 설렘과 기대감에 어찌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지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어. 꼬박 11시간을 날아 도착한 하이데라바드. 몬순기간(우기)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무덥지 않았어. 하지만 서울의 여름보다는 더 습했지.

19일 대회 첫날, 대회 측에서 준비한 셔틀버스를 타고 개막식이 열리는 하이데라바드 국제 컨벤션센터로 향했어. 도착하자마자 현장등록을 하고 시상식 장소인 3홀에 들어가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지.

10시쯤 되었을까? 국제수학자대회를 준비한 국제수학자연맹(IMU) 회장과 임원, 인도 수학계의 인사가 무대 위로 올라왔어. 그리고 얼마 뒤 경호원에 둘러싸여 들어오는 한 여성이 있었지. 바로 인도 대통령 프라티바 파틸. 파틸 대통령은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터번이라고 하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나왔어. 이마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빨간 점인 빈디를 찍은 모습이었지.

10시 30분, 드디어 2010 국제수학자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어. 파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인도수학의 역사를 소개하셨어. 숫자 0의 발생지인 인도는 아라비아 숫자를 유럽에 전했고 오래 전부터 대수학과 기하학이 발전했다는 내용이었지. 연설이 끝나자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필즈상 시상이 시작됐어.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누가 상을 타게 될지 무대 위로 시선을 고정시켰어. 내가 받는 상도 아닌데 어찌나 떨리던지….

필즈상의 영광은 편지로 전했던 것처럼 엘론 린덴스트라우스 교수님과 응오바오쩌우 교수님,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교수님, 세드리크 빌라니 교수님께 돌아갔어.

그런데 문득 자신의 수상소식을 몰라 시상식장에 참석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혹시 미리 수상 소식을 들은 건 아닐까? 대회기간 동안 수상자 모두 강연하는데 미리 알려 주지 않으면 강연 준비도 못 하잖아.

필즈상을 비롯한 모든 시상이 끝나고 수상자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마련됐어. 이때가 기회다 싶어 물어 봤지.

그러자 스미르노프 교수님은 “6개월 전에 처음 수상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라고 답해 주셨어.

6개월 전에 알았다니! 소식을 듣고 얼마나 알리고 싶었을까? 이에 대해 물어보니까 “수상자는 시상식이 있을 때까지수상 소식을 비밀로 하는 것이 필즈상의 전통이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해 주셨어. 수상 소식을 알고도 말못하는 상황. 얼마나 힘들까? 원래 칭찬받고 싶은 이야기는 빨리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잖아. 필즈상을 받으려면 수학도 잘해야 하지만 입도 무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질문에 답해 주신 스미르노프 교수님은 학창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참가해 2번 모두 만점을 받아 금메달을 딴 이력이 밝혀지면서 대회 내내 화제가 됐어. IMO 금메달도 대단한데 만점 금메달이라니! IMO에선 한 명에게만 금메달을 주는 게 아니라 등수가 참가자의 $\frac{1}{12}$안에들면 금메달을 줘. 즉 금메달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점수는 아니라는 거지.

필즈상 수상자 중에 은둔 수학자라고 알려진 그레고리 페렐만 박사님, 이번 대회에서 스미르노프교수님과 함께 공동수상한 응오 교수님이 IMO 만점 출신이야. 하지만 2번 연속해서 만점을 받은 수상자는 스미르노프 교수님이 처음이래.

스미르노프 교수님은 “IMO 금메달과 필즈상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때의 경험이 수학자가 되는데 영향을 미쳤고, 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어요”라고 이야기해 주셨어.
 

필즈 메달을 보여 주는 빌라니 교수



필즈상 수상자 업적➊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교수

스미르노프 교수님은 삼각격자 위에서 침투이론을 설명하는 카이 공식과 등각 불변성을 증명하셨어. 침투이론은 모래 위에 빗물이 스며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야. 또다른 업적은 2차원 이징모형의 증명인데, 이징모형은 격자점 위에 원자가 있을 때 서로 어떻게 작용하고 에너지가 정의되는지 나타내는 수학적 모형이야. 교수님이 연구하는 분야를 일컬어 통계물리학이라고 해.
 

파틸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고있는 스미르노프 교수. 필즈상 시상은 개최국 대통령이 하는 게 관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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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도움

    하승열 교수
  • 도움

    최태영 박사
  • 도움

    김민형 교수
  • 도움

    박형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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