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체를 기술하는 수학 정리를 증명해 이론물리학에도 쓰일 수 있도록 한 미국 수학자 이자도어 싱어(아래 사진)가 지난 2월 11일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24년 인쇄업자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싱어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습니다. 물리학도의 길을 걷던 싱어는 수학의 필요성을 느꼈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며 수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물리학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연달아 취득했죠.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컬럼비아대학교 등에서 수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특히 1963년 싱어는 MIT 수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동료 수학자 마이클 아티야와 같이 ‘아티야-싱어 지표 정리’를 증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티야-싱어 지표 정리는 다양체의 특성을 위상수학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정리입니다. 이는 이론물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게이지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초끈이론과 양자장 이론 연구에 기여했습니다. 두 수학자가 수학과 물리학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 것이죠.
싱어는 아티야와 함께 2004년 수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 중 하나인 아벨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당시 싱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성과가 여러 수학 분야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하는 아벨상은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이름을 딴 상으로 2003년부터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일생동안 쌓아온 업적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며 필즈상, 울프상과 더불어 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