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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복


한가윗날 아침, 성묘에 가려고 온 가족이 한복을 입었어요. 알록달록 색이 고운 한복은 평소에 잘 입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편했어요. 한복을 입고 한껏 기분이 들뜬 제게 어머니는 한복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편안한 한복, 알뜰한 우리 옷

우리 옷 한복에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단다. 한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

한복은 옷감을 재단할 때부터 서양 옷과 다르단다. 재단은 옷감 위에 옷을 만들 때 필요한 옷 조각을 그리는 일이지. 우리 몸은 입체로 돼 있어서 평면인 옷감으로 옷을 만들려면 오목하고 볼록한 입체를 생각해야 해.

재단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어. 이 중 하나인 입체재단은 완성된 옷 자체가 입체모양이 되도록 재단하는 방법이야. 아버지 양복 웃옷이 옷걸이에 걸린 모습을 생각해 봐. 양복의 웃옷은 입체로 돼 있지? 둥근 공간에 어깨가 쏙 들어가도록 만들었어. 입체모양의 몸에 옷을 맞추기 위해 옷감의 일부를 접어서 만들었기 때문이야. 서양 옷의 대부분은 입체재단으로 만들어진단다.

그렇다면 우리 옷 한복은 어떨까? 고이 접힌 한복은 바닥에 놓았을 때 평평한 모양이 돼. 한복은 평면재단으로 만들기 때문이야. 입체인 몸에 맞추어 옷감을 접고 잘라 내는 방법을 평면재단에서는 볼 수 없어. 한복은 입기전에는 평평한 모양이지만 입었을 때 비로소 입체가 되는 셈이지.

입체재단은 옷에 몸을 맞춘다면, 평면재단으로 만든 옷은 옷이 사람에게 맞춰 훨씬 편안한 느낌을 줘. 예를 들어 입체모양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팔을 위로 쭉 펴 올리면 어깨부분이 불편하지만, 한복처럼 평면재단으로 만든 옷은 입체로 옷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움직일 때도 불편하지 않거든. 오랜만에 입은 한복인데도 승현이가 편안하게 느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거야.

뿐만 아니라 한복은 알뜰한 옷이기도 해. 이유는 한복을 만들 때 옷감을 거의 버리지 않는 데 있어. 커다란 직사각형 옷감에 옷 조각을 그리고 자르다 보면 버리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야. 특히 옷의 모양이 둥근 곡선이라면 버리는 부분이 더 많아지겠지.

그런데 한복을 재단할 때는 옷감을 둥근 곡선으로 자르지 않아. 직선으로 자르지.

왜 이렇게 곡선으로 자르지 않고 직선으로 자를까? 아마도 오래 전에 는 옷감이 귀했기 때문에 옷감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직선으로 자른것 같아. 몸이 자라 옷이 작아지면 옷의 바느질을 뜯어 옷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옷감을 자르지 않았던 거야.

한복바지 마름질 그림
 

한복바지 마름질 그림


한복바지를 만들 때 필요한 옷 조각은 총 10조각이다. 큰 직사각형 모양 옷감에 직사각형과 삼각형 모양 옷조각이 알뜰하게 배치돼 버리는 옷감이 거의 없다.

저고리 소매 둥근 배
 

저고리 소매 둥근 배


저고리 소매의 둥근 부분을 만들 때도 옷감은 둥글게 자르지 않고 직선으로 자른다. 나머지 부분은 주름을 잡아 불편하지 않도록 안으로 넣는다.

한복바지 속에 뫼비우스의 띠가 있다!
 

한복 바지에 있는 뫼비우스의 띠


승현아. 한복 바지 속에 뫼비우스의 띠가 숨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니? 한복 바지 안에는 뫼비우스의 띠가 무려 2개나 숨어 있어. 뫼비우스의 띠는 긴 직사각형 모양을 한 번 비틀어 꼬아 붙인 띠야. 앞뒤가 없는 독특한 띠지.

한복 바지에 필요한 옷 조각 중 사다리꼴 모양으로 생긴 큰사폭에 삼각형 모양의 작은 사폭을 연결할 때 바로 뫼비우스의 띠가 생긴단다. 이제 한복 바지에 어떻게 뫼비우스의 띠가 생기는지 만들어 보자꾸나.

한복 바지에는 큰사폭과 작은사폭을 연결한 ㅅ모양이 앞과 뒤에 있어. 그러니까 바지 하나에 뫼비우스의 띠가 2개 있는 셈이야. 그런데 실제로 한복을 만들 때 뫼비우스의 띠를 만든 뒤 자르지는 않아. 번거롭기도 하고 띠를 만든 뒤 자르면 큰사폭과 작은사폭의 겉과 안이 바뀌게 되거든. 그래서 선조들은 마름질을 할 때 지혜를 발휘했단다. 서로 다른 직사각형을 대각선으로 자른 뒤 엇갈려서 붙이는 방법이지. 이렇게 엇갈려서 붙이면 겉감과 안감이 바뀌지 않게 돼.

한복 바지에는 뫼비우스의 띠뿐 아니라 ‘클라인 병’이라고 부르는 4차원 구조도 볼 수 있어. 뫼비우스의 띠가 앞뒤가 없는 띠라면, 클라인 병은 안과 밖이 없는 모양이야. 원기둥을 길게 늘여서 자기 몸을 뚫고 들어가 뒤집어진 모양으로 생겼지.
 

바지를 뒤집을 때 나타나는 클라인 병


한복에서 클라인 병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한복바지는 속바지와 겉바지 두겹으로 돼 있어. 속바지와 겉바지 발목을 바느질한 뒤 뒤집을 때 속바지가 겉바지를 뚫고 들어가는데 클라인 병 원리와 같아.

이처럼 클라인 병 구조로 한복바지를 만들면 뒤집기 전에 바지에 솜을 넣어 따뜻한 바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해. 평상시에는 솜을 넣지 않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바지를 뒤집어 솜을 넣은 뒤 입었단다. 옷 한 벌로 여러 계절을 입을 수 있도록 뒤집고 꼬는 방법을 생각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지 않니?

어디가 앞일까?

한복바지는 앞 뒤 모양이 같기 때문에 얼핏 보면 앞과 뒤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복 바지에도 앞과 뒤가 있다. 큰사폭이 오른쪽에 오도록 입어야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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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집에 오는 길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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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 이재웅 기자
  • 도움

    설아침 연구원
  • 도움

    문공화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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