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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에 맞춰 모여! 모두 집합!

‘파란 옷 입은 친구들 모이세요!’라고 할 때, 빨간 옷 입은 친구들은 모일 수 없어요. ‘빨간색’은 ‘파란색’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이처럼 정확한 기준에 따라 모임을 만들어 주는 ‘집합’맛 통조림이 나왔어요. 통조림 속 별미 ‘원소’로 상큼한 맛을 더했습니다. 그 맛의 비결을 함께 알아볼까요?

초등학교 때는 수에 대한 체계적인 포함관계를 공부합니다. 이 과정 없이는 ‘집합’의 개념을 배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6년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수의 범위와 포함관계를 이해하는 공부로 집합의 기초를 다집니다.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집합의 개념을 이해하고 기호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어 두 집합 사이의 포함관계를 배우고, 집합의 연산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수의 범위를 ‘정수와 유리수’까지 확장해 초등학교 때 배운 수의 집합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집합의 연산법칙까지 집합의 개념을 확장합니다.

저…저요? 저도 일어서야 하나요?

“자! 지금 수학동아를 읽고 있는 학생 중 키가 큰 학생은 모두 일어나세요.”
“….”
“많은 학생이 일어서야 할지,말아야 할지를 몰라 머뭇거리는군요. 키가 174cm인 준섭이는 왜 일어나지 않았나요?”
“전 제 키가 큰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키가 크다’고 생각하는 서로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키가 162cm인 지선이는 일어난 반면, 지선이보다 큰 준섭이는 일어나지 않았네요. 만약 질문이 “키가 165cm 이상인 학생은 일어나세요”였다면 머뭇거리는 학생이 없었겠죠?

이처럼 ‘주어진 조건에 의해 그 대상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의 모임’을 수학에서는 ‘집합’이라고 합니다. 집합의 의미를 한자로 살펴보면 모을 집(集)과 합할 합(合)으로 ‘한곳으로 모음’이라는 뜻입니다.체육 시간에 여러 학생이 흩어져 있을 때 선생님이 “집합!”이라고 외치는 것도 이러한 뜻 때문입니다.

집합의 개념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웁니다. 하지만 집합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와 연산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초등 수학에서 배우는 기초 수 개념과 연산 능력, 도형의 포함관계 등이 모두 집합을 배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만남1 수와 연산 개념
 

수와 연산 개념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 수와 연산에 대한 교육과정은 모두 연결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100까지의 자연수 범위에서 수를 이해하고, 2학년 때는 1000까지의 수와 두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 곱셈을 공부합니다. 이렇게 점차 수의 범위와 연산의 범위를 확장해 4학년 때는 자연수의 사칙연산을, 6학년 때는 분수의 사칙연산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중학교 1학년 때는 유리수를, 중학교 3학년 때는 실수를 배워 집합을 이용해 수 체계를 더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만남2 집합의 개념과 표현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13쪽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집합’이란 ‘주어진 조건에 의해 그 대상을 분명히 알 수있는 것의 모임’이라는 것과 집합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대상이 그 집합의 ‘원소’라는 것을 배웁니다. 이러한 집합의 개념은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웠던 수와 연산에 대한 개념과 사회, 과학 등의 다른 과목에서 공부했던 포함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또 그 집합에 속하는 모든 원소를 중괄호인 { } 안에 하나씩 나열하는 원소 나열법과 원소들의 공통된 성질을 조건으로 제시해 나타내는 조건제시법을 배웁니다. 원소의 개수를 셀 수 있는 집합과 셀 수 없는 집합을 배우며 유한과 무한을 구분하게 됩니다.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17쪽


만남3 집합과 연산의 법칙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26쪽


중학교 1학년 때는 어떤 집합 A의 모든 원소가 또 다른 집합 B에 속할 때, A는 B의 부분집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두 집합의 원소가 모두 같을 때, 두 집합은 같은 집합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또 교집합과 합집합, 여집합과 차집합의 개념을 배우고 집합의 연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더 확장된 집합의 개념과 연산 법칙을 공부합니다. 고등학교 ‘집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과정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초 과정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지학사 수학 교과서 17쪽


만남4 명제와 조건
 

중학교 2학년 지학사 수학 교과서 168쪽


초등학교 1학년 ‘분류하기’ 단원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미리 정한 한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각각의 개수를 세는 연습을 합니다. 이것으로 집합과 명제의 뼈대를 잡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어떠한 수학 성질에 대해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명제’를 공부합니다. 가정과 결론을 ‘p이면 q이다’라는 꼴로 배우며 논리의 기초를 다집니다.고등학교 1학년 때는 p와 q를 만족하는 진리집합을 배우며 명제가 참임을 진리집합사이의 포함관계로 증명합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집합과 논리의 연결이 시작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지학사 수학 교과서 23쪽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지!
 

‘이발사는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만 면도해 준다’는 패러독스와 같은 논리의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집합을 정의할 때는 명확한 기준을 이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집합은 수학과 철학, 수학과 논리학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집합이 수학의 기초를 다지는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지만 사실 완벽한 학문은 아닙니다. 그 모순은 논리에서 나타납니다. 그중 하나는 1919년 영국의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증명했습니다. 러셀이 발표한 패러독스는 어떤 이발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발사는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만 면도해 준다’는 패러독스는 ‘이발사는 스스로 면도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 모순이 나타납니다. 그 스스로 면도를 한다면, 스스로 면도하지 않은 사람만 면도해 준다는 주장과 다르고, 스스로 면도를 하지 않는다면 논리에 모순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집합에 대한 모순은 이런 논리에 의해 나타납니다. 집합을 공부하며 논리의 허점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또 이런 논리의 허점이 발견됨에도 집합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봅시다.

이유1 자료를 분류하고 추측하기 위해서

‘우리 반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남자와 여자’ ‘안경 쓴 사람과 안 쓴 사람’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 등 다양한 대답을 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이야기한 기준이 모두 두 집단을 정확하게 나누진 못합니다. ‘남자와 여자’와 같이 누구나 같은 결과를 갖는 기준으로만 정확한 구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학을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기준을 적용하려면 ‘수학을 좋아한다’의 정도 를 결국 수학 시험점수 등의 정확한 수치로 표현해야만 나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집단을 분류하거나 자신이 그 집단에 속하는가를 ‘집합’의 개념을 이용하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을 이용한다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과 영어를 좋아하는 학생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낼 때, 겹치는 부분에 그려지는 학생 수는 두 과목을 좋아하는 학생의 수임을 알게 됩니다.

이유2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우기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매 순간 판단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판단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논리입니다. 집합의 개념은 논리를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은 직사각형이다’라는 명제를 함께 살펴봅시다. 정사각형의 정의는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의 크기가 같은 사각형’입니다. 직사각형은 ‘네 각의 크기가 같은 사각형’이므로 정사각형은 직사각형에 포함됩니다. 이처럼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논리를 구성하는 가정과 결론의 조건을 진리집합의 포함관계로 나타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연역적 추론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연역적 추론이란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 반드시 일어나는 일을 찾는 과정입니다. 연역적 추론은 아는 정보로부터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를 알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라는 일반적인 정보와 ‘현정이는 인간이다’라는 정보를 이용해 ‘현정이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라는 특별한 정보를 얻어내는 생각의 과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집합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과서와 문제집 속에 숨은 의미와 그림자 찾기!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수학 교과서만큼은 비슷해 누구나 같은 내용을 공부하게 돼요. 하지만 같은 내용을 담은 수학 교과서라도 보는 시각을 다르게 한다면 교과서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창고가 됩니다. 자! 그러면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정보와 재미난 활동을 찾아볼까요?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14쪽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14쪽


집합을 이루고 있는 대상 하나하나를 그 집합의 원소라고 합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키가 큰 학생들의 모임, 높은 산들의모임, 멋진 가수들의 모임 등과 같은 조건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조건과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모임은 집합이라고 정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집합에 속하는 원소는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집합을 구성하는 조건과 기준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어느누가 판단을 하더라도 어떤 집합에 그 원소가 속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분명하게 하려면 집합을 정의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 스스로 정의한 집합의 두 원소를 비교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두 원소가 서로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여, 같은 원소가 한 집합 안에 포함돼 있다면 중복해서 쓰지 않으므로 하나만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조건의 집합을 만들어 그 집합에 속하는 원소를 생각해보고 기호로 나타내는 연습까지 한다면 집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25쪽
 

중학교 1학년 비유와상징 수학 교과서 25쪽


중학교 1학년 때는 집합의 연산을 공부합니다. 교집합과 합집합, 차집합과 여집합을 배우고 기호로 나타냅니다. 집합의 연산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벤다이어그램을 사용합니다.

사실 벤 다이어그램은 오일러 다이어그램을 더 자세히 나타내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벤 다이어그램은 보통 전체집합을 U로 표시하고 사각형으로 나타냅니다. U에속한 부분집합 A는 전체집합 U 안에 원으로 나타냅니다. 벤 다이어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연산을 간단히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 지학사 수학 교과서 169쪽
 

중학교 2학년 지학사 수학 교과서 169쪽


중학교 2학년 때는 명제와 그 역에 대한 개념을 공부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명제의 역뿐만 아니라, 이와 대우에 대한 개념까지 배웁니다. 논리를 익히기 위해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는 어떤 활동이 준비돼 있을까요? 사실 중학교 2학년 과정은 명제 의 가정과 결론을 구분하고 명제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따라서 논리를 익히려면 ‘스스로 하기’에 주어진 명제의 역을 구하는 활동에서 끝내지 말고, 명제의 역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제가 참이라 할지라도 그 역은 거짓일 수 있으니올바른 판단이 중요합니다. 명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들을 명제로 만들어 보는 연습을 추천합니다.

역사, 그리고 실생활 속의 집합과 논리

집합론 역설
 

밤하늘의 별을 보면 ‘과연 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밤하늘의 별들의 집합은 셀 수 있는 유한집합이다.


집합론은 1895년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창시했습니다. 칸토어는 삼각함수를 연구하던 중 ‘무한’이라는 개념이 필요해 직접 집합에 대한 이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집합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를 지속할수록 많은 수학자는 칸토어의 이론이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집합론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897년, 이탈리아 수학자 부르알리-포르티는 최초로 집합론 역설을 발표했습니다.

칸토어는 그의 집합론에서 주어진 임의의 가장 큰 수(초한수) 가 있다고 가정할 때, 항상 그 수보다 더 큰 수가 존재하므로 최대자연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 큰 수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과연 어떠한 집합도 가장 큰 수를 원소로 갖는 집합보다 더 많은 원소를 가질 수 없는가?’에 의문을 품고 집합론의 역설을 발견한 것입니다.

부르알리-포르티처럼 칸토어의 집합론 결과에 관련된 역설도 있지만, 1902년 영국 수학자 러셀이 ‘모든 집합을 원소로 가지는 집합은 존재할 수없다’는 것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칸토어의 집합론에 관한 많은 역설이 추가로 생겨났습니다. 이와 같은 집합론의 역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히 이론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한과 무한
 

우리 몸 전체에 들어 있는 적혈구의 수는 셀 수 있는 유한개이다.


사람의 혈액 1mm3에는 약 500만 개의 적혈구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 전체에 들어 있는 적혈구가 약 15조 개 정도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적혈구 개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의학 도구를 이용한다면 적혈구의 정확한 개수를 셀 수 있습니다. 적혈구의 수는 반드시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집합에서는 원소의 개수를 셀 수있는지에 따라 유한집합과 무한집합으로 구분합니다. 초등학교에서는 무한의 개념을 많이 다루지 않습니다. 아마 무수히 많은 것은 밤하늘의 별이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생각해 본 정도일 테니까요. 그래서 처음 무한의 의미를 배울 때 그 범위와 포함관계를 생각하기 어려워합니다. 무한은 우리가 생각했던 단순히 ‘많다’의 개념을 뛰어넘은 것이니까요. 무한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수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합니다. 만약 메모지에 짝수를 모두 써 늘어놓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2, 4, 6, 8, …, 1398434, 1398436,… 등 아마 무수히 많은 메모지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수의 개념이 바로 ‘무한’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유한과 무한, 그리고 집합의 의미 속에 살아갑니다. 오늘도 자신이 어떤 집합의 원소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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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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