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저녁이 되자 고모님 식구가 도착했어요. 고모님네 민수 형은 저랑 가장 친해요. 저녁을 먹기 전, 민수 형은 곧 달이 뜬다고 달을 보러 나가자고 했어요. 모르는 게 없는 민수 형은 달을 기다리는 동안 재미있는 달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번 한가위의 달은 대보름달이 아니야
9월 22일 오늘은 음력으로 8월 15일, 즉 8월의 보름날이야.매달 보름에는 보름달이 뜨지. 하지만 이제 곧 뜰 달이 ‘100%보름달’은 아니야. 보름달은 보름날과 앞뒤로 1~2일 사이의 달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거든. 이 중에서 100% 보름달을 ‘둥근 보름달’이라고 해.
이번 한가위의 둥근 보름달은 한가위 다음날인 23일 18시 17분에 떠. 보름날에 둥근 보름달이 뜨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이유를 알려면 태양과 지구와 달의 관계를 먼저 이해해야 해.
알다시피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 해. 태양 빛을 받아서 그대로 반사할 뿐이지. 그런데도 달은 지구와 워낙 가까이에 있어서 밝게 보여.
다만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의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달의 모양이 다르게 보이지.
예를 들어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정확히 가운데에 놓인다면 어떻게 될까? 태양-달-지구처럼 일직선이 되는 경우인데, 지구에서는 달이 반사한 빛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지. 이 순간을 ‘삭’이라고 해. 삭이 지나면 달에서 빛을 반사하는 면이 조금씩 지구를 향하게 되지. 지구를 향하는 정도를 하루 단위로 나타낸 것을 ‘월령’이라고 해. 삭일 때는 월령이 0일인 셈이지.
올해 음력 8월의 삭은 양력으로 9월 8일 19시 30분일 때야. 음력에서는 삭이 되는 날을 1일로 삼기 때문에 9월 8일이 음력으로 8월 1일이 돼. 그런데 달이 삭에서 다음 삭이 되려면 정확히 29.53일이 걸려. 특히 삭에서 약 15일(정확히 14.8일)이 지나면 둥근 보름달이 돼. 삭과 다음 삭의 중간에 태양-지구-달로 놓여서 달이 반사한 빛을 완전히 볼 수 있을 때를 말하지.
문제는 삭에서 15일이 지난 날이 보름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거야. 삭인 날이 월령은 0일이지만 음력으로는 하루가 많은 1일이기 때문이지. 즉 월령이 15일인 날은 음력으로 16일째 되는 날이야. 그래서 올해 음력 8월의 둥근 보름달은 한가위 다음날인 23일 저녁 에 볼 수 있어.
심지어 어떤 달에는 보름에서 이틀이 지나서야 둥근 보름달이 뜨기도 해. 그 달에 삭이 되는 시각이 23시 59분이라면 둥근 보름달이 뜨는 날은 더 늦어지기 마련이야. 더구나 음력은 한 달이 29일일 때와 30일인 때가 번갈아 있기 때문에 최대 이틀까지 차이날 수 있어.
팔월 한가위와 정월 대보름
한가위라는 이름은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팔월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인 팔월 보름날을 뜻한다. 팔월 한가위를 줄여서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팔월 대보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가위의 보름달이 커 보인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는데 정확한 이름이 아니다.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보름이 정월 대보름을 가리키듯 한가위는 팔월 한가위에만 쓰는 이름이다.
달을 보고 만든 음력
음력은 달이 보이지 않는 삭을 1일로 해서 날짜별로 달의 변화를 잘 나타낸다. 15일쯤 보름달이 되고, 29일이나 30일이 되면 다음 삭을 준비한다.
최고의 보름달을 찾아라
저기 언덕 위를 봐! 기다리던 달이 떠오르고 있어. (조용히 소원을 비는 사이 달은 얼굴을 완전히 드러냈어요.) 아까 저 달이 둥근 보름달은 아니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보통 때보다 더 커 보이지 않니? 혹시 승현이는 보름달을 볼 때 크기가 조금씩 달라 보인다고 느낀 적 없어?
올해는 지난 1월 30일 15시 18분에 보름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어. 이때 달의 겉보기 지름은 33분 30초로 나타났어. 겉보기 지름이란 천체를 우리 눈으로 본 각도를 말해. 이번 한가위에 뜬 보름달은 겉보기 지름이 29분 28초야. 보름달이 가장 크게 보인 날과 비교하면 88%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런데도 한가위의 보름달은 참 커 보여. 여름철에는 장마와 비구름 때문에 보름달을 잘 보지 못하다가,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보면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야.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과 함께 보는 달이기에 유난히 푸짐해 보일 수도 있겠지.
과학자들은 더 뚜렷한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어. 그 결과 발견한 것이 ‘거리착시’야. 보통 우리는 하늘 높이 떠 있는 보름달을 보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한가위 때는 이른 저녁부터 보름달이 뜨길 기다리지. 그러다가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보름달이 떠오르는 걸 지켜보면서 소원을 빌어. 바로 여기서 거리착시가 생겨.
사람은 산이나 건물 사이에 뜬 보름달을 보면 의도적으로 달의 크기를 크게 만든다고 해. 산이나 건물같이 지구에 있는 사물보다 달이 훨씬 멀리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기가 비슷하더라도 달을 더 크게 느낀다는 거지.
✚달을 지구 쪽으로 당겨온다면?
더 큰 달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 영화에는 이런 소원을 이루기 위해 달을 지구 쪽으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달이 지구에 더 가까이 있다면 지구 전체에 큰 변화가 생긴다.
지구는 달이 끌어당기는 힘을 받아 23.5°로 비스듬히 기운 상태로 자전한다. 덕분에 뜨거운 태양열이 지구 여기저기에 고루 퍼지고 사계절의 변화도 생겼다. 지금보다 달이 더 가까워지면 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인다. 이로 인해 자전축의 기울기가 줄어든다면 적도는 더욱 뜨겁고, 남극과 북극은 훨씬 추워진다. 지구 안에서는 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거대한 태풍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달의 영향을 많이 받는 파도가 거세지면서 생태계와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달이 작아진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팀은 달이 조금씩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 표면에서 발견한 절벽 모양의 단층을 조사한 결과, 10억 년 동안 달의 크기가 100m 줄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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