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에는 액체 인간이 등장합니다. 이 액체 인간을 이루는 소재로 잘 알려진 건 액체 금속입니다. 액체 금속을 연구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소주희 연구원을 만나러 갔어요.
액체 금속 방울 퍼지게 하라
영화 <;터미네이터>;의 액체 인간 T-1000은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입니다. 영화 속에서 슬라임처럼 자유자재로 겉모습을 바꾸며 주인공을 끈질기게 괴롭히지요. 물방울처럼 모이기도 하고, 흘러내리기도 하다가 사람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T-1000을 이루는 액체 금속이 겉모습을 바꿀 수 있는 비밀은 녹는점에 있어요.
수은이나 갈륨 등의 액체 금속은 녹는점이 낮아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폴더블폰(접을 수 있는 핸드폰) 등 전기가 통하면서도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전자회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액체 금속은 표면장력●이 높아 물방울처럼 응집해 있습니다. 이렇게 모여 있으면 흩어지는 것이 쉽지 않아 액체 금속을 다른 물질에 코팅시키는 것이 어렵지요. 2022년 8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구형준 교수팀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주희 연구원이 액체 금속이 스스로 퍼지게 하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구리 기판에 액체 금속의 한 종류인 갈륨 인듐 합금 방울을 올려놓고 염산 증기에 노출시켰어요. 그러자 액체 금속 방울 겉에 있던 산화 막이 염산 증기에 반응해 녹아 내리며 구리 기판을 얇게 코팅했어요.
연구팀은 구리 기판의 표면에 미세한 기둥들을 좁은 간격으로 세웠어요. 이때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 액체 금속이 젖어들 때 기둥 사이로 흘러갑니다. 미세 기둥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면 원하는 곳에만 갈륨을 코팅할 수 있답니다.
●표면장력 : 특정 액체의 분자들이 서로 잡아당겨 다른 물질에 닿는 표면을 작게 만들려고 하는 힘.
●모세관 현상 : 가느다란 관을 따라 액체의 분자들이 끌려가며 이동하는 현상.
인터뷰 소주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사람처럼 부드러운 로봇 만들 수 있을 것”
Q이 연구에서 액체 금속으로 갈륨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갈륨은 독성이 없고 다른 물질과 반응을 적게 하는 액체 금속이기 때문입니다. 액체 금속 중 수은은 독성이 있어서 위험하고 끓는점이 낮아 쉽게 증기로 변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나머지 액체 금속들은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해 성질이 변해버리고요.
Q액체 금속은 앞으로 어디에 더 활용될 수 있을까요?
간병 로봇에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로봇은 사람보다 딱딱하고 만졌을 때 느낌이 다른데, 액체 금속을 활용하면 더 유연하게 움직이고 부드러운 재질을 가진 로봇을 만들 수 있죠. 그럼 간병하는 사람과 신체적인 접촉이 있을 때 덜 다치게 할 수 있어요.
Q앞으로 액체 금속에 대해 추가로 하고 싶은 연구가 있나요?
이번에 방울에서 퍼지게 만들었다면, 반대로 액체 금속이 중력을 거슬러 세워지거나 특정한 모양을 갖추도록 해보고 싶어요. 영화 <;터미네이터>;의 액체 인간을 보면 액체로 퍼져 있던 상태에서 인간의 모양을 갖춰나가기도 하는데, 현실에서는 아직 이게 불가능합니다. 이런 점을 극복한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