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임으로 과속방지턱을 만들었다는 놀라운 소식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원진 연구원팀을 찾았어요. 2022년 12월 13일에 만난 나 연구원은 “이 슬라임의 재료는 여러분이 부엌에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지요.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과속방지턱?
“주머니를 손으로 천천히 쥐어봤다가 빠르게 쥐어 보세요!”
연구실에 들어서자 나원진 연구원과 정인준 연구원이 감자 전분과 물을 섞은 슬라임이 담긴 주머니를 보여줬어요. 만져보자 주머니 속의 슬라임은 고체보다는 걸쭉한 액체에 가까웠어요. 주머니를 손으로 천천히 눌렀더니 예상대로 손가락이 주머니 속으로 쑤욱 들어갔어요. 이어 빠르게 주머니를 쥐었더니 묵직한 덩어리가 만져졌지요. 분명 같은 주머니를 만졌는데 말이에요.
이 슬라임이 이러한 특성을 띠는 이유는 ‘비뉴턴 유체’의 특성 때문입니다. 액체에 전분처럼 물에 녹지 않는 미세한 고체 입자를 많이 넣었을 때 만들어지는 물질을 비뉴턴 유체라고 해요. 이 물질은 액체에 가깝지만, 고체 입자가 녹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액체와는 다릅니다.
비뉴턴 유체를 천천히 밀면 물질 속에 액체와 고체 입자가 힘에 천천히 밀리며 물처럼 흘러가요. 반면, 빠르게 힘을 가하면 혼합물의 고체는 밀려나지 않고 끈끈하게 뭉치죠. 힘이 사라지면 다시 액체처럼 변하고요.
연구팀은 비뉴턴 유체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과속방지턱을 만들었어요. 물에 감자 전분을 약 60% 섞었지요. 기존의 과속방지턱은 자동차가 천천히 지나갈 때도 충격이 많이 발생해서 탑승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덜컹하는 소음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슬라임으로 만든 과속방지턱은 자동차가 느린 속도로 지나가면 액체처럼 부드럽게 퍼져 평평해져요. 반대로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이 위를 지나가면 과속방지턱이 고체처럼 뭉쳐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되지요.
나원진 연구원은 “전분 슬라임은 시간이 흐르면 상해버리는 한계가 있어 다음에는 버려진 미세플라스틱을 모아서 과속방지턱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어서 “장난감으로 참신한 물건을 많이 개발할 수 있다”며 “어린이 독자들이 평소에 장난감을 호기심 넘치는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