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을 띠며 물컹물컹하게 늘어져 있는 이 물체, 똥 같다고요? 똥이 아니고 슬라임으로 만든 로봇이에요. 슬라임으로 로봇을 만든 사연이 궁금해 연구를 진행한 홍콩중문대학교 리 장 교수팀에 연락해 봤습니다.
미세한 틈도 문제없이 지나간다
2022년 3월 홍콩중문대학교 기계자동엔지니어링학과 리 장 교수팀이 슬라임으로 탁구공 크기의 로봇을 만들어 공개했어요. 슬라임의 주재료인 폴리비닐알코올(PVA)과 붕사에 네오디뮴 자석 가루 입자들을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자성을 띠고 있지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자석을 움직여 로봇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자성을 띤 로봇 슬라임이라 할 수 있지요. 연구에 참여한 멍멍 썬 연구원은 “영화 <;베놈>;에서 자유롭게 모양이 변하는 캐릭터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 로봇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석 여러 개를 이용하면 로봇의 일부는 고정해 두고 다른 부분은 이동시켜 로봇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요. 로봇이 자기 몸 길이의 7배까지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건 물론,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도넛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로봇을 길게 늘여 뜨리다가 돌돌 감기게 만들 수도 있고요. 로봇이 도넛 모양이나 감기는 모양으로 바뀌면서 근처에 있는 물건을 감싸다가 삼켜버릴 수 있습니다. 전기 전도성이 있어 끊어진 전기선도 연결해 작동시킬 수 있지요.
리 장 교수는 “사람의 몸에 이 로봇을 주입하면 사람이 실수로 삼킨 이물질을 로봇이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수술 중 인체 내 이 로봇을 넣으면 로봇이 대신 체내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등의 치료와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지요. 멍멍 썬 연구원은 “기존에 몸속에 넣던 로봇은 실리콘 등의 물질을 활용했는데, 유연성이 부족했고 액체 등의 흐르는 물질은 제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슬라임 자석 로봇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