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 음악대의 사건을 해결한 다음날,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모처럼 일이 없는 한가한 사무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쾅쾅쾅! 쾅쾅! 꿀록 탐정님! 쾅쾅!”
갑자기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부서져라 두들기는 게 아니겠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커다란 노크 소리를 들은 꿀록 탐정은 동화 마을에 또 어떤 사건이 터졌나 걱정스런 마음에 급하게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문 앞에는 손오공과 사오정이 싱글벙글 웃으며 여유롭게 꿀록 탐정을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꿀록 탐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둘을 사무실로 안내했어요.
“어서 오세요. 문을 세게 두들기셔서 급한 사건이 터진 줄 알았어요.”
“아, 제가 그랬군요? 죄송해요. 버릇이 돼서 그만….”
손오공은 얼굴을 붉히며 꿀록 탐정에게 사과했어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오정과 살다 보니,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과 노크를 세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설명했지요.
“괜찮아요. 큰일이 아닌 게 오히려 다행이죠.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난번 취소된 브레멘 음악대의 공연이 일주일 뒤에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브레멘 음악대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사오정과 함께 브레멘 음악대의 공연을 즐기고 싶은데 사오정의 귀가 잘 안 들려서 걱정이에요…. 이런 고민도 해결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마침 제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귀로 들어온 소리가 뇌까지 전달되려면?
우리는 소리를 어떻게 들을까요? 소리의 정체만 알면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답니다. 소리는 떨림, 즉 ‘진동’에 의해서 생겨요. 예를 들어 목소리는 우리 목 안에 들어있는 발성기관인 성대가 진동을 일으키며 나와요. 성대에서 발생한 진동이 공기를 통해 전달되어 우리의 귀까지 전해지는 거죠.
귓속까지 전달된 공기의 진동은 우리 귓속의 얇은 막인 ‘고막’을 진동시켜요. 이 진동은 고막과 닿아 있는 ‘귓속뼈’로 전달되고, 귓속뼈는 이 진동을 증폭시켜 달팽이 껍데기를 닮은 ‘달팽이관’에 전하지요.
달팽이관 안에는 청각세포들이 자리 잡고 있고, ‘림프액’이 가득 차 있어요. 귓속뼈의 진동이 림프액을 진동시키면, 청각세포들이 이에 반응해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꾼답니다. 그럼 전기 신호가 청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그때서야 우리는 소리를 듣는다고 느끼지요. 귀로 들어온 소리가 뇌까지 전달되는 데에는 보통 0.08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런데 지나친 소음, 노화,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귓속에 있는 기관들 중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럼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난청’ 증상이 나타나지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부터 거의 들리지 않는 정도까지, 다양한 수준의 난청이 있답니다. 난청이 심하면 수술을 통해 인공와우를 귓 속에 이식하기도 하지요.
인공와우는 기계를 통해 외부의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꾼 뒤 이를 신경으로 전달하는 장치예요. 귀에 거는 외부 장치와 머릿속에 이식하는 내부 장치로 이루어지지요. 외부 장치는 마이크와 어음처리기로 이루어져 있고요. 어음처리기는 마이크에 입력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내부 장치로 전송한답니다. 그러면 이 신호가 달팽이관까지 이어진 전극을 따라 달팽이관 속 청각신경으로 전달돼 마침내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최근 과학자들은 크기와 전력 소모를 줄여 몸속에 이식할 수 있는 인공와우를 개발 중이랍니다.
무선 이어폰을 둘러싼 건강 논란
지난 3월, 한 뉴스 기사가 SNS를 통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됐어요. 최근 ‘이엠에프사이언티스트(EMFscientiest)’라는 비영리단체가 전세계 42개 나라, 247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무선 장치에서 나오는 비이온화 전자기장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유럽연합과 세계보건기구에 제출했다는 소식이었죠. 언론에서는 ‘무선 이어폰에서도 비록 적은 양이지만 비이온화 전자기장이 발생하며, 따라서 무선 이어폰을 오래 착용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답니다.
최근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소식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어요. 또한 기사에서 사용된 ‘비이온화 전자기장’이라는 생소한 과학 용어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공포를 심는 데 한몫을 했지요.
하지만 뉴스가 퍼진 바로 다음날, 이 소식은 오보였음이 밝혀졌어요. 비이온화 전자기장의 위험성에 대한 호소문이 작성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무선 이어폰에 대한 유해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였죠. 실제로 무선 이어폰의 비이온화 전자기장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는 밝혀진 것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비이온화 전자기장은 무엇을 가리키는 단어일까요? 이건 ‘물질을 이온화시키지 않는 전자기장’을 일컫는 말이랍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하지요. 와이파이, 무선 마우스, 스마트폰 등 통신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도 여기에 포함되고요.
기사에서 무선 이어폰이 언급되었던 건 무선 이어폰 역시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마이크로파는 이미 널리 사용하고 있는 다른 전파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통신용 마이크로파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확실히 검증됐다”며, “무선 이어폰이 문제가 된다는 발상이 황당하다”고 이번 해프닝에 대한 소감을 얘기했답니다.
“인공와우로 사오정의 귀를 밝혀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와! 꿀록 탐정님은 모르는 것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손오공과 사오정은 한결 밝아진 표정을 지으며 꿀록 탐정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그때, 손오공이 무언가 떠올랐다며 꿀록 탐정에게 얘기했어요.
“아, 탐정님! 아까 근두운을 타고 하늘에서 보니까 사무실 주변에 누군가가 계속 서성이고 있던데요? 처음 보는 동물이었는데…. 좀 수상해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