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방사장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호랑이들도 있어요. 호랑이의 야생성을 기르고, 종 보존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공간이죠.
바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 이곳의 호랑이들은 어떻게 지낼까요?
야생 배우러 유학 떠난 호랑이 남매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은 평균 고도가 해발 600m인 곳에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호랑이 방사장 안에서 호랑이들이 야생에 가깝게 살고 있죠.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태어난 ‘태범’, ‘무궁’ 남매가 지난해 말 이곳 호랑이 숲에 유학을 오며 화제가 됐습니다. 두 호랑이가 이제 부모에게서 독립할 시기가 되었고, 또 야생과 가까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연구하기 위해서예요. 범궁 남매는 아직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호랑이 숲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호랑이는 ‘한청’과 ‘우리’였어요. 둘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터벅터벅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차분했고, 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멀리서 조용히 호랑이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호랑이 숲의 호랑이들도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오전에 방사장으로 나와 자유롭게 지내다가 오후 4시쯤 건물 안쪽 내실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방사장이 넓은 탓에 호랑이가 제 시간에 들어가지 않아서 저녁 8~9시까지 기다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해요. 특별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호랑이의 행동을 일부러 유도하지 않는 것이 호랑이 숲의 원칙이지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민경록 주임은 “방사장이 워낙 넓다 보니, 혹시 안전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호랑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항상 점검한다”며 “행동풍부화●를 위해서 큰 연못도 설치하고, 튼튼한 공이나 장난감을 넣어주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어 “호랑이 숲은 전시보다는 보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호랑이를 살피는 장소”라며, “언젠가 야생 호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호랑이의 유전자 다양성과 야생 습성을 보존하며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행동풍부화: 동물이 야생에서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