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전국을 판소리로 떠들썩하게 만든 곡,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입니다. 검은 호랑이해를 맞이해 판소리로 팝 음악을 하는 그룹 이날치의 멤버 세 분을 모시고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범 내려온다’ 곡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범 내려온다’는 이날치의 첫 번째 앨범인 <;수궁가>;의 첫 번째 곡입니다. 먼저 범이 왜 내려오는지 말씀드릴게요. 원작 판소리에서 자라(별주부)는 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올라옵니다. 그런데 하필 절벽이 있는 곳으로 나온 거예요. 다리가 짧은 자라는 턱을 있는 대로 늘리며 간신히 해안으로 올랐어요. 그리곤 토끼를 찾으려고 ‘토 선생’이라 외쳐야 하는데, 턱이 너무 뻣뻣해진 나머지 ‘호 선생’이라고 외친 거죠. 그러자 산속에 있던 호랑이가 자기를 선생이라고 높여 부르는 말을 듣고 신이 나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범 내려온다’ 가사를 보시면, 호랑이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정말 재밌어요. ‘양 귀 쭉 찢어진’ 호랑이가 누에머리(산봉우리 같은 머리)를 흔들며, ‘전동(화살통)같은 앞다리’에 ‘쇠 낫 같은 발톱’으로 잔디 뿌리를 뜯고 모래를 ‘좌르르르’ 흩뿌리죠. 자라 앞에 도착한 호랑이가 ‘홍앵앵앵’ 하고 포효하자, 그 소리가 산천을 뒤덮고 땅이 꺼지는 듯합니다.
판소리에 묘사된 호랑이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랑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아요.
양면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편으로는 두려워서 신적인 존재로 여기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친숙하게 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마주치면 무섭겠지만, 판소리 속 호랑이는 어쩐지 귀엽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지금은 야생에서 호랑이를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호랑이가 지금은 없어진 가치나 존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사람들이 호랑이를 좋아하는데, 이제 없으니까 마치 전설 같은 분위기가 나는 거죠.
‘범 내려온다’와 이날치의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곡을 만들 당시 저희 중 누구도 이 정도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어요. 판소리는 보통 전통 극장이나 국립국악원 등 작은 실내 무대에서 공연합니다. 그런데 이날치 활동을 하고 인기를 얻으면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처럼 크고 열린 무대에 처음 서게 됐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공간들에서 새로운 청중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공연할 수 있게 된 거죠.
‘범 내려온다’가 <;수궁가>; 앨범의 첫 번째 곡인 이유는, 춤추는 음악을 추구하는 이날치의 방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판소리의 기원은 밖에서 부르던 이야기거든요. 넓고 탁 트인 곳에서 공연하니까 판소리 본연의 느낌을 살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댄스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의 협업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무대에 선 건 2019년 9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였어요. 이날치를 이끄는 장영규 감독님이 기획하신 건데, 당시 그 팀이 해외 일정 중이어서 곡만 전달받고 안무를 짜 오신 거예요. 심지어 공연 직전까지 리허설 한 번 못했는데도 멋진 무대가 됐죠. 당시 안무가 가사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의상도 재미있어서 공연하는 내내 댄스팀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나중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댄서 두 분이 오셔서 ‘범 내려온다’ 안무를 가르쳐 주신 적이 있어요. 언뜻 보기엔 쉬워 보였는데, 막상 따라 해보니 어렵고 체력이 많이 소모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멸종위기인 호랑이를 포함해 환경문제에 대해서 미래세대에게 미안함이 커요. 가끔 여러 음악가가 참여해서 환경 보전을 주제로 공연을 열거나 앨범을 내기도 하는데, 저희도 음악으로 미래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이 밖에서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호랑이의 기운을 받고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호랑이해 이날치의 목표는 올해 안에 2집을 발매하는 것입니다. 앨범의 주제를 열심히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첫 해외 공연도 준비하고 있죠.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