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러시아 시베리아지역 북동부에서 ‘아무르호랑이’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어요. 아무르호랑이는 우리나라에 살았던 한국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에요. 연구자들은 아무르호랑이를 보전하면 우리나라에 다시 호랑이가 돌아오는 꿈 같은 일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호랑이를 위한 길 만들기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호랑이의 유전자 지도를 해독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호랑이는 지금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아무르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한국호랑이는 우리나라 야생에 없을 뿐, 아직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거예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가 이끄는 한국범보전기금에서는 2016년부터 현지 연구자인 리영, 리해룡씨 부부 등과 함께 ‘두만강호랑이 생태통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두만강 하류인 중국 훈춘 지역에 있는 한국호랑이와 표범이 강과 산맥을 따라 서식지를 넓히다가 백두산까지 와서 살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백두산 생태계는 호랑이와 표범이 살기 좋은 서식지 후보거든요. 그래서 호랑이가 이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로를 찾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훈춘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람과 호랑이가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언젠가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죠.
이항 교수는 “호랑이가 한반도까지 넘어오더라도, 호랑이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호랑이 보전을 위해서는 여러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생태통로: 도로나 댐 등으로 야생동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서식지가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통로.
호랑이 똥으로 호랑이를 지킨다
이항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호랑이의 ‘유전자 마커’를 개발하고 있어요. 유전자 마커는 동물 유전자를 분석해 각 개체를 구별하고 가족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호랑이 연구자들은 숲에 어떤 호랑이가 살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나무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을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해요. 그런데 유전자 마커를 활용하면 영상에 찍힌 호랑이들이 근처의 다른 호랑이들과 어떤 관계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호랑이들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마리씩 관리할 수 있죠. 이항 교수는 “밀렵당한 호랑이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어디 있던 호랑이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그러면 밀렵 단속도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다”며 “아시아의 다른 고양잇과 동물에 대해서도 유전자 마커를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어요.
●인터뷰
“호랑이 보전을 위해 중요한 건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한국범보전기금 대표)
Q우리나라에 다시 호랑이가 살 수 있을까요?
지금 러시아와 중국에 있는 호랑이 서식지가 생태통로를 따라 백두산까지 넓어지면, 개마고원과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온 호랑이가 한반도에 다시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땅 대부분이 인구밀도가 높아 현실적으로 야생 호랑이가 살기는 어렵지만, 미래에는 사람과 호랑이가 공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호랑이를 보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호랑이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에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사람들은 호랑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호랑이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호랑이 축제를 열고, 호랑이 박물관을 짓는 등 사람들에게 호랑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호랑이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동물을 넘어서 다른 나라와의 생태적·문화적 연결고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