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탈리아 페데리코Ⅱ대학교 피에르 파올로 페트로네 교수 연구팀은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분출로 목숨을 잃은 고대인의 뇌 일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어요. 과거 고대인의 유골에서 뇌 조직 일부가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미라 상태여서 온전한 뇌의 모습을 알아보기는 어려웠어요. 이번에 발견된 유해에서는 뇌 신경 세포가 화산재에 덮이고 단단한 유리 상태가 되어 원래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지요.
이 유해는 1960년대에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 베수비오 화산 서쪽에 있던 헤르쿨라네움이라는 도시 유적에서 발견됐어요. 유해는 나무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죽은 20대 남성이었어요. 이 남성은 초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숭배하던 시설인 ‘콜레지움 아우구스탈리움’의 관리인으로 추정돼요. 지난 2018년 연구팀은 유해의 두개골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두개골 안에서 검은빛이 나는 유리 물질을 발견했지요. 연구팀은 두개골 안의 유리 물질을 남성의 뇌가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전자 현미경으로 분석했어요. 그 결과 유리 물질은 인간의 뇌 신경 세포와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뇌에서 볼 수 있는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 뿐만 아니라 척수도 유리화되어 구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어요.
뇌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열에 약해요. 뜨거운 열기에 닿으면 구조가 변하거나 파괴되기도 하죠. 그런데 유해의 뇌 신경 세포는 어떻게 파괴되지 않고 온전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연구팀은 “유해 주변에서 숯이 발견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해는 500℃ 이상의 뜨거운 화산재에 파묻혀 녹은 뒤 빠르게 식으며 그대로 유리처럼 변했고, 그 결과 뇌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배열이 변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어요.
이처럼 자연에서 생명체의 유해나 그 일부가 유리처럼 변하는 일은 매우 드물어요. 이같은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에 의해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던 피해자의 유해에서 유리 물질이 발견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죠.
연구에 참여한 로마제3대학교 귀도 조르다노 교수는 “고대 인류의 뇌가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는 일은 흔치 않다”며, “고대 인류 연구의 지평이 넓혀졌다”고 말했어요.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이번에 유해가 노출됐던 열기의 정확한 온도, 화산재가 식을 때의 냉각 속도를 알아내서 어떻게 유해의 뇌가 유리 상태로 변했는지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유해의 세포를 통해 유전자 분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