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현 기자
분류학상
뉴질랜드에서는 멸종위기 조류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올해의 새’ 시상식이 열립니다. 그런데 벌써 17주년을 맞은 2021년 올해의 새 수상식에는 큰 이변이 생겼습니다. 새가 아니라 ‘긴꼬리박쥐’라는 박쥐가 올해의 새로 선정된 거죠!
섬나라 뉴질랜드에서는 오랫동안 고립된 환경에 맞춰 여러 동물이 진화해 왔습니다. 이 중 다수는 인간의 침입과 외래종의 도입으로 현재 멸종위기에 처했어요. 뉴질랜드 왕립 산림 및 조류 보호 자선단체 ‘포레스트앤드버드’는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를 구하기 위해 2005년부터 ‘올해의 새’를 선정하고 있지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페카페카’라고 부르는 긴꼬리박쥐는 주걱박쥐과에 속해요. 몸길이가 5cm 정도로 작아 ‘아기박쥐’라고도 불리죠. 주최 측은 멸종위기인 긴꼬리박쥐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새가 아님에도 후보에 포함시켰어요.
긴꼬리박쥐는 7031표를 받으며 득표수까지 남달랐어요. 2등을 3000표 넘게 앞선 거예요. 대회 17년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새 아닌 새’였지요. 2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앵무새이자 작년 챔피언인 ‘카카포’였답니다.
포유류에 속한 박쥐가 ‘올해의 새’ 수상자로 선정되자 반대의 목소리도 거셌어요. 하지만 박쥐를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 또한 많았어요. 주최 측은 “날개가 달린 어떠한 동물이라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면 시상식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새가 아니라 다른 타이틀로 바뀌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