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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네 가족이 새해 첫 일출을 보러 동해로 가고 있어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렘에 솜이는 추운 줄도 모르고 가족들과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답니다. 어? 그런데 저 멀리서부터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도로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예요! 갑자기 내린 눈은 도로를 순식간에 스케이트장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솜이네 가족은 눈보라를 뚫고 무사히 새해 첫 일출을 볼 수 있을까요?
지구온난화가 불러 온 폭설
새해 첫날부터 이게 웬 고생이람…, 솜이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눈을 뿌려대는 하늘이 원망스러웠어요.
“엄마! 뉴스에서 해마다 눈이 내리는 양이 점점 많아질 거라고 그러던데요, 왜 그런가요?”엄마는 걱정하는 솔이를 보며 이야기해 주셨어요.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기후가 변하면서 폭설도 많아지는 거란다.”
“어? 지구가 따뜻해지는데 왜 눈이 많이 와요?”
극단적인 기후, 폭설 점점 증가한다
국제연합(UN) 아래 있는 ‘기후 변화를 논의하는 정부 간 위원회(IPCC)’에서는 2011년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폭설이나 폭염, 폭우 같은 극단적인 기후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위원회는 2007년 발표한 기후 변화 4차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0년 간 지구 온도가 0.74도가 올랐다며, 앞으로 2도만 더 올라도 생물종이 대량으로 멸종하면서 전 세계에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잠깐! 지구는 점점 따뜻해지는데 웬 폭설?
따뜻하면 눈이 아니라 비가 내려야 되는데, 국제연합은 왜 폭설이 내린다고 경고했을까?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리를 알면 간단하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이 녹으면 대기 중에 수분이 많아져서 북극 주변 대륙에 눈이 많이 내린다. 눈이 많이 쌓이면 태양에너지를 반사시키는 비율이 높아져 우리나라가 포함된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몰아치게 된다. 차가운 공기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폭설을 일으킨다.
폭설로 마비된 도로를 열어라!
전 세계에 폭설이 점점 심해지는 만큼 눈을 치우는 제설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시에서 겨울철 제설은 시민들의 묶인 발을 풀어 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제설작업이 조금만 늦어져도 엄청난 혼란과 불편,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눈길에서는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평소보다 22% 증가하는데다 일단 사고가 나면 보통 때보다 사망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
북반구에 몰아닥친 거친 눈보라
2011년 겨울, 일본 서부지역에 어른 키가 넘는 높이로 폭설이 쏟아졌다. 어선 190척이 침몰하고 12만 가구가 정전이 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도 폭설로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마비돼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피해가 생겼다. 우리나라도 강원도 동해시에 1m가 넘는 눈이 쌓이고 동해안을 중심으로 폭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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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도로 제설제로 녹인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폭설이 심해진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됐어요. 솜이 얼굴이 어두워지는 걸 본 아빠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솜이 어깨를 토닥였어요.
“눈이 많아지는 만큼 제설 기술도 발전한단다. 혹시 친환경 제설제라고 들어 본 적 있니?”
사람이나 차가 미끄러지지 않게 눈을 녹이는 데 쓰던 소금이나 염화칼슘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친환경 제설제를 연구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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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로 눈을 녹인다고?
과학자들은 기존 제설제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염소 이온을 유기산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에 미생물을 집어넣어서 발효시키면 아세트산과 같은 유기산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유기산을 농축시켜서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과 결합시키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 수 있다.
눈을 녹이는 능력은 염화칼슘과 비슷하면서도 가로수를 죽이거나 차를 부식시키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사용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재료비를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다. 2013년부터는 조달청에서도 염화칼슘과 소금 대신 친환경 제설제를 전국 공공기관에 공급한다.
잠깐!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면 어쩌지?
음식물 쓰레기에 섞여 있는 불순물이나 미생물을 정밀여과막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냄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만약을 위해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는 약품도 넣기 때문에 악취 제거 끝! 방향제를 약간 넣어서 오히려 살짝 향기도 난답니다.
![친환경 제설제와 염화칼슘 제설제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 차이를 보여 주는 실험이다. 친환경 제설제에 담가 놓은 무 씨앗(왼쪽 사진)은 잘 자라는 반면 염화칼슘에 담가 놓은 무 씨앗(오른쪽 사진)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301/C201301N001_img_03.jpg)
“음식물 쓰레기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비용은 매우 저렴하지만, 처음에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돈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아직 많이 만들고 있지 않지만, 설비가 갖춰지면 앞으로 친환경 제설제가 점점 늘어날 거예요.”
-양은익 강릉원주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인공지능 첨단 제설 시스템으로 눈길 걱정 끝
차가 앞뒤로 꽉 막혀서 벌써 한 시간째 제자리예요. 앞서가던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나 봐요. 솜이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서 게임을 시작했어요. 아빠는 ‘휴~’하고 한 숨을 쉬며 말씀하셨어요.
“도로기상정보체계가 갖춰지면 이런 눈길 교통사고도 줄어들 텐데…, 눈이 내려 도로가 미끄러워지면 자동으로 제설을 시작하거든. 솜이 네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도 오고 말이야.”
도로기상정보체계로 도로에 얼어붙은 얼음 잡는다
일반적인 기상예보는 지역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도로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로 바로 옆에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위험을 예측하고 곧 바로 예방대책까지 세우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눈비 감지센서
센서에 장착된 레이더가 떨어지는 빗방울의 속도를 분석해 비, 눈, 우박, 진눈깨비로 구분한다
온습도 감지센서
전자 장치를 이용해 도로 주변의 상대온도와 상대습도를 파악한다.
적외선 카메라
기상관측장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도로 상태와 온도, 물 또는 눈의 양과 얼음의 두께를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자동분사장치
도로 상태에 대한 정보를 통신으로 받아서 도로에 제설액을 자동으로 뿌린다. 눈이나 얼음의 양에 맞춰 최적화된 양을 뿌리기 때문에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사진은 벤처기업리트코에서 개발하고 있는 최신 분사장치다.
도로 표면 감지센서
도로에 묻혀있는 감지기를 통해 언제쯤 얼음이 생길지 예측한다.
잠깐! 눈을 저절로 녹이는 도로가 있다?
겨울철 땅 속 온도는 도로 표면보다 높아요. 도로 밑에 열선을 깔아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땅 속의 열을 끌어올리면 눈이 얼지 않고 저절로 녹아버린답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터널 주변에서는 지하수나 터널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이용해 도로 밑에 열선을 설치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도로기상정보체계를 이용하면 감지센서가 도로에 얼음이 생기는 시점을 자동으로 예측해 제설액을 뿌려 줍니다. 또 무선 통신을 통해 미리 경고를 하기 때문에 눈길 교통사고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_강중구 리트코 기술연구소 팀장
스마트한 도로는 눈이 와도 쌓일 틈이 없다
자동 제설시스템이 갖춰진 첨단 도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도로교통연구원에서는 녹색에너지와 통신장비를 이용해 똑똑한 인공지능 도로를 만들려고 해요. 도로에 눈이 내리면 즉시 눈을 녹이는 장치가 가동될 뿐 아니라 스마트폰 어플로 경고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어요.
터널 입구나 산그늘에 가린 곳은 겨울에 눈이 잘 녹지 않는다. 또 경사가 급하거나 꼬불꼬불한 도로, 다리는 눈이 내릴 때 빙판이 생겨서 가장 사고가 나기 쉬운 곳이다. 이런 장소에 자동 제설시스템을 갖추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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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에너지 열선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땅 밑으로 150m만 파고 내려가면 온도가 10도로 일정하다. 땅속에서 끌어올린 따뜻한 지하수에 열을 가해 45~50도로 만든 다음 도로 아래에 설치한 열선으로 통과하게 만든다. 제설제를 뿌릴 필요도 없이 눈이 저절로 녹는다.
분사장치
펌프하우스에서 신호를 받아 도로에 제설액을 뿌리는 장치다. 20m 간격으로 설치돼 있어 좌우로 10m씩 맡는다. 도로 20m에 빠짐없이 제설액을 골고루 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펌프하우스
통합 관제장치다. 기상관측장비와 도로표면 감지센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종합해 제설액을 뿌릴지 자동으로 결정한다. 이곳에 제설액을 저장하는 펌프도 함께 있어 펌프하우스라고 부른다.
눈길에 막힌 길 뻥 뚫어 주는 제설차
눈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작동하는 제설장치라…,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어?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덩치 큰 제설차가 나타나서 눈으로 막힌 도로를 뻥 뚫고 지나가네요. 앞에 달린 거대한 삽으로 눈을 치우는 모습에 솜이는 감탄했어요.
눈길에도 제설차가 미끄러지지 않는 비밀은?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제설제를 뿌려도 소용이 없을 때는 불도저나 대형 트럭 같은 제설차가 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러시아나 캐나다, 북유럽에서 특히 이렇게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는 제설차를 많이 개발했다. 제설차는 미끄러운 얼음 바닥에 밀리지 않으면서 무거운 눈덩이를 치워야 한다. 그래서 바퀴에 들어가는 공기 압력이 낮으면서도 강한 힘을 가진 엔진을 사용한다. 또 무게중심이 매우 낮아 안정적이다.
MATH!
제설차도 수학으로 움직인다
도시의 전체 도로 구조를 파악해서 수학으로 가장 적합한 제설 방법을 찾는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캐나다 수학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에프라는 도시에서 가장 효율 높게 제설차들을 움직이는 방법을 계산해 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경영대학 안젤리카 살라저 아귈라 교수팀은 도로의 넓이와 제설차 능력을 계산에 넣고 도로가 만나는 모든 지점에 좌표를 찍어서 최소 구간을 찾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제설차 430대가 개미나 꿀벌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기존에는 제설차들이 ‘직선형’으로 움직인 반면 연구에서는 ‘왕복 곡선형’으로 움직여서 제설차가 움직이는 시간과 연료의 총량을 21.8%나 줄일 수 있다.
![미국 JFK 공항 활주로에서 제설차들이 뜨거운 물로 눈을 치우고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301/C201301N001_img_05.jpg)
눈을 끓여서 눈 녹인다
제설기술 중에서는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 눈을 녹이는 방법이 가장 환경에도 좋고 도로를 안전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온천수가 많이 나오는 일본에서는 따뜻한 물을 땅속에서 끌어올려 눈이 쌓인 곳으로 흘려보내지요. 온천수가 없는 나라에서는 제설차에서 도로에 쌓인 눈을 모아 따뜻한 물로 바꾸는 기술을 사용해요. 눈 끓인 물로 다시 눈을 녹이는 기술은 러시아에서 처음 개발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솔이네 가족은 무사히 동해에 도착해서 멋진 일출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지요.
눈을 치우는 기술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솜이는 처음 알았어요. 떠오르는 해를 보며 행복한 새해 맞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행복한 2013년 맞이하세요~!
한 걸음 더 !
하늘 길도 눈부터 치워야 한다고?
땅에서만 눈을 치우는 게 아니라는 사실! 하늘 길에서 눈 밟고 ‘미끄덩~’ 하면 정말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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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나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 올라갈 때도 제설은 필수예요. 활주로에 있는 눈은 물론이고 날개에 붙은 눈도 꼼꼼히 털어내야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답니다. 항공기는 이륙할 때 날개 위아래로 흐르는 공기의 압력차로 뜨게 되는데, 날개 위에 눈이나 얼음이 있으면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서 뜨는 힘을 못 받거든요. 그래서 영하 35도에서나 얼기 시작하는 글리콜 용액과 뜨거운 물을 섞어 구석구석 닦아 주지요.
비행기가 떠오르다 활주로에서 조금만 미끄러져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공군부대에서는 눈 치우기를 ‘제설작전’으로 부르며 별도로 ‘제설본부’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활주로 제설작업의 선두에는 초특급 제설장비 ‘SE-88’이 앞장 서는데, 퇴역 전투기의 제트엔진을 재활용해서 만든 특수차량이에요. 강한 바람이 6개 배출구로 나오면서 활주로에 쌓인 눈을 20∼30m 밖으로 날려버려요. 또 400∼500도에 이르는 고온으로 눈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제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