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인 기자
생물학상
2700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의 똥을 분석해 당시의 식문화와 식품 과학 기술의 발전을 알아낸 연구가 발표됐어요.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근사한 음식을 먹으며 지냈는지 알아볼까요?
10월 13일, 이탈리아 유락 미라 연구소와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 박물관 공동연구팀은 2700년 전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 있는 할슈타트 지역의 선사시대 사람들이 맥주와 블루 치즈를 즐겼다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블루 치즈는 푸른 빛을 띠고 특유의 향이 나는 게 특징이며, 푸른 곰팡이가 양의 젖을 발효시켜 만들어요.
연구팀은 이 지역 광산에서 발견된 배설물 4건을 분석했고, 이 중 가장 오래된 2700년 전 배설물에서 블루 치즈 제조에 쓰이는 곰팡이와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균을 발견했지요. 고문헌을 통해 고대 이집트에서 우유를 발효시켜 먹고, 맥주도 만들어서 먹었다는 기록을 확인했지만, 2700년 전 선사시대에 실제로 발효식품을 먹었고 발효식품을 만들 기술이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2700년 전 대변이 분해되지 않고 여태 보존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광산 안의 온도가 8℃ 정도로 낮게 유지된 데다 많은 양의 소금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는 음식에 소금을 치고 저장하면 잘 부패하지 않는 원리와 같아요.
연구팀은 “소금 광산에서 일했던 선사시대 사람들은 현대 식품 산업에서도 쓰는 미생물 발효 기술을 사용해 치즈와 맥주를 만들고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어요. 나아가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곡물, 과일, 육류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이 든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 고된 육체 활동을 뒷받침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