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벌레인 내가 컴퓨터로 이사를 떠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기기로 읽고, 컴퓨터로 내보내는 일, SF 영화 말고
현실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전 세계로 생중계된 돼지의 뇌파?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가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16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만들겠다며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세웠어요. 그리고 지난 8월 28일, 뉴럴링크는 뇌에 무선으로 뇌파를 읽는 기기를 이식하고 2개월간 정상 생활하고 있는 돼지 거투르드의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했어요.
뉴럴링크는 지름 23mm, 두께 8mm의 동전 크기의 기기 ‘링크’를 돼지의 뇌에 심었어요. 최대 10m 거리까지 뇌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링크를 이용해 돼지의 뇌파를 감지했지요.
유튜브로 생중계된 화면 속에서 돼지 거투르드는 킁킁거리며 주변을 탐색했어요. 그러자 링크가 거투르드의 뇌파를 잡아내 컴퓨터에 기록했고 실시간으로 화면에 신호가 나타났지요. 일론 머스크는 “지금은 뇌파를 일방적으로 수신하는 수준이지만, 이후에는 신호를 뇌로 보내는 등 쌍방향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어요.
이 기술은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까요? 현재 뉴럴링크 기술은 동물 실험에 그쳐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 뇌파를 읽는 기기가 인간의 뇌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마비된 환자의 감각을 찾아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지요. 뉴럴링크 측은 “뇌와 관련된 질병을 기술로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 뇌파로 소통하고, 더 나중엔 컴퓨터에 기억을 저장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답니다.
●인터뷰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 하는 그날까지!”
임창환(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Q지난 8월 공개된 거투르드 모습을 교수님께서도 생중계로 시청하셨다고요?
저 같은 BMI* 연구자들은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채널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요. BMI 기술이 실용화되려면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편리하고 정밀하게 뇌 활동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해 기대감에 시청했지요. 뉴럴링크에서 발표한 ‘링크’ 기기는 BMI 기술을 대중화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Q기존의 BMI 기술과의 차별점이 있나요?
머릿속에서 측정한 뇌파를 무선으로 보내는 기술, 몸 밖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 정밀하게 뇌 표면에 전극을 삽입하는 기술, 생체신호를 저전력으로 측정하는 ‘링크’의 핵심기술은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어요. 뉴럴링크는 이 기술을 적절히 융합해 완성품을 만들어냈지요. 생중계를 보면서 애플의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2007년에 아이폰을 처음 선보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도 다양한 BMI 기기들이 있지만, 누구도 자동 수술 로봇을 이용해 수술의 부담을 덜면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케 하겠단 생각은 못했거든요. 뇌에 기기를 심는 기술을 비교적 간단하고 대중화된 시력 교정술 ‘라식 수술’에 비유한 점이 재미있었어요.
Q뇌공학자로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1926년, 미국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는 미래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 예상했어요. 누구나 주머니에 그 기계를 하나씩 가지고 다닐 것이라는 예측도 했죠. 그리고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는 모두 주머니에 이 기계를 하나씩 넣고 다니고 있죠. 니콜라 테슬라 같은 상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여러분도 얼마든지 미래를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답니다. 앞으로도 우리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하는 그날까지 뇌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