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한 것은 방아쇠 역할만 한 거고, 이미 그 전에도 포항의 지각이 불안정 했단 뜻 맞나요? 왜 그런 걸까요?
동일본대지진과 경주 지진이 영향을 미쳤다
2011년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과 2016년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이 포항 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어요. 두 지진 때문에 포항 지역의 땅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는 거예요.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이 두 지진이 포항 지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했어요. 먼저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국 지각이 어느 정도 움직였는지 분석했지요. 계산 결과, 지진이 일어난 뒤 한국의 동해안은 4cm 정도, 서해안은 2cm 정도 일본쪽으로 당겨졌지요.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는 거리에 차이가 생기면서 한반도 지각은 본래보다 2cm 늘어난 셈이 됐어요. 그 결과 암석의 강도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됐죠.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홍 교수는 동해안과 서해안 사이를 오가는 지진파 속도가 동일본대지진 전후로 달라졌는지 관측했어요. 지진파의 속도는 암석의 강도가 약할수록 느려지기 때문에 속도를 측정하면 암석의 강도를 유추할 수 있거든요. 연구팀은 실제로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이후, 지진파 속도가 3% 정도 느려졌고 몇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게다가 2016년, 경주 지진으로 양산 단층이 움직이며 약해진 주변 암석을 더욱 자극한 셈이 됐답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978년부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전까지 33년 동안 5번,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5번 일어났다”며 “결국 암석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지진에 취약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답니다.
미•니•인•터•뷰
이강근(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이강근 교수님은 이번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을 이끈 단장이에요. <;어린이과학동아>;에서는 지난 3월 29일, 교수님을 만나 궁금했던 내용을 여쭤 보았답니다.
Q지열발전소를 짓기 전, 지하에 단층이 있는지 알아보지 않나요?
사실 4~5km 속 깊이까지 정확한 구조를 알아보기는 어려워요. 보통 땅속의 구조는 인공으로 지진파를 만들어서 지하로 쏘아보는 ‘탄성파 탐사’를 통해 알아내요. 그런데 이처럼 탄성파 탐사를 통해 수 km 깊이까지 구조를 알려면 폭약을 터뜨려야 하죠. 그래야 큰 지진파가 발생해서 깊은 곳까지 도달하고 반사되어 돌아올 테니까요. 하지만 포항같은 도시에서는 폭약을 터뜨리는 탐사를 진행하기 쉽지 않죠.
Q자연과 인간이 지진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할 수 있나요?
정확한 계산은 어려워요. 하지만 지진이 일어나기 전, 포항의 지층에 팽팽하게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과 땅을 파고 물을 주입하면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건 확실하죠. 하지만 경주 지진이 포항 단층에 줄 수 있는 영향을 계산한 결과 200~500Pa(파스칼)정도로 나왔어요. 이는 매일 지구의 조석 운동(밀물과 썰물)에 의해 미치는 힘의 변화량과 비슷한 수준이죠. 물을 주입하면서 생긴 작은 지진들이 진원 근처에 준 수압 변화는 2만~15만Pa 정도이니 최소 수십 배 큰 것이지요.
Q앞으로 더 밝혀야 할 점이 있나요?
사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엄청 많아요.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포항 지진이 촉발 지진이라는 증거들을 찾았다는 거예요. 앞으로 우리가 찾은 증거가 단층에 어떤 힘을 주어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물리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땅속에 응력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얼마만큼의 힘을 더 주면 지진이 발생하는지 예측해 지진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