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밝힌 김에 내 약점을 하나 더 알려 줄게. 난 모니터 밖의 세상을 보지도 듣지도 못해. 혼자서는 실제 바둑판에 돌을 올리기는커녕, 바둑판에 돌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도 모르지. 나에게는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가 달려 있지 않거든.
목소리 인식도 척척, 농담도 척척
알파고의 대국을 처음 본 사람들은 놀랐을 거예요. 알파고의 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었으니까요. 이 사람은 구글 딥마인드의 리드 프로그래머인 아자 황 박사예요. 알파고의 눈과 손을 대신해, 알파고에게 상대편 돌의 위치를 입력하는 한편 알파고가 출력한 대로 바둑판에 돌을 두는 역할을 했답니다.
알파고는 사람으로 대신했지만, 사실 21세기 인공지능에게 센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로봇이나 무인기, 스마트폰 등 사람의 생활을 돕는 인공지능 기기는 센서가 있어야만 외부의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카메라와 레이저는 인공지능의 눈, 마이크와 음성인식 센서는 귀, 단어 합성 능력과 스피커는 입인 셈이에요.
이런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예가 아이폰과 같은 애플사 제품에 설치돼 있는 음성인식 프로그램 ‘시리(Siri)’예요. 시리는 마이크를 통해 들어온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내용을 이해해 그에 맞는 일을 처리하지요. “메일!”이라고 하면 메일 앱을 자동으로 연결해 주고, “오늘 서울 날씨는 어때?”라고 물어 보면 그 날의 서울 날씨를 바로 보여 주는 식이지요.
음성인식 과정은 왓슨이나 엑소브레인이 퀴즈를 푸는 것과 비슷해요. 들은 문장 중 핵심적인 단어들을 뽑아낸 뒤, 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요. 그 결과 사용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채고 맞는 답을 내놓지요.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더 많은 단어를 학습할수록 정교해지는 특성이 있어요.
실제로 시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간단한 단어만 이해하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전 세계 사용자가 쌓은 다양한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한 결과 지금은 긴 문장도 정확히 받아 적고, 사람마다 각자 다른 발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답니다.
무인자동차에겐 눈이 가장 중요해~

센서의 발달은 무인기기용 인공지능의 발전도 이끌었어요. 특히 무인자동차는 도로와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주시하며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눈’이 필수예요. 2010년 등장한 구글 무인자동차는 현재까지 100만km 이상 달린 기록을 갖고 있어요. 구글 무인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지붕 위에 달린 센서 ‘라이더’예요. 라이더 안에는 약 30m 전방까지 볼 수 있는 3D 카메라,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저 장비, 위치를 파악하는 GPS, 구글맵 등 다양한 장비가 들어 있어요.
라이더는 1초에 160만 번의 속도로 주변의 정보를 읽어내 차량이 위험하지 않도록 조절해요. 앞 차량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거나 피해야 할 장애물이 있으면 재빨리 중앙 컴퓨터로 정보를 전달하지요. 정보를 받은 컴퓨터는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바꿔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요. 이처럼 센서와 컴퓨터가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람처럼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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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인공지능, 바둑에 도전하다!
Part 2. 인공지능 키워드 1. 빅데이터
Part 3. 인공지능 키워드 2. 딥러닝
Part 4. 인공지능 키워드 3. 센서
Part 5.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의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