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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어디 있을까, 행성 X의 흥망성쇠

행성 X 가설의 장점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브라운바티긴 교수팀이 사용한 는 이전의 연구들이 TNO 궤도의 이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내놨던 다른 수치, 예컨대 근일점 편각(ω)보다 훨씬 설명에 용이했다. 또한 행성 X는 TNO들의 쏠림 현상 말고도 세드나와 같은 극단적인 궤도의 카이퍼대 천체, 엄청나게 급한 경사를 가진 천체 등 다양한 천체들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었다. “2016년 논문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결정적인 이유는 연구팀이 행성 X의 궤도와 천체 특성까지 예측했기 때문이었어요.” 정안 연구원은 2016년 논문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행성 X가 지구 질량의 약 10배이며 장반경 약 700AU, 이심률 0.6의 궤도를 돌고 있을 거라 예측했다.

 

이후 수많은 연구자가 행성 X를 찾기 위해 해왕성 바깥의 공허로 눈을 돌렸다. 문제는 행성 X가 있을 법한 위치가 너무 넓다는 거였다. “우리는 행성 X의 궤도면은 잘 알지만 궤도면 어디에 행성 X가 있는지는 모릅니다. 현재까지는 오리온자리나 쌍둥이자리 방향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브라운 교수의 말이다.

 

행성 X는 거의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하늘을 훑었는데도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행성 X가 발견되지 않자, 브라운 교수팀을 포함한 여러 연구자들은 새 관측 데이터를 반영하며 예측을 계속 바꿔나갔다. 2021년에 나온 논문에서는 행성 X를 장반경 380AU인 천체로 추측했고, 2022년에는 지구로부터 460AU 거리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논문이 나왔다. 최근인 2024년에 브라운 교수팀이 하와이 판스타스 망원경(Pan-STARRS1)을 이용해 관측한 결과를 담은 논문에서는 지구 질량 6.6배의 행성 X가 장반경 500AU, 원일점 거리 630AU의 궤도를 돌고 있으며 현재 지구에서 550AU 떨어져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doi: 10.3847/1538-3881/ad24e9 

 

동시에 브라운 교수팀의 논문에서는 현재까지 행성 X가 있을 만한 하늘의 78%에서 관측이 끝났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측이 진행될 22%에 숨어있지 않으면 행성 X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명백한 가능성은 9번째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설명이 가능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9번째 행성을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로 간주합니다.” 2024년 논문의 결론 문장이다. 왜 행성 X는 해왕성과 달리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 것일까.

 

▲Lance Hayashida/Caltech
2016년 ‘행성 X’ 논문을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마이클 브라운(왼쪽), 콘스탄틴 바티긴(오른쪽)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행성천문학 교수. 이들은 2016년 이후로 지금까지 해왕성 바깥천체(TNO)를 연구하며 행성 X를 찾고 있다.

 

행성 X,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만약 9번째 행성이 있다면, 어떤 천체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워낙에 발견이 안되던 터라, 지금까지 행성 X의 종류에 관한 여러 추측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추측과 함께 행성 X 논문을 쓴 두 연구원의 추측 또한 들어봤다.  
 
브라운   “저희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행성 X의 질량 뿐이죠. 가장 좋은 추측은 기체 행성이지만, 그것은 정말 추측일 뿐입니다. 블랙홀일 수도 있냐고요? 아마 농담일 겁니다.”  
 
바티긴   “관찰된 패턴에 부합하는 가장 단순하고, 과학적으로 매력적인 설명은 행성입니다. 지구 질량의 대략 5배인 행성이면 우리의 관측을 설명하기 충분합니다. ‘행성’은 지극히 평범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가장 간단한 설명이 가장 좋은 설명인 경우가 많죠.”
 
 
▲NASA/JPL-Caltech
갈색왜성 행성 X 탐색 초기에는 행성 X의 정체를 ‘갈색왜성(Brown Dwarf)’으로 의심하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갈색왜성은 행성보다는 크지만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밝은 빛을 내는 항성이 되기엔 작은, 어중간한 천체를 일컫는다. 갈색왜성은 스스로 근적외선을 뿜을 수 있지만, 적외선 망원경 ‘NEOWISE’로 뒤져본 결과 지금까지 600AU 내에서 지구 질량 20배보다 큰 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NASA/JPL
슈퍼 지구한편 행성 X가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구보다 질량이 무거운 암석형 행성을 ‘슈퍼 지구’라 부르는데, 행성 X의 추정 질량치가 슈퍼 지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외계행성계에서 많이 발견된 슈퍼 지구가 우리 태양계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다. 이 점도 행성 X가 슈퍼 지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Pablo Carlos Budassi(W)
거대 얼음 행성거대 얼음 행성은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과 함께 태양계의 행성계를 이루는 세 번째 종류의 행성으로, 천왕성과 해왕성이 여기에 속한다. 암석과 금속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보다 크지만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거대한 목성형 행성보다는 작다. 물, 메테인, 암모니아 등의 물질로 이뤄져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건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형태다.
▲Shutterstock
블랙홀 믿기지 않지만, 블랙홀은 ‘주변을 지나는 천체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력원’인 동시에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는 천체’인 9번째 행성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한다. 2020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는 행성 X가 블랙홀인 경우 관측 방법을 소개한 연구가 실렸다. doi: 10.48550/arXiv.2006.02944 그나마 현실성 있는 관측 방법은 작은 규모의 블랙홀이 내뿜는 호킹 복사(양자 요동으로 인해 블랙홀이 방출하는 열복사)를 검출하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행성 X 발견이 어려운 이유

 

“빛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2배 먼 곳에 있는 천체는 4배 어둡게 보이죠. 심지어 천체가 직접 빛을 내는 게 아니라 태양빛의 반사광을 내는 경우라면 네제곱으로 어두워집니다. 당연히 관측이 쉽지 않아요.” 정안 연구원은 ‘저 바깥’이 너무나 어둡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예를 들어 브라운 교수팀의 2024년 논문에서 예측한 행성 X의 겉보기 밝기는 22.0 등급이다. 정안 연구원은 “그 정도면 TNO 치고 어두운 편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어두운 천체를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가진 망원경은 지구상에도 많지 않다. 

 

그동안 발견된 TNO가 정말 TNO의 전부인지도 알아봐야 할 문제다. 인류가 손전등을 비춰보지 않은 구역에 발견되지 않은 TNO들이 있고, 그 TNO들의 궤도를 계산해보면 현재는 행성 X가 일으켰을 것으로 추측하는 현상을 행성 X 없이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행성 X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이 문제를 ‘관측 편향’이라 부른다. 관측 편향 문제를 해결하고 지금까지 찾지 못한 TNO를 찾기 위해서는 넓은 하늘을 관측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연구자들이 서로 계속 같은 방향의 하늘을 관측하면 관측 편향이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발견된 TNO라고 해도 꾸준한 관측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돼야 한다. 소천체가 어떤 궤도를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5~10년의 관측 데이터가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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